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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유일 軍골프장" 대안없이 태릉 내준 국방부 속으로 끙끙

중앙일보 2020.08.04 15:22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4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확대 방안엔 서울 노원구 군 태릉골프장을 택지로 개발해 주택 1만호를 공급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국방부, 대체지 없는 골프장 택지 개발 반대

국방부는 태릉골프장을 제공하고 대체 부지로 수도권의 다른 골프장을 받는 방안을 국토교통부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체 부지가 정확히 어딘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4일 정부의 수도권 택지 공급 확대 방침에 따라 택지로 개발 예정인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일대. [뉴스1]

4일 정부의 수도권 택지 공급 확대 방침에 따라 택지로 개발 예정인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일대. [뉴스1]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부 장관과 국토부 장관이 태릉골프장과 대체 부지를 바꾸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도 “대체 부지는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경기도 하남의 미군 성남골프장이 가장 유력한 대체 부지로 꼽힌다. 성남골프장은 2017년 미군이 용산기지를 떠나 경기 평택 캠프 험프리스로 이전하면서 폐쇄됐다. 대체 부지가 성남골프장이냐는 문의에 대해선 국방부는 “아니다”고 부인한다. 물론 “현재로선”이란 단서가 붙는다.
 
이는 4일 홍 부총리의 발표 시점까지 국방부와 국토부가 태릉골프장의 대체 부지에 대해선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는 뜻이다.
 
당초 국방부는 태릉골프장의 대체 부지를 확보해야만 양도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도심 개발로 잇따라 군부대 이전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군은 대체 부지를 확정해야만 옮길 수 있다는 원칙을 세웠다. 광주 상무지구(상무대)나 서울ㆍ경기도 위례신도시(남성대) 등 군부대 부지를 택지로 개발했을 때도 부대를 옮길 자리를 먼저 잡아놓고 사업을 진행했다.
 
이번엔 기존 원칙과 달리 원칙적 합의에 덜컥 태릉골프장을 내준 셈이다. 정부 소식통은 “당장 주택 문제를 해결하려는 청와대의 압력이 거셌고, 이에 국방부가 굴복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대체 부지 없이 태릉골프장을 양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심 국방부가 끝까지 버티기를 바랐던 군은 불만이 끓는다. 군 관계자는 “서울에 주소를 둔 유일한 골프장인 태릉골프장은 현재 군이 가질 수 있는 몇 안 되는 ‘특혜’”라며 “군 내부에선 군의 위상이 약해지면서 소소한 특혜마저 사라지고 있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서울환경운동연합 회원이 태릉 그린벨트 해제를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연합뉴스]

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서울환경운동연합 회원이 태릉 그린벨트 해제를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군 골프장에 대한 국민 여론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아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다. “역사적 가치와 국가 전략적 가치가 매우 높은 중요한 지역을 아파트 몇 채와 바꿔서도 안 된다”는 예비역 장성 단체인 성우회와 “태릉골프장을 녹지공간으로 보존해야 한다“는 인근 주민과 환경단체 외에는 이전 반대 목소리가 크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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