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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으로 읽는 책] 나태주 『부디 아프지 마라』

중앙일보 2020.08.03 00:13 종합 31면 지면보기
부디 아프지 마라

부디 아프지 마라

늙은 사람이 된 것은 저절로, 거저 된 일은 아니다. 그동안 많은 세월을 살았고 또 견뎠기에 늙은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진정 나는 내가 늙은 사람이 된 것을 불평하거나 후회하지 않는다. …내가 사랑하고 원하는 나의 삶은 지금 이대로 사는 삶이다. 더 많은 것을 원하지도 꿈꾸지도 않는다. 아무런 일도 없는 그날이 그날인 무사안일 그것이다. 늙어서 좋다. 늙은 사람인 것이 다행이다.
 
나태주 『부디 아프지 마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 시 ‘풀꽃’으로 유명한 나태주(76) 시인의 산문집이다. 그의 시처럼 쉽고 평범하지만 곱씹을만한 인생 철학을 꾹꾹 눌러 담았다. 시인은 이렇게도 썼다. “나는 이제 늙었다. 될수록 조그맣게 살고 싶고 단순하게 살고 싶다.…나의 시도 늙었다. 될수록 작고 단순하고 쉬운 시를 쓰고 싶다.…한글을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읽어서 이내 알 수 있는 그런 시를 쓰고 싶다.”
 
스스로 늙었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만큼 늙지 않았다는 증거가 있을까. 늙어서 좋은 사람은 젊어서도 좋았고, ‘지금 이대로’를 충실히 살아낼 것이다.
 
“세 살 먹은 아이도 잘해주면 좋아하는 것이다. 무조건 잘해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상대방의 기쁨과 즐거움이 결국은 나의 기쁨과 즐거움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 “마음을 비우며 사느냐고 물었다. 아니라고 대답했다. 오히려 사람은 마음을 비우면 죽는다고, 그 대신 마음을 기쁨으로 채우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런 삶의 태도를 건질 수 있다.
 
양성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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