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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태 취약지' 관리 실패가…가평펜션 ·안성양계장 사망사고 불렀다

중앙일보 2020.08.05 18:08
3일 오전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산유리의 한 펜션이 토사에 매몰됐다.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제공]

3일 오전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산유리의 한 펜션이 토사에 매몰됐다.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제공]

 
경기 가평에서 산사태로 일가족 3명이 숨진 펜션이 산사태 관리 지역에서 제외됐던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집중호우로 4일까지 전국에서 숨진 12명 중 10명이 산사태로 사망했지만 대부분의 피해 장소가 산사태 관리 사각지대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산사태 발생 지역 대부분 관리 사각지대 

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4일 오전 6시 기준 집중호우로 12명이 사망하고 14명이 실종됐다. 12명의 사망자중 산사태로 숨진 사람이 10명이다. 하지만 가평 펜션을 비롯한 대부분 피해 지역이 산사태 관리지역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산지는 원래 산림청이 산사태 가능성에 대한 기초 조사를 한다. 하지만 가평 펜션의 경우 사고 장소를 덮친 토사물이 흘러내려 온 산지는 산림청이 산사태를 관리하지 않았다. 임야였던 이 산지의 지목(용도)이 지난해 2월 과수원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목이 바뀌면 관리하는 소관 부처도 달라진다. 산지에 주택을 지으면 행정안전부에서, 태양광 발전 설비를 건설하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관리하는 식이다. 과수원은 농지로 분류하기 때문에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재해방지를 관리한다. 산림청의 경우 산사태 취약지구로 지정하면 토사가 넘치지 않게 막는 구조물을 설치하거나 5월 중순부터 5개월간 해당 지역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배수로를 점검하고 주민 비상연락망을 통해 위험을 알린다. 이번에 사고가 난 지역이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됐다면 사망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셈이다.  
 
연도별 산사태 피해면적.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연도별 산사태 피해면적.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연도별산사테사망자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연도별산사테사망자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가평군, 코로나로 붕괴 우려 건물 점검 못 해 

가평 펜션의 붕괴 사고는 토사를 막기 위해 설치한 옹벽이 무너지면서 발생했다. 가평소방서는 “옹벽과 같은 외벽 균열이나 건물 붕괴 위험 등은 소방점검 대상이 아니어서 점검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가평군청은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국가안전대진단을 실시하지 않아 건물 붕괴 위험 등을 점검하지 못했다"고 했다. 정부는 매년 전국의 주요 시설을 점검하는 국가안전대진단을 실시한다. 급경사지 등 토목건축 분야 점검도 포함된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 19로 인해 중앙부처 소관부서를 제외한 대부분의 시·군·구가 국가안전대진단을 하지 않았다. 
 

평택시, "반도체 부품 공장주가 불법 옹벽 설치"

가건물 형태 작업장에 흙더미가 들이닥쳐 3명이 숨진 경기도 평택 반도체장비 부품공장 부지도 원래는 임야였지만 산을 깎아 공장 부지로 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지목을 변경한 뒤 산지의 지형은 그대로 둔 채 공장과 야산 사이 경사면에 3m 높이의 옹벽 2개를 설치한 점이다. 우충식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방재연구과 박사는 “산지 지형은 그대로인데, 지목 변경 이후 전체적인 산지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옹벽을 친다면 무너질 위험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평택시는 “경사면에 2m 이상의 옹벽·담장을 만들 땐 지자체에 신고해야 하는 하지 않았다"며 "공장주를 미신고 시설을 설치한 혐의로 고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평택시 청북읍 소재 반도체부품 생산 공장에서 옹벽 붕괴에 의한 매몰 사고가 발생했다. 뉴스1

경기도 평택시 청북읍 소재 반도체부품 생산 공장에서 옹벽 붕괴에 의한 매몰 사고가 발생했다. 뉴스1

 

양계장 사고 놓곤 안성시·산림청 책임 공방 

산에서 흘러나온 흙과 돌(토석류)로 사망사고가 난 경기도 안성시의 양계장을 놓고는 산림청과 안성시가 사고 책임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산림청은 양계장 인근 산림에 대한 기초조사를 해 '토양 심도가 깊고 유역면적(빗물이 모이는 면적)이 작다'며 안성시에 산사태 취약지구로 통보했다는 입장이다. 는 지자체가 해당 지역을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안성시는 “산림청이 기초 조사해 안성시에 현장 실태조사 필요하다고 통보한 곳은 이번 산사태가 난 양계장 주변 산림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산사태로 무너진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의 양계장. 연합뉴스

산사태로 무너진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의 양계장. 연합뉴스

  
한편 산림청은 지난해 말 기준 전국 2만6238개소를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관리하고 있다. 이중 이번 집중 호우로 피해가 큰 경기도의 경우 16개 시·군 2237곳이 산사태 취약지역이다.

 
문희철·심석용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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