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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le of law, rule by law 혼동한 여당 "윤석열, 반정부투쟁"

중앙일보 2020.08.05 00:02 종합 3면 지면보기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3일 열린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대검찰청]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3일 열린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대검찰청]

윤석열 검찰총장의 ‘법의 지배’ 등 발언을 비판하는 여당의 메시지가 쇄도했다. “독재와 전체주의는 본인의 자화상”(유기홍), “사실상 반정부 투쟁 선언”(신동근) 같은 비난 의견이 잇따랐다.
 

[view]
윤석열, 법의 지배 ‘rule of law’ 명시
국민주권·삼권분립 핵심 기둥
국민 합의에 의한 법의 지배 의미
rule by law는 시민통제 수단 성격

특히 신정훈 의원은 4일 윤 총장을 향해 “매우 충격적”이라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개인을 지배하는 것은 양심이고 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상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법은 양심과 상식의 경계를 정하는 도구”라며 “일반인에게 ‘법의 지배’ 같은 무서운 말은 위험하게 들린다”고 말했다. 이는 ‘법의 지배(rule of law)’와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를 혼동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법의 지배’ 즉 법치주의는 교과서에도 나오는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다. 윤 총장도 원고에  ‘rule of law’라고 명시했다. 반면에 수단적 성격이 강한 ‘법에 의한 지배’는 권력자의 의지로 시민을 통제하거나 준법 등을 말할 때 쓰인다.
 
민주국가를 떠받치는 핵심 기둥은 ‘법의 지배’를 강조한 국민주권(로크)과 삼권분립(몽테스키외) 이론이다. 사회계약론자인 로크는 개인이 국가에 양도한 권력의 행사는 오직 국민이 합의한 원칙인 ‘법의 지배’로만 이뤄져야 하며, 국민 의사에 반하는 권력은 심판할 수 있다고(저항권) 봤다(『통치론』).
 
몽테스키외는 ‘법치’에 의한 국민주권을 실현하기 위한 효과적 장치로 삼권분립을 내세웠다. 독점 권력의 폭주를 막기 위해 입법·행정·사법권으로 나누고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감시토록 했다(『법의 정신』).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법치주의는 ‘법으로 시민을 통제한다’기보다 ‘통치자가 오직 법에 의해서만 권력을 행사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특히 대통령의 권한이 막강한 한국에선 정부를 견제하는 의회의 역할과 사법부의 독립이 중요하다. 윤 총장이 지난 3일 발언에서 ‘헌법 가치를 지키는 법 집행’ ‘권력형 비리에 대한 엄정 수사’를 주문한 것도 같은 뜻이다.
 
‘상식’과 어긋나는 신 의원의 ‘법의 지배’ 비판은 운동권 시절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그는 1985년 미국문화원 점거 사건으로 징역 3년을, 이후에도 공무집행방해·음주운전 등으로 네 차례 더 징역·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운동론적 민주주의관은 대의제에 부정적이다. 의회를 조직하고 움직이는 정당의 역할을 폄훼한다”고 지적했다. “다원적 통치제인 대의제 대신 직접민주주의를 진정한 민주주의로 이해하고, 모든 사람을 다수의 ‘총의(總意)’에 복종하도록 강제하기” 때문이다(2019 김대중 학술회의).
 
미국 정치학자 후안 린츠는 『민주주의 체제의 붕괴』에서 “가장 위험한 적은 스스로를 민주주의자라고 생각하고 자신이 민주주의를 구하거나 개선하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윤석만 사회에디터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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