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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의원 “월세 나쁜 것 아니다” 서민들 “월세 살아 봤나”

중앙일보 2020.08.03 00:02 종합 5면 지면보기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모임 회원들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에서 집회를 열고 신발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모임 회원들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에서 집회를 열고 신발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월세 옹호’ 논란이 더불어민주당을 덮쳤다. 지난달 30일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이 임대차 3법 통과에 반대하며 한 ‘5분 연설’이 화제가 되자 이에 반격을 펼치다 벌어진 일이다. 윤 의원은 당시 “4년 후 꼼짝없이 월세, 이제 더 이상 전세는 없겠구나”라고 외치면서 민주당이 ‘부동산 속도전’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윤희숙 전세연설’ 주말 내내 화제
박범계 “이상한 억양은 없어” 비꼬자
통합당 “박, 지역 비하 발언” 반발
“저금리시대, 월세가 전세보다 부담”

불에 기름을 부은 건 윤준병 민주당 의원이었다. 그는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것은 나쁜 현상이 아니다. 전세 제도 소멸을 아쉬워하는 이들의 의식 수준이 개발시대에 머물러 있는 거다”라고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적었다. 윤 의원은 “전세로 거주하시는 분도 전세금의 금리에 해당하는 월세를 집주인에게 지급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후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내 집을 갖고 은행 이자를 내는 것과 영영 집 없이 월세 내는 게 어떻게 같은가” “월세를 한 번도 살아보지 않은 사람이 하는 말” “월세를 은행 이율만큼만 받는 사람 보셨나” 등의 비난이 쇄도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윤주선 홍익대 교수는 “월세보다 전세를 선호하는 보편적 민심에 대한 이해 부족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마치 전세는 선이고 월세는 악이라고 규정짓는 것 같아 글을 쓰게 됐다”며 “결국 임대차보호법 통과로 인해서 임차인의 선택은 넓어지고 보호될 것”이라고 기존 주장을 부연했다.
 
이에 앞서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4년 뒤 월세로 바뀔 걱정? 임대인이 그리 쉽게 거액 전세금을 돌려주고 월세로 바꿀 수 있을까”라며 윤희숙 의원이 제기한 전세 소멸 우려를 일축했다. 이어 “(윤 의원이) 연설 직전까지 2주택 소유자”라고 지적하면서 “눈을 부라리지 않고 이상한 억양 없이 조리 있게 말을 하는 건 그쪽(통합당)에서 귀한 사례”라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이상한 억양’이라는 표현을 두고 영남 지역 사투리를 지칭한 “지역 비하 발언”이라는 비판이 통합당에서 나오자, “사투리를 빗댄 표현이 아니다”며 해당 부분을 삭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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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에서는 ‘윤희숙 신드롬’이라고 할 만큼 칭찬과 공감의 발언이 이어졌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우리가 정권을 다시 찾아오려면 윤 의원과 같이 품격·실력·헌신을 갖추면 된다”고 적었다. 장제원 의원은 “문제를 차분하게 그리고 진정성을 담아, 미사여구 없이 연설해서 국민이 크게 공감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페이스북에 “이런 분이 국토부 장관을 하면 부동산 벌써 잡았다”며 “당장 윤 의원의 책 『정책의 배신』을 주문했다”고 했다. 통합당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의석수가 적고 선수가 낮아도 얼마든지 여당에 ‘한 방’을 먹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는 말도 나왔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강남 부동산 잡는 데 헌법이 방해가 된다면, 헌법도 고치겠다고 한다. 대한민국이라는 열차가 헌법이라는 궤도에서 이탈했다”며 “사적 소유는 모두 국가가 거둬들여야 한다는 것은 150년 전 칼 마르크스가 던진 공산주의”라고 날을 세웠다. 배준영 대변인은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엔 월세가 전세보다 훨씬 부담이라는 것은 상식 같은 이야기다. 왜 부동산 정책이 22번이나 실패하는지 이해된다”고 꼬집었다.
 
박해리·윤정민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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