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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폭염 온다더니 역대급 장마…못 믿을 기상청

중앙일보 2020.08.04 00:03 종합 30면 지면보기
남부에 이어 중부 지방을 강타한 장맛비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커지고 있어 걱정스럽다. 지난달 부산 등 남부 지역에 물폭탄을 뿌린 장마전선이 중부로 이동해 충청과 수도권에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
 

400억짜리 수퍼컴 도입하고도 번번이 오보
코로나와 폭염 등 기상변화 전문적 연구 해야

산사태로 도로가 유실되고 폭우로 불어난 급류에 휩쓸려 숨지는 사건도 발생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번 장마는 앞으로도 1주일 이상 계속된다고 한다. 1000만 수도 서울의 강남네거리는 하수가 역류해 또 물난리가 벌어졌다. 서울시가 약속한 종합 배수 대책은 공염불이었다. 비 피해가 커지자 급기야 경남 양산 사저에서 휴가를 보내던 문재인 대통령도 어제 급히 상경했다.
 
이번 사태를 경험하면서 많은 국민은 하늘을 원망하기에 앞서 기상청의 역량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한다. 폭염(최고기온 33도 이상)이 시작돼야 할 ‘7말 8초’ 휴가철 피크에 물폭탄이 쏟아진 데다 기상청의 예보가 너무 자주 틀리기 때문이다.
 
지난 5월 기상청은 올여름에 기록적인 폭염이 몰아닥치고 평년에 9.8일이던 폭염 일수가 올해는 최장 25일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예보했다. 하지만 7월의 평균기온은 평년기온보다 2도가량 낮았다. 기상청의 전망이 크게 빗나간 것이다.
 
기상청은 북극 주변에 이상고온 현상이 발생해 시베리아의 기온이 한반도보다 높아지면서 찬 공기를 한반도 쪽으로 보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과거 기상청은 수퍼컴퓨터가 없어 오보가 양산된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따라 국민 예산으로 대당 400억원짜리 수퍼컴퓨터를 2000년부터 5년마다 새로 도입하고 있다.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 다섯 번째 수퍼컴퓨터가 들어온다.
 
기상청은 2010년까지 사용하던 일본형 수치예보모델을 2010년부터 영국형으로 바꿨고, 한국형 수치예보모델로 발전시키고 있다. 게다가 기상 관측 전용 위성 천리안 2A를 2018년 발사해 지난해부터 실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장비와 관측 자료가 아무리 잘 갖춰져도 이를 정확하게 해석하고 판단하는 전문가가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수퍼컴퓨터와 하늘 탓만 할 일이 아니다.
 
사실 기후변화에다 코로나19까지 겹쳐 지구와 대기 환경에는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변화가 속속 초래되고 있다. 장마의 특성도 계속 변하고 있고, 코로나19로 인한 항공기 운항 횟수 감소로 기상 관측 정보가 줄어 예보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기상청도, 국립기상과학원도 코로나19와 한반도 기상 변화의 상관성 연구는 전무하다.
 
공군 기상단장 출신인 김종석 기상청장은 2018년 취임 이후 “내 머리 위의 비를 맞히자”며 직원들을 독려해 왔다. ‘하늘을 친구처럼 국민을 하늘처럼’ 구호를 내세워 “국민이 만족하는 기상서비스를 실현하겠다”고 다짐했다. 지금 국민은 그 다짐이 제대로 실행되는지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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