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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의 반영'서 '여론 독점' 창구로 변질…포털의 실검 서비스 꼭 필요한가

중앙일보 2020.08.03 19:24
최근 포털 사이트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검) 챌린지'를 두고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실검이 다수 여론과 다른 특정 집단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면서다.
 

“실검 챌린지, 다수 여론 점하려는 목적”

'실검'은 현재 이용자들이 어떤 키워드에 가장 관심이 높은지가 반영되는 창구다. 하지만 최근 실검은 일부 '실검챌린지' 집단의 정치적 의사 표현 수단으로 이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부 이용자들이 특정 문구를 실검 1위로 밀어올려 이슈를 독점하는 것이다.  
 
포털 실검이 본래 목적과 달리 정치적으로 변질된 건 2017년 8월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부터다. '실검 전쟁'은 당시 친문 성향 이용자들이 포털에 '고마워요 문재인'을 실검 1위로 올리면서 시작됐다. 이후 지난해 '조국 사태'를 거치며 양쪽 지지층이 '조국 힘내세요'과 '조국 사퇴하세요' 등으로 충돌하며 실검 순위 다툼을 벌였다.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90년대에는 길거리에 아무리 나가도 바뀌는 게 없다는 절망감이 있었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 이후로 '우리가 하면 뭔가 되네' 하는 정치적 효능감이 생겼다"며 "실검 챌린지는 지향점을 적극 표현하고 그 안에서 집합적 고양감을 채우려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8월 28일 오전 11시 기준 네이버 연령대별 급상승 검색어. [사진 네이버 캡처]

지난해 8월 28일 오전 11시 기준 네이버 연령대별 급상승 검색어. [사진 네이버 캡처]

 

'실검'이 진영 간 양극화 부추겨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교수는 "실검은 다수 의견이라는 것을 과시하는 하나의 도구로서 정치 행동주의의 대상이 됐다"면서 "실검 챌린지를 통해 자신이 가진 생각을 전파하는 동시에 다수 여론을 점하고자 하는 목적성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여론 공간에서 집단행동을 통해 자기 의견을 표출하는 것이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정치 양극화와 맞물려서 나타나는 게 문제"라며 "실검이 진영 간 프레임 싸움의 도구가 되면서 사회의 극단화를 더 부추기는 결과론적인 부작용들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또 소수 집단이 마음을 먹으면 쉽게 여론을 형성할 수 있어 여론 자체에 대한 신뢰 저하나 왜곡 현상이 발생하고 사회 노동자 계층이 실검 챌린지 주체에서 소외된다는 지적도 있다. 정의철 상지대 미디어영상광고학 교수는 "실검에 오르는 이슈들은 가볍게 순간적으로 만들어진 주제로, 실제 국민들에게 밀접한 이슈인지는 고민해 봐야한다"며 "이전엔 인터넷이 아래로부터 시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경로로 여겨졌지만 최근엔 우리 사회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중요한 제도적·정책적 요구 목소리는 잘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네이버 카페 ‘617 규제 소급적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모임’ 캡처.

네이버 카페 ‘617 규제 소급적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모임’ 캡처.

 

실검은 한국 특성…폐지 지적도

실검 시스템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높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실검 챌린지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한국적 특성"이라며 "최근 나타난 문제들은 실검 시스템을 없애면 해결될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포털에서 제공하는 실검 리스트를 가나다순으로 정렬하거나 실제 여론과 관계없다는 문구를 명기하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 측은 "의견을 표출하고 개진하는 부분은 개인의 자유"라며 "실검 챌린지가 여론 왜곡인지에 대해서도 해석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또 제기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실검 시스템을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기술적인 조치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와 달리 포털 사이트 다음은 지난 2월  사이트 '다음'은 실시간 이슈 검색어가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결과의 반영이 아닌 '현상의 시작점' 됐다며 실시간 검색어 기능을 폐지했다. 네이버 역시 지난해 10월 한성숙 대표가 여민수 카카오 대표와 함께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해 의원들로부터 실검 서비스 개선 요구를 받은 바 있다. 당시 한성숙 대표는 "사람이 직접 입력하는 것은 개인의 의사에 따른 것이며 별도의 조치를 네이버가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답변했다. '드루킹(매크로)'처럼 기계를 이용해 '업무'를 방해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불법으로 판단할 순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2일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오른쪽)와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뉴스1

지난해 10월 2일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오른쪽)와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뉴스1

 

"언론 역할‧교육 필요해"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대중들의 정치적 대립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언론의 역할을 강조했다. 윤 교수는 "대중들이 의사를 표현하게 하고 언론은 사실관계를 확인해주면서 토론의 장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언론이 '실제 여론은 이렇다'는 사실을 확인해주는 기능을 충실히 하고, 미디어별 특성에 따라 고유의 역할을 수행하면 된다"고 했다. 또 "'다음'은 실검을 폐지했기 때문에 오히려 양대 포털인 다음과 네이버 중에서 대중들의 선택권이 보장되지 않냐"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언론과 미디어에 대한 정규 교육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터넷에 게재하는 자신의 글 하나, 의사표현 하나에 얼마나 큰 책임감이 부여되는지, 또 사회 공론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교육이 필요하다"면서 "아울러 타인의 삶과 정치적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어렸을 적부터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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