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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하던 양승태 'KKSS' 닮아간다, 이탄희·이수진·최기상 침묵

중앙일보 2020.08.04 05:00
지난 4월 총선에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당시 후보)이 유권자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던 모습. [뉴스1]

지난 4월 총선에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당시 후보)이 유권자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던 모습. [뉴스1]

이제 검찰은 정리됐으니 법원의 차례라 생각하는 걸까. 여권의 재판 흔들기가 정치의 일상처럼 반복되고 있다. 지난 6월엔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대법원 유죄 판결을 문제삼더니, 이젠 김경수 경남지사의 항소심이 도마에 올랐다. 
 

[현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 출마한 김종민 의원은 지난 1일 경남도당 연설에서 "김경수 지사님 법사위에서 혹시 경남을 위해서 할 일 없나요. 제가 바로 앞장서서 뛰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이 속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법원과 검찰을 소관기관으로 두고, 국정감사 등을 맡는다. 김 의원은 "김 지사 개인이 아닌 경남을 위해 할 일이 있으면 하겠다"는 뜻이라지만 누가 이 말을 그리 해석할까.
 

이탄희·이수진·최기상은 왜 침묵하나 

판사들은 이런 여당의 행태를 보며 한때 법복을 입은 동료였던 이탄희·이수진·최기상 의원을 본다. 모두 사법개혁과 재판독립을 외치며 민주당 간판으로 당선된 판사 출신 의원들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 1월 민주당 10호 영입인재였던 이탄희 전 판사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 1월 민주당 10호 영입인재였던 이탄희 전 판사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의 출마를 지지했던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이럴 때 법원 독립을 위해 한마디라도 해주길 기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당 실세 의원들의 재판 흔들기에 세 초선 의원은 침묵만 지키고 있다. 
 
각자의 SNS에 홍보성 게시물은 넘쳐나지만 법원 독립 훼손이란 '방 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는 외면하고 있다. 이들과 법원에서 국제인권법연구회 활동을 했던 판사 출신 변호사는 "현재 정치 지형에서 초선 의원은 결국 거수기 역할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누구나 알고 있는 문제지만 말하길 피하는 문제를 뜻하는 관용어 
  

판사들 "검찰 끝나면 우리 차례"

지금 법원에 남은 판사들은 무너져가는 검찰의 모습을 남의 일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한동훈 검사장이 기소했던 판사들은 지금 한동훈을 보며 동병상련을 느낀다.  
 
판사들은 검찰의 시간이 끝나면 법원의 시간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 국회 추천위원회가 추천한 외부 인사에게 법관 인사를 맡기자는 이탄희 의원 법안에 "지금 여당엔 맡길 수 없다"는 판사가 태반이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가 1일 경남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가 1일 경남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76석을 지닌 여당 의원들의 발언은 말 한마디에 엄청난 무게감이 실린다. 모두 현실이 될 수 있어서다. 그래서 김종민 의원의 발언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13:0(불법정치자금 3억 수수), 8:5(불법정치자금 6억 수수)로 유죄 판결을 받은 한 전 총리를 "사법농단의 피해자"라 말하는 김태년 원내대표의 발언도 지나가는 말로 들리지 않는다. 
 

與 "검찰 개혁 다음은 법원 개혁"  

이수진 의원은 지난 1월 중앙일보와의 출마 인터뷰에서 다음 국회에선 (검찰 개혁 이후) 사법개혁이 필요하다는 최재성 당시 의원의 집요한 영입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탄희 의원과 최기상 의원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법복을 벗으며 동료들에게 '법복정치인'이란 비난을 받았던 이들에겐 '사법개혁'은 중요한 명분이었다. 하지만 그 사법개혁의 본질인 재판 독립이 훼손되는 순간마다의 침묵은 이들의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3월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21대 총선 출마를 선언한 모습. [뉴스1]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3월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21대 총선 출마를 선언한 모습. [뉴스1]

당에는 당론이 있어 따라야 하고, 같은 당 의원을 비난하는 건 보수 언론과 야권에 이용될 수 있다는 이유는 구차하다. 만약 이 때문에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세 판사들이 비판했던 양승태 대법원의 일명 'KKSS(까라면 까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문화와 다를 바가 없다. 그들도 당시엔 '외부세력'으로부터 법원을 지킨다며 말해야 할 것을 말하지 않았다. 
 
문제를 직시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다. 방 안의 코끼리를 먼저 코끼리라 불러야 그 다음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사법개혁의 핵심은 법원과 재판의 독립이다. 세 의원은 당 안의 코끼리를 외면하지 말아달라.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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