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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보다 꿈, 中수재 고고학과 선택 비꼰 네티즌들 "취직때 울 것"

중앙일보 2020.08.05 10:01
중국 후난성에서 문과 4등을 차지한 중팡룽이 취업에 유리한 경영학 관련 전공을 선택하지 않고 고고학과를 선택해 중국 사회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중국 후난성에서 문과 4등을 차지한 중팡룽이 취업에 유리한 경영학 관련 전공을 선택하지 않고 고고학과를 선택해 중국 사회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예년보다 한 달 늦게 지난달 초 치러진 중국 가오카오(高考, 대입시험) 성적이 최근 공개되기 시작하면서 중국 사회에 화제가 만발하고 있다.
 

중국 대입 후난성 문과 4등 차지한 중팡룽
부모가 7년간 외지서 일하며 학비 뒷바라지
인기학과 대신 베이징대 고고학과 선택
일부 네티즌, “취직할 때 울 것” 개탄
발끈한 고고학계, 선물 보내며 응원

중국 후난성 레이양시에 속한 작은 마을 퉁런촌의 중팡룽이 후난성 문과 4등의 좋은 성적을 내자 교장을 포함해 선생님 50여 명이 야밤에도 불구하고 9대의 차에 나눠 타고 중팡룽의 집으로 기쁜 소식을 전하러 달려가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중국 후난성 레이양시에 속한 작은 마을 퉁런촌의 중팡룽이 후난성 문과 4등의 좋은 성적을 내자 교장을 포함해 선생님 50여 명이 야밤에도 불구하고 9대의 차에 나눠 타고 중팡룽의 집으로 기쁜 소식을 전하러 달려가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광시(廣西)장족(壯族) 자치구 난닝(南寧)의 한림학원(翰林學院) 주택단지는 단지에서 베이징대나 칭화(淸華)대 합격자가 나오면 ‘10000만 위안(약 170억원)’의 격려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으나 확인 결과 ‘10000 위안(약 170만원)’으로 알려져 웃음을 샀다.

 
지난달 23일 후난성 퉁런촌에 사는 중팡룽의 집으로 달려온 학교 선생님 50여 명과 마을 주민이 폭죽을 터뜨리며 후난성 문과 4등을 차지한 중팡룽의 고득점을 함께 기뻐하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지난달 23일 후난성 퉁런촌에 사는 중팡룽의 집으로 달려온 학교 선생님 50여 명과 마을 주민이 폭죽을 터뜨리며 후난성 문과 4등을 차지한 중팡룽의 고득점을 함께 기뻐하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장쑤(江蘇)성에서 필수과목인 국어, 영어, 수학에서 문과 1등을 차지한 바이샹링(白湘菱)은 선택과목인 역사에서 B+ 등급을 받아 AA 등급을 요구하는 베이징대학이나 칭화대학에는 원서조차 낼 수 없는 형편이 됐다.

 
중국 광시장족자치구 난닝의 한림학원주택단지는 단지에서 베이징대나 칭화대 합격자가 나올 경우 ‘10000만 위안(약 170억원)’의 격려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으나 ‘10000위안’을 잘못 쓴 것으로 밝혀져 웃음을 샀다. [중국 신경보망 캡처]

중국 광시장족자치구 난닝의 한림학원주택단지는 단지에서 베이징대나 칭화대 합격자가 나올 경우 ‘10000만 위안(약 170억원)’의 격려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으나 ‘10000위안’을 잘못 쓴 것으로 밝혀져 웃음을 샀다. [중국 신경보망 캡처]

입시생의 각종 애환이 엇갈리는 가운데 최근 중국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학생은 돈보다 꿈을 선택한 후난(湖南)성 레이양(耒陽)시 위칭(余慶)향 퉁런(同仁)촌에 사는 중팡룽(鍾芳蓉)이다.
 
중국 장쑤성에서 국어와 영어, 수학의 필수 과목에서 문과 1등을 차지한 바이샹링은 선택과목인 역사에서 B+ 등급을 맞아 A 등급 이상을 요구하는 중국 명문대학으로의 진학길이 막혔다. [중국 신경보망 캡처]

중국 장쑤성에서 국어와 영어, 수학의 필수 과목에서 문과 1등을 차지한 바이샹링은 선택과목인 역사에서 B+ 등급을 맞아 A 등급 이상을 요구하는 중국 명문대학으로의 진학길이 막혔다. [중국 신경보망 캡처]

 
 
지난달 23일 밤 작은 마을 퉁런촌에 차량 9대가 들이닥쳤다. 중팡룽이 다니던 학교인 레이양정위안(正源)학교 교장을 포함해 50여 선생님들이 중팡룽의 가오카오 고득점을 알리기 위해 직접 집으로 찾아온 것이다.
 
 
중팡룽은 총점 750점 중 676점을 얻어 후난성 문과 부문의 시험을 치른 18만 5000명 중에서 4위를 차지했다. 중국 최고의 학부 합격은 떼놓은 당상으로 감격에 겨운 선생님들은 퉁런촌 촌민과 함께 밤새 폭죽을 터뜨리며 중팡룽의 고득점 획득을 기뻐했다.
 
