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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m 떨어져 30분간 머물렀는데…할리스커피 감염 미스터리

중앙일보 2020.08.05 17:34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지속 중인 가운데 '깜깜이' 집단감염 사례가 나왔다. 사진은 중앙방역대책본부가 확진자 방문지로 밝힌 서울 강남구 할리스커피 선릉역점. 연합뉴스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지속 중인 가운데 '깜깜이' 집단감염 사례가 나왔다. 사진은 중앙방역대책본부가 확진자 방문지로 밝힌 서울 강남구 할리스커피 선릉역점. 연합뉴스

강남 할리스커피 확진자 A씨와 홍천 캠핑장 확진자 B씨는 커피숍에서 3m 떨어져 있었는데 어떻게 감염된걸까.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5일 서울 강남 할리스커피 선릉역점 관련 누적 확진자가 총 13명이라고 밝혔다. A씨 회사 동료와 이들의 가족 등 5명에, A씨가 방문한 서초구 식당에서 8명이 추가 확진되면서다.  
 
강원도 홍천 캠핑장 누적 확진자는 할리스커피를 방문했던 B씨를 포함해 총 10명이다.  
 
방대본에 따르면 4일까지 역학조사에서 A씨와 B씨가 앉은 자리는 3m 정도 떨어져 있었고, 커피숍에서 직접 접촉한 정황을 찾지 못했다. 더욱이 두 확진자가 커피숍에 머문 시간도 30분 가량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 모르는 사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침방울(비말)을 통해 전파되기 때문에 통상 2m 거리 내에서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역 당국이 감염 예방을 위해 ‘2m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을 강조하는 이유다. 
침방울은 튀더라도 중력에 따라 보통 2m 내에 떨어지고, 더 이상 날아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할리스커피에서 발생한 ‘3m, 30분 전파 미스터리’를 두고 여러 가능성이 제기된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감염 경로를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예상했다.  
 

①에어컨 통해 공기 전파됐나

전문가들은 A, B씨가 직접 접촉이 없는데도 3m 떨어진 거리에서 확진됐다면, 커피숍 에어컨을 통한 전파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침방울이 어떤 특정한 상황에선 광범위하게 확산이 가능하다”며 “에어컨 공기 흐름을 따라 갔을 경우 침방울이 2m를 넘어 더 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7월 16일 광주시는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휴대전화 매장 에어컨에서 채취한 환경 검체를 광주보건환경연구원에서 검사한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해당 매장의 에어컨의 모습. 연합뉴스

7월 16일 광주시는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휴대전화 매장 에어컨에서 채취한 환경 검체를 광주보건환경연구원에서 검사한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해당 매장의 에어컨의 모습. 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도 지난달 코로나19의 공기 전파 가능성을 인정한 바 있다. 정은경 방대본부장도 소규모 교회 감염이 한창이던 지난달 “밀집, 밀접, 밀폐 등 '3밀(密)' 환경에선 미세한 침방울을 통한 공기 전파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중국 광저우 한 식당에서 에어컨 바람을 타고 코로나가 전파된 사례도 있었다”며 “확진자의 뒤에서 에어컨 바람이 날아와 침방울을 수평으로 날려보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확진자가 세게 재채기나 기침을 했을 때 침방울과 더 작은 에어로졸이 함께 튀어나와 공기를 타고 날아갔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②침방울 묻은 물건 만졌나

A, B씨가 커피숍에서 대면하지 않았더라도 확진자의 침방울이 묻은 손잡이, 컵, 테이블 표면 등 커피숍 내 물건이 매개체가 돼 전파됐을 가능성도 있다.  
 
김 교수는 “확진자 침방울이 묻은 물건을 다른 사람이 손으로 만지고 자신의 눈, 코, 입을 만졌다면 점막을 통해 간접 전파될 수 있다”며 “환경 매개체를 통한 전파도 흔하게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부산항 러시아 선박에서 러시아 선원 40여 명이 무더기 확진된 사례도 역학조사 결과 확진 선원의 베개, 선박 내 테이블, 손잡이 등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온 러시아 선박 페트르원호가 지난달 29일 부산 영도구 한 수리조선소에서 정박해 있다. 송봉근 기자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온 러시아 선박 페트르원호가 지난달 29일 부산 영도구 한 수리조선소에서 정박해 있다. 송봉근 기자

 

③CCTV 사각지대서 접촉했나  

폐쇄회로(CC)TV에서 A, B씨의 접촉 상황이 확인되지 않을 뿐 사각지대에서 두 사람이 접촉했을 가능성도 있다. 코로나19는 현재까지 침방울을 통한 밀접 접촉 전파가 가장 많기 때문이다.  
 
엄 교수는 “CCTV에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두 확진자의 동선이 겹쳤을 가능성도 있다”며 “만약 이게 확인이 안 되면 감염 경로가 끝내 밝혀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방역 당국은 할리스커피와 캠핑장 집단감염 간 연결고리를 조사하면서도, 제3의 감염 경로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그동안 강남 일대에서 집단감염 사례가 여러 건 나온 만큼 A, B씨가 각각 다른 곳에서 감염된 후 우연히 같은 공간에 머물렀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5월 이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5월 이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같이 체류는 했지만, 또 다른 전파의 흐름에 있다가 우연히 같은 장소에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페나 음식점을 이용할 때는 먹거나 마시는 시간 외엔 마스크를 계속 착용해 달라”며 “혼잡한 시간대를 피해서 방문하고, 머무는 시간도 최소화 해달라”고 당부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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