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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670㎜ 비 400명 대피, 북 황강댐 방류로 임진강 비상

중앙일보 2020.08.06 00:04 종합 2면 지면보기
폭우가 쏟아진 5일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 일대 마을이 물에 잠겨 있다. [강원도민일보]

폭우가 쏟아진 5일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 일대 마을이 물에 잠겨 있다. [강원도민일보]

연일 계속된 폭우로 강원도 철원군 한탄강이 범람하면서 민간인통제선(민통선) 북쪽에 있는 마을들이 침수되는 등 강원도와 수도권, 충청도 일대에 폭우 피해가 속출했다.
 

한탄강 범람, 철원 마을 2곳 침수
연천·파주 군사분계선 지역 경보
이번 폭우로 전국 26명 사망·실종
오늘 전국에 비, 시간당 최고 100㎜

철원군에 따르면 5일 오후 3시쯤 한탄강이 범람하기 시작하면서 민통선 북쪽에 자리한 갈말읍 정연리와 동송읍 이길리 마을이 침수됐다. 강이 넘치자 철원군은 즉각 정연리와 이길리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이에 주민 400여 명이 인근 마을회관과 군부대 등으로 황급히 몸을 피했으며, 미처 대피하지 못한 주민들은 급하게 산으로 올라갔다. 이길리 김종연(54) 이장은 “오후 1시부터 물이 조금씩 넘치는 것 같더니 2~3시간 지난 뒤에는 둑이 터져버렸는지 흙탕물이 쏟아졌다”고 전했다.
 
민통선 밖인 갈말읍 동막리와 김화읍 생창리 마을도 침수돼 주민들이 큰 피해를 봤다. 도로가 강처럼 변해 침수된 집에서 전자 제품이 흘러나왔고, 마을 옆 남대천에는 죽은 멧돼지가 떠내려가기도 했다. 주민들은 임시대피소에서도 머물 수 없게 되자 구조 보트를 타고 새 대피소인 근남면사무소로 향했다. 철원군 일대에는 지난달 31일부터 5일까지 670㎜의 폭우가 쏟아졌다.  
 
한강홍수통제소는 이날 임진강의 필승교 수위가 12m를 넘어서자 연천·파주 등 경기북부 군사분계선 접경 지역에 위기 대응 주의 단계 경보를 발령했다. 한강홍수통제소는 “파주·연천 지역 주민들은 비 피해에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연천군과 파주시도 주민들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 연천군은 이날 오후 4시23분쯤 ‘북측의 황강댐 방류로 임진강 수위가 급격히 상승 중으로 임진강 하류 군남면 등 6개 읍·면 10여 개 리 주민들은 안전한 장소로 이동하라’는 재난문자 메시지를 발송했다. 파주시 역시 오후 3시부터 적성면 두지리 주민 42가구 68명을 경기세무고교로, 파평면 율곡리 주민 7가구 18명을 파평중학교로 각각 대피시켰다.
 
집중호우로 무너진 철원군 갈말읍의 태양광 시설. 기상청은 7일까지 강원 영서에 최고 400㎜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뉴스1]

집중호우로 무너진 철원군 갈말읍의 태양광 시설. 기상청은 7일까지 강원 영서에 최고 400㎜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뉴스1]

연천·파주 등 임진강 주변의 경기북부 지역에서는 지난달부터 북한이 임진강 상류에 건설한 황강댐을 무단 방류하면서 침수 피해가 커지고 있어 이미 비상이 걸린 상태다. 통일부는 “북한이 올해 들어 7월부터 지난 3일까지 사전 통보 없이 황강댐 수문을 3차례 열어 방류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경기도는 북측의 황강댐 무단 방류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충청권에서는 지난 2~3일 내린 폭우로 인명 피해가 발생한 데 이어 또다시 많은 비가 예보되면서 실종자 가족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수색에 나선 지 사흘이 지난 상황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는 데다 폭우로 인해 수색 작업이 중단되지 않을까 우려해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이후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 상황은 5일 오후 7시30분 기준 사망자 15명, 실종자 11명에 이른다. 이재민은 계속 늘어나 1638명, 시설 피해는 4764건에 달한다. 주택 피해가 1340건, 비닐하우스 피해가 148건이며, 농경지 피해 면적은 8033ha에 이른다. 기상청은 6일 낮에도 중부지방과 전라도, 경상도 지역에 시간당 50~100㎜의 매우 강한 비가 오는 곳이 있겠다고 예보했다.
 
기록적인 폭우로 재산과 인명 피해가 발생한 충청권 광역자치단체장이 청와대와 정부에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충남도는 폭우 피해를 본 천안과 아산·금산·예산 등 4개 시·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줄 것을 정부에 공식 건의했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도민의 절박한 심정을 이해하고 해소하는 데 중점을 두고 신속하게 복구 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이날 오후 집중호우 피해지역인 충주를 찾은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신속한 생활안정과 복구를 위해 충주와 제천·진천·음성·단양 등 5개 시·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충북과 경기, 충남 지역에서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건의한 만큼 최대한 신속하게 검토하라”고 관련 부처인 행정안전부에 지시했다. 정부는 최대한 신속하게 심의 절차를 거쳐 이르면 6일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별재난지역 선포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각 지역대책본부장인 시·도지사가 요청하고 행안부를 중심으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타당하다고 인정하면 중앙안전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재가·선포하게 된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국고를 추가 지원하고 의료·방역·방제 등도 지원한다.
 
의정부·철원·천안·충주=전익진·박진호·신진호·최종권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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