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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윤의 이코노믹스] 일자리보다 소득 창출이 경제정책 최우선 목표 돼야

중앙일보 2020.08.04 00:18 종합 24면 지면보기

한국판 뉴딜 성공하려면

박재윤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박재윤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정부는 지난달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안전망 강화를 포함하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매우 의욕적인 것으로 코로나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한국경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계획에 코로나19에 대한 예방백신과 치료제의 개발을 비롯한 ‘안티(anti) 코로나 뉴딜’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그것은 구미 선진국들이 할 일이라는 무의식이 작용한 것이 아닌가 싶다.
 

한국판 뉴딜에 소득 창출 고민 없어
일자리 수만 늘어나서는 효과 없어
‘안티(anti)코로나 뉴딜’ 꼭 포함하고
실질적으로 소득 늘어야 뉴딜 성공

한국의 의학계 및 의약계의 수준과 능력으로 볼 때 안티 코로나 뉴딜은 우리가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과제다. 그것이 성공했을 때의 막대한 경제적 이익, 국가적 위상의 제고, 인류사회에의 기여까지 생각하면 안티 코로나 뉴딜은 한국판 뉴딜의 3대 뉴딜(디지털·그린·안전망 )에 또 하나의 뉴딜로 반드시 추가됐어야 할 일이었다.
 
한국판 뉴딜은 28개 프로젝트에 160조원을 투자함으로써 일자리 190만개를 창출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규모의 소득을 창출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이와 관련해 한국판 뉴딜뿐만 아니라 최근의 정부 경제정책에서 매우 주의해야 할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즉 경제정책은 일자리 창출을 중요한 목표로 설정할 수 있지만, 경제정책 및 투자의 직접적인 최우선 목표로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요컨대 고용 정책의 최우선 목표는 단순히 양적인 차원의 ‘고용 증대’가 아니라 실질적인 ‘소득 창출’이 최대화돼야 한다는 의미다.
  
일자리 못 구하면 보조금 지원
 
그라픽=최종윤

그라픽=최종윤

예를 들어 10억원을 투자하는 경우를 보자. 일자리 100개를 창출하고 1억원의 연간소득을 창출하는 A 사업과 일자리 80개를 창출하고 연간소득 1억2000만원을 창출하는 B 사업 중 어느 사업을 투자 대상으로 선정할 것인가? 일자리 창출을 경제정책의 직접적인 최우선 목표로 한다면 A 사업을 선택해야 하지만, 소득 창출을 경제정책의 직접적인 최우선 목표로 한다면 B 사업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전자는 자본 생산성이 0.1이고 노동생산성은 100만원이다. 후자는 자본 생산성 0.12와 노동생산성 150만원의 결과를 낳는다.
 
경제정책은 당연히 B 사업을 선택하고 그로 인해 창출하지 못하는 일자리 20개, 즉 실직자 20명에 대해서는 후자를 선택함으로써 더 얻게 되는 소득 2000만원을 조세 및 보조금을 통해 재분배함으로써 국민 전체의 후생을 높여야 할 것이다. A 사업의 경우에는 100명이 연간 100만원씩의 소득을 얻지만, B 사업의 경우에는 취업자 80명이 세후 125만원씩의 소득을 얻고 실직자 20명은 재분배(보조금)를 통해 100만원씩의 소득을 얻게 된다. 일자리 창출은 경제정책의 매우 중요한 목표이지만, 소득 창출에 우선하는 직접적인 목표가 돼서는 곤란하다는 점을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한국판 뉴딜의 바람직한 확장

한국판 뉴딜의 바람직한 확장

한국판 뉴딜은 28개 프로젝트에 160조원을 투자함으로써 일자리 190만개를 창출한다면서도 이들 프로젝트에 의해 얼마만큼의 소득이 창출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정부가 가능한 모든 잠재적 투자 대상의 소득창출 효과를 비교·검토해 소득창출 효과가 가장 큰 투자대상들을 선정했는지가 불분명하다. 앞으로 한국판 뉴딜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현재 한국판 뉴딜에 포함된 투자대상에 대한 소득창출 효과는 면밀하게 검토돼야 한다. 이런 검증 절차를 통해 생산성이 낮은 투자대상은 생산성이 보다 높은 투자대상으로 대체하고 그만큼 감소하는 일자리에 대해서는 재분배를 통해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사람을 지원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강조하고 싶은 것은, 디지털 뉴딜에는 ▶DNA(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 생태계 강화 ▶비대면 산업 육성 ▶SOC 디지털화에 ▶디지털 및 지식력 교육·훈련이 추가돼야 한다는 점이다. 먼저 디지털 교육·훈련에는 디지털 인프라의 구성과 작동원리부터 ▶디지털 인프라의 물리적 안전 ▶네트워크상의 보안 ▶사용자의 건강관리 등을 포함하는 디지털 안전이 필수적이다. 나아가 저작권 및 프라이버시 존중, 유언비어 및 디지털 조작의 예방, 환경문제에 대한 고려 등을 포함하는 디지털 윤리에 대한 교육·훈련도 포함되는 게 바람직하다.
  