이튿날인 24일과 25일엔 지난 7년 동안 광둥(廣東)성으로 돈벌이를 나갔던 부모가 돌아와 딸을 격려했다. 중팡룽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학교 기숙사에서 공부했고, 한 달에 한 번 집으로 돌아와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생활했다.
 
중국 대입시험에서 후난성 문과 4등을 차지한 중팡룽의 부모는 지난 7년간 광둥성에서 일하며 중팡룽의 학비를 뒷바라지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중국 대입시험에서 후난성 문과 4등을 차지한 중팡룽의 부모는 지난 7년간 광둥성에서 일하며 중팡룽의 학비를 뒷바라지했다. [중국 신화망 캡처]

 
부모는 외지에서 딸의 학비를 버느라 지난 7년간 고향을 찾은 건 불과 서너 번에 불과했다고 한다. 중국 사회는 이런 어려움 속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중팡룽의 노력에 놀랐지만, 그의 전공 선택에 다시 한번 놀랐다.
 
중팡룽은 베이징대학 고고학과에 지원했다. 이에 중국의 적지 않은 네티즌이 “취업할 때는 울게 된다”라거나 “그렇게 들어가기 어려운 베이징대학에 가면서 왜 더 인기 있는 전공을 선택하지 않느냐”는 등의 글을 올렸다.
 
중국 후난성에서 문과 4등을 차지한 중팡룽이 출세에 좋다는 인기학과 대신 고고학과를 선택하자 중국 고고학계가 환호하며 중팡룽에게 각종 고고학 서적을 보내는 등 응원에 나섰다. [중국 신화망 캡처]

중국 후난성에서 문과 4등을 차지한 중팡룽이 출세에 좋다는 인기학과 대신 고고학과를 선택하자 중국 고고학계가 환호하며 중팡룽에게 각종 고고학 서적을 보내는 등 응원에 나섰다. [중국 신화망 캡처]

 
또 “이런 가정환경이라면 졸업 후 더 많은 돈을 벌 전공을 선택해야 한다. 예를 들면 경영관리학과 등”과 같은 조언을 했다. 어떤 이는 고고학을 선택한 중팡룽의 ‘전도(前途, 앞날)’는 정말로 ‘전도(錢道, 돈줄)’가 없다는 악담에 가까운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에 중국 고고학계가 발끈했다. “중국 고고학계의 모든 이가 당신을 반긴다”, “졸업 후 우리 쓰촨(四川)성 고고학 단원에 동참하기 바란다”와 같은 응원 글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인기학과 대신 고고학을 선택한 중팡룽에게 중국의 적지 않은 네티즌이 ’취업할 때 울 것“이라며 걱정하자 발끈한 중국 고고학계가 각종 선물을 중팡룽에게 보내며 응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인기학과 대신 고고학을 선택한 중팡룽에게 중국의 적지 않은 네티즌이 ’취업할 때 울 것“이라며 걱정하자 발끈한 중국 고고학계가 각종 선물을 중팡룽에게 보내며 응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산시(山西)성 고고(考古)연구원과 후난성 문물고고연구소, 선양(瀋陽) 박물원, 허난(河南)성 문물고고연구원, 깐쑤(甘肅)성 문물고고연구소 등 10여 개가 넘는 고고학 연구소에서 귀한 고고학 서적을 중팡룽에게 증정하며 그의 선택을 축하하고 있다.
 
중팡룽은 중국 고고학계에서 ‘둔황(敦煌)의 딸’로 불리는 판진스(樊錦時)의 영향을 받아 고고학 전공을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올해 82세의 판진스는 1963년 베이징대학을 졸업한 뒤 둔황연구소에서만 40여 년을 근무한 학자다.
 
중국 후난성 문과 4등의 중팡룽이 베이징대 고고학과를 선택한 데는 ‘둔황의 딸’로 불리는 고고학자 판진스의 영향이 절대적으로 작용했다. [중국 인민망 캡처]

중국 후난성 문과 4등의 중팡룽이 베이징대 고고학과를 선택한 데는 ‘둔황의 딸’로 불리는 고고학자 판진스의 영향이 절대적으로 작용했다. [중국 인민망 캡처]

 
한편 중팡룽은 “내가 좋아하는 고고학 공부를 하는 것으로 만족한다”며 고고학 전공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고 그의 아버지 또한 “농촌 사람은 돈을 가장 걱정하는 데 아이는 돈에 관해선 관심이 적다”며 “자기 좋아하는 일 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찬성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중팡룽의 우상인 판진스가 지난 3일 자신의 저서인 『내 마음의 고향 둔황: 판진스 자술』을 중팡룽에게 선사했다. “초심을 잃지 말라. 자신의 이상을 굳건히 지키며 차분한 마음으로 열심히 공부하라”는 덕담과 함께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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