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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프리즘] 거꾸로 가는 ‘민주화 전성시대’

중앙일보 2020.08.06 00:16 종합 24면 지면보기
김방현 대전총국장

김방현 대전총국장

4·19혁명이 일어났던 1960년에 대전에서도 민주화 운동이 있었다. 1960년 3월 8일 고교생 1000여명이 “자유당 정권 물러가라”며 시위를 했다. 이른바 ‘3·8민주 의거’다. 대전시는 3·8민주의거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기념관은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지어 2024년 3월 8일 문 열 계획이다. 예산은 156억원이나 든다. 정부도 기념관 건립을 돕고 있다. 건립비 가운데 58억원을 지원한다. 또 2018년 11월 3·8 민주의거 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했다. 지난해 처음 열린 민주의거 기념식은 국가 행사로 치르고, 이낙연 국무총리가 참석해 기념관 건립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 기념관 건립 사업은 빈약한 콘텐트와 이로 인한 적자 운영 논란까지 일고 있다. 최근 행정안전부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에서는 사업 재검토가 요청됐다. 민주화 운동 관련 시설이니 우선 예산부터 지원했는데, 나중에 보니 내용이 부실했던 모양이다. 대전시가 확보한 의거 관련 핵심 자료는 사진 몇 장 등이 고작이다.
 
3·8민주의거 기념식이 대전시청 남문광장에서 열렸다. [뉴스1]

3·8민주의거 기념식이 대전시청 남문광장에서 열렸다. [뉴스1]

다른 지자체도 민주화운동 관련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경남 창원시는 2024년까지 민주주의 전당을 짓기로 하고, 사업비 303억원 중 상당 부분은 정부에서 받기로 했다. 인천시도 지역 민주화운동 역사와 의의를 알리기 위한 기념관 건립에 나섰다. 여러 지역에 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가 결성되고, ‘민주화운동 관련자 예우 및 지원 조례’ 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정부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바야흐로 ‘민주화 전성시대’다.
 
이러한 민주화 집착 현상을 보는 시민은 불편하다. 최근 3년 동안 외려 뒷걸음질하고 있어서다. 입법·사법·행정부를 모두 장악한 현 집권 세력은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있다. 순식간에 국회를 통과한 임대차 3법(전월세 신고제·전월세 상한제·계약갱신 청구권제)은 전체주의적 발상을 깔고 있는 데다 국민 재산권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산권은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이다. 표현의 자유도 위축시키고 있다.  
 
얼마 전 발의된 제주 4·3사건 특별법 개정안에는 ‘희생자나 유족을 비방할 목적으로 사건의 진상조사 결과를 부인 또는 왜곡하면 징역형이나 벌금형에 처한다’고 돼 있다.
 
집권 세력은 이것만으로 부족했던지 국민 교육에 나섰다. 국회의원 12명은 지난달 학교민주시민교육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교육과정에서 민주시민교육 과목을 필수과목으로 편성·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편향된 정치와 이념 교육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반발한다. 자칭 민주화 세력은 군사독재와 싸웠다고 자랑하지만, 요즘 행태를 보면 독재를 배워 실천하는 듯하다. 군사독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민주독재’도 있을 수 있다.
 
김방현 대전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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