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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공사했는데 또 물바다…'항아리 지형' 강남역 굴욕

중앙일보 2020.08.02 17:31
서울 전역에 호우 특보를 내린 1일 서울 강남역 인근 맨홀에서 하수가 역류해 인근 인도가 흙탕물로 뒤덮였다. 연합뉴스

서울 전역에 호우 특보를 내린 1일 서울 강남역 인근 맨홀에서 하수가 역류해 인근 인도가 흙탕물로 뒤덮였다. 연합뉴스

지난 1일 서울 강남역 일대가 하수구에서 분수처럼 콸콸 쏟아져 나온 흙탕물로 순식간에 물바다가 됐다. 역류한 하수로 맨홀 뚜껑 한 개가 빠지면서 일대 도로가 침수됐다. 시민들은 발목까지 차오른 흙탕물을 피해 신발을 벗고 걷거나, 화단 위로 올라갔다.  
 
저지대인 강남역 일대는 2010·2011년에도 침수되는 등 폭우 때마다 상습침수 구간으로 꼽혔다. 서울시가 2018년 하수정비 공사까지 마쳤지만 이날 폭우에 또다시 무너졌다.
 

개선책 내놨지만 재발

서울시는 지난 2015년 3월 발표한 '강남역 일대와 침수 취약 지역 종합'에서 강남역 인근 침수가 빈발하는 대표적 이유로 '항아리 지형'을 꼽았다. 강남역 인근은 깔때기 모양으로 움푹 파인 저지대다. 한강 홍수 여부를 측정하기 위해 정해놓은 수면 높이가 15.74m인데, 강남역 일대는 해발 12.2m다. 강남 일대에 비가 내리면 서초 반포 지역 물을 빼내야 한다. 빗물은 하수관을 통해 반포천으로 빠져나간다.
 
지대가 낮은 것 외에 침수 사유로 ▶강남대로 하수관로 설치 오류 ▶반포천 상류부 통수(通水)능력 부족 ▶삼성 사옥 시공 오류 등이 꼽힌다. 서울시는 2015년 ▶강남역 인근 역(逆) 경사관로(하수관 하류가 상류보다 오히려 높은 경우) 흐름 개선 ▶용허리 빗물 저류조 유입관로 추가 신설(저지대 아파트 빗물 처리 범위 확대) ▶고지대 빗물유입시설 확충 등 3대 긴급대책을 내놨다. 총 사업비 657억원이 들어가는 '배수 개선대책' 사업을 2021년 6월 완료를 목표로 진행 중이다.
 
애초 2018년 완료 예정이었던 '침수 취약지역 해소' 사업은 강남역, 광화문 일대를 포함한 7곳에서 2021년까지 이어갈 예정이다. 여기엔 ▶하수관거 개량 7364억원 ▶빗물 펌프장 신·증설 2939억원 ▶빗물 저류조 설치 2142억원 ▶하천정비 1649억원 등 약 1조4000억원 규모 예산이 들어간다. 특히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역에 대해선 2016년 10월부터 20개월에 걸쳐 집중호우시 침수를 막기 위한 '기형 하수관로' 공사도 완료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2018년까지 단계적으로 시설을 확충해 서울 시내 침수취약지역 대부분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2일 오후 서울 강남역 11번 출구 인근에 하수 역류를 막기 위한 모래주머니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2일 오후 서울 강남역 11번 출구 인근에 하수 역류를 막기 위한 모래주머니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저류(貯溜) 시설 늘려야

서울시 대책에도 불구하고 강남역 일대 침수 피해가 재발했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지금 강남에서 이 정도 비에 다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은 그동안 했던 사업에 대해 정밀 진단을 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서울시에서 곳곳에 저류지(貯溜池ㆍ빗물저장소)를 활성화하는 정책을 폈지만, 효과를 내지 못한 만큼 대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강남역 일대는 1970년 도시 개발을 하며 농경 지역이었던 하천을 복개한 곳이다. 이처럼 오래된 도시의 복개 하천은 당초 빗물 용량을 감당하지 못해 홍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콘크리트·대리석 바닥으로 뒤덮인 강남역 일대의 낮은 투수율도 침수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흙바닥에 비가 내리면 빗물이 흙 속으로 들어가는데, 강남은 흙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지 못한 채 그대로 흘러넘쳐 비 피해를 키웠다"고 말했다. 이어 "강남 부근 저류 시설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며 "일본 요코하마의 경우 시내를 보호하기 위해 국립경기장 지하에 물을 집어넣는 저류시설을 설치했다"고 덧붙였다.
 
박재현 인제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강남역 일대 침수는 복잡한 요인이 얽혀 발생한다"며 "단순 강우량뿐 아니라 상황에 따라 어떻게 달랐는지 분석해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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