디지털 뉴딜은 교육·훈련 필수
 
디지털 인프라 사용자들에 대한 지식력 교육·훈련도 실시돼야 한다. 여기서 지식력이란 ‘정보를 이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능력’을 말하는데, 정보력·창의력·협력력으로 구성된다. 우선 정보력은 정보를 풍부히 수집하고 정확히 분석해서 안전하게 저장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능력이다. 창의력은 같은 것을 반복하지 않고 보다 나은 방법을 끊임없이 찾아내는 능력이다. 협력력은 이러한 정보력과 창의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동료 및 상·하급자는 물론 경쟁자들과도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런 능력을 디지털 인프라의 사용자들이 제대로 갖추어야만 디지털 인프라를 제대로 활용해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지식력 강화를 위한 교육·훈련 프로그램은 필자의 ‘지식사회 지혜모형(성공하는 삶의 9가지 지혜)’ 등을 포함해 시중에 다수가 공급돼 있다.
 
정부는 교육·훈련을 위한 인력과 시설을 갖춘 기업과 금융기관에는 깊이 있는 디지털 및 지식력 교육·훈련의 실시를 권장할 필요가 있다. 또 교육·훈련을 위한 인력과 시설을 갖추지 못한 중소 상공업과 자영업 구성원에 대해서는 대학을 포함한 공공교육·훈련기관이 교육·훈련을 제공해 주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들 교육·훈련은 전적으로 온라인으로 진행될 수 있으므로 공공교육·훈련기관이 이런 지원을 제공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그린 뉴딜에는 도시미관의 정비도 포함돼야
그린 뉴딜에는 ▶도시·공간·생활 인프라의 녹색 전환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 ▶녹색산업 혁신생태계 구축과 더불어 ▶도시미관 및 스카이라인의 정비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한국의 대다수 도시에서는 번화가의 건물 간판들이 너무 난립해 있고 커서 흉물스럽다. 더구나 스카이라인이 전혀 고려되지 않아 건물의 미관은 물론 거리 전체의 미관, 나아가서는 도시 전체의 미관을 망가뜨리고 있다. 기존 건물의 간판 등 외관을 대대적으로 정비해 아름다운 거리와 도시를 만들고, 앞으로는 건물 설계사가 건물에 부착될 간판의 위치와 크기, 간판 글자의 크기와 글자 수까지 설계하고 건축허가심사에서 간판설계까지 심사해 아름다운 도시 경관을 유지해 나가야 한다.
 
안전망의 강화에는 주거안정도 포함하자. 한국판 뉴딜의 ‘안전망 강화’에는 ▶고용 안전망 강화 ▶사회안전망 강화 ▶사람 투자가 포함돼 있다. 여기에 ▶주거생활의 안정이 추가돼야 한다. 2015~2018년 평균 주택보유율이 55.9%에 지나지 않음으로써 주택가격이 폭등하고 주택 투기가 난무하는 것이 한국의 낯부끄러운 현실이다. 이런 문제는 한국판 뉴딜을 통해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의·식생활과 더불어 주거생활이 안정돼야 고용안정과 사회안전도 의미가 있게 된다. 같은 기간 중 주택보급률이 103.1%이므로 앞으로 장기할부주택금융제도를 정착시켜 주택보유율을 95%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면 한국판 뉴딜은 주거 안정을 강화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선진경제권에 진입해야 한다. 한국판 뉴딜은 이같이 그 범위가 크게 확장되고 소득창출에 보다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정부는 정기적 추진회의 등을 통해 효과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중진 경제권의 선두에 서 있는 한국경제가 한국판 뉴딜의 최종연도인 2025년에는 선진경제권에 진입하거나 선진경제권에 한 걸음 더 근접하기를 기대한다.
◆박재윤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화폐 금융의 전문가로 서울대 교수를 거쳐 대통령 경제수석, 재무부·통상산업부 장관을 지냈고, 부산대와 아주대 총장을 역임했다.

 
박재윤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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