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캄보디아, 미니스커트 입으면 벌금 추진…"허벅지 덮는 옷 바람직"

중앙일보 2020.08.02 17:18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캄보디아에 거주하는 벤 라크나는 페이스북 라이브에 노출이 있는 옷을 입고 판매 방송을 하다 체포됐다. 지난 4월 법원에서 6개월 형을 선고받았지만, 5월 초 집행유예로 석방됐다. [페이스북 캡처]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캄보디아에 거주하는 벤 라크나는 페이스북 라이브에 노출이 있는 옷을 입고 판매 방송을 하다 체포됐다. 지난 4월 법원에서 6개월 형을 선고받았지만, 5월 초 집행유예로 석방됐다. [페이스북 캡처]

캄보디아가 여성의 미니스커트 착용을 금지하는 등 복장을 규제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복장 규제 법안은 정부 부처들과 국회 승인을 거치면 내년 초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 법안은 외출 시 남성이 상의를 탈의하는 것과 여성이 미니스커트 등 너무 짧은 옷과 ‘씨스루’ 등 비치는 옷을 입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벌금을 부과한다.
 
캄보디아 정부는 국가의 전통을 보존하기 위해 이 법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캄보디아는 남성에게 순종적인 여성을 중시하는 일종의 여성 행동강령인 ‘차밥 스레이(chbap srey)’가 관습법으로 존재할 정도로 가부장적 문화가 강하다.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오크 킴레크 캄보디아 내무장관은 로이터에 “허벅지를 충분히 덮는 옷을 입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이건 전통과 풍습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지에서도 이 법이 여성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도구로 사용될 것이라는 반발이 나온다. 차크 소페압 캄보디아인권센터 사무총장은 “최근 몇 달 동안 정부는 여성의 신체와 복장을 감시하고, 여성의 자기표현과 신체적 자유를 경시하는 행태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법안이 기본적인 자유를 행사하는 여성을 부당하게 탄압하는 데 쓰일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훈센 캄보디아 총리(오른쪽)가 지난 2월 4일 오후 청와대에서 방명록에 서명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훈센 캄보디아 총리(오른쪽)가 지난 2월 4일 오후 청와대에서 방명록에 서명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실제로 캄보디아에선 올해 초 한 여성이 외설과 노출 혐의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이 여성은 페이스북 생방송을 통해 의류와 화장품을 판매하면서 노출이 적은 옷을 입으라는 공식 경고를 무시했다가 당국에 의해 체포당했다. 훈 센 캄보디아 총리가 "캄보디아 문화를 훼손하고 성적 학대를 조장하는 여성을 적발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었다.
 
인권단체들은 이 법안으로 여성이 더 많은 성범죄의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성범죄에 있어 피해자의 책임을 부각하는 문화를 조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앰네스티의 아시아-태평양지부 관계자는 “여성의 옷차림에 대한 규제는 성폭력에 대한 잘못이 여성에게 있다는 인식을 강화해, 피해자의 고통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