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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 디시’ 축제 6년째, 몽펠리에에 한국어 수업이 생겼다

중앙일보 2020.08.06 00:03 종합 19면 지면보기
프랑스 몽펠리에에서 ‘코레 디시’ 페스티벌을 이끌어온 남영호 예술감독.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프랑스 몽펠리에에서 ‘코레 디시’ 페스티벌을 이끌어온 남영호 예술감독.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서울 도착 후 2주 격리 기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책도 읽고, 방문할 곳과 사람들 목록을 정리했다. 내년 축제 준비로 할 일이 많다.”
 

페스티벌 만든 남영호 예술감독
30년 전 유학 떠나 무용가로 정착
한국문화 알리고 싶어 부시장 설득
사물놀이·연날리기·한식 등 소개

프랑스 몽펠리에시(市)에서 6년째 ‘코레 디시(Corée d’ici·‘여기에 한국이 있다’는 뜻)’ 페스티벌을 이끌고 있는 남영호(54) 예술감독의 말이다. 코레 디시 페스티벌은 2015년 이후 매년 11월 20여 일간 공연·전시, 문학, K팝, 음식, 영화 등 한국 문화를 소개해온 축제다. 올해는 11월 13~24일 열릴 예정이다. 코레 디시 페스티벌이 불러일으킨 효과 덕분에 몽펠리에시에서는 지난해부터 중학교 2곳에 제2외국어로 한국어 수업을 하고 있고, 고등학교 1곳에서도 한국어 입문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남 감독의 몽펠리에 생활은 올해로 29년째. 이화여대 무용과 졸업 뒤 1990년 프랑스 파리5대학에서 유학했다. 1992년부터 몽펠리에 시립무용단에서 활동한 그는 2007년엔 ‘코레 그라피(‘한국을 그리다’라는 뜻) 무용단’을 창단했다. 한·불수교 130주년을 2년 앞둔 2013년 그는 당시 몽펠리에시 제1부시장을 찾아가 한국 문화 축제를 제안했다. ‘코레 디시’의 출발점이다. 지난주 서울 정동에서 남 감독을 만났다.
 
어떻게 한국 축제를 제안하게 됐나.
“20여년간 몽펠리에에서 무용가로 살면서 한국 문화를 알리고 싶었다. 몽펠리에는 인구 28만, 8세기에 유럽 최초의 의과대학을 만든 교육도시, 타 문화에 열려 있는 젊은 도시다. 그즈음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었다. 한·불 수교 130주년을 앞두고 ‘바로 이때다’라고 생각했다.”
 
프로그램은 어떻게 구성해왔나.
“사물놀이 연주부터 영화, 전시, 공예, 차 마시기·연날리기·한식 체험 등을 했다. 처음엔 ‘우리 것’ 소개에 주력했지만, 요즘엔 양국 예술인들의 ‘컬래버레이션(협업)’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지난해 한국 만화작가 백영욱과 현지 아티스트가 함께 몽펠리에 오페라극장 소극장에서 공연했는데 반응이 뜨거웠다. 오페라극장 예술감독의 제안으로 올해도 공연한다.”
 
지난해 11월 몽펠리에시 퐁카라드 중학교에서 진행된 한국어 수업.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몽펠리에시 퐁카라드 중학교에서 진행된 한국어 수업. [연합뉴스]

남 감독은 “‘한국 축제’라면 우리 것만 보여주는 걸 생각하기 쉬운데 그건 옛날얘기다. 한국 문화가 프랑스 속으로 스며들게 하려면 함께 어울리며 성장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언젠가는 이 아름다운 한·불 합작 공연을 한국에서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올해 축제 주제는 ‘정체성과 테크놀로지’다. 나물 요리 등 한국의 산채 음식 체험도 열고 세종군포관현악단 공연도 준비하고 있다. 올해는 또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 독후감 쓰기 대회도 연다.
 
시의 지원을 끌어낸 비결은.
“어린이부터 나이 든 사람들까지 함께 즐기도록 했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골고루 좋아해야 시 정부가 움직인다. 또 극장 대관료를 내지 않고 공연하는 게 원칙이다. 돈 주고 비싼 극장을 빌리는 게 아니라 훌륭한 공연을 준비해 극장 측에서 우리 공연을 사도록 해야 한다. 이번 만화 공연도 그렇게 열리는 거다.”
 
남 감독은 코레 디시 축제와 한국어 보급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말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 유공자 상을 받았다. 그는 “1년 365일 중 2~3주 열리는 행사로 한국을 알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1년 내내 다양한 한국 관련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열리게 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남정호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과 마임이스트인 남긍호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가 남 감독의 언니, 오빠다. 공연계 ‘남 트리오’로 불린다.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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