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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통합당 갔나" 묻자…이수정 "성범죄 근절도 좌우 따지나"

중앙일보 2020.08.02 15:58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박종근 기자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박종근 기자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범죄심리학자다. ‘그것이 알고 싶다’ 등 각종 미디어에 출연해 대중에게 친숙한 그는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여성 대상 범죄에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다. 그런 공로로 2019년 영국 BBC에서 선정한 ‘올해의 여성 100인’에 이름을 올렸다. 여성계에서 ‘성공한 전문가’를 꼽을 때 이 교수의 이름이 빠지지 않는 이유다.
 
그런 그가 지난달 30일 미래통합당 성폭력대책 특위에 합류하자 “놀랍다”는 첫 반응이 나왔고, 뒤이어 “적폐” “토착왜구”라는 여권 지지자들의 비난도 이어졌다. 이 교수는 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나는 정치하러 온 게 아니다. 성범죄 근절을 하려고 왔다”고 했다.  
 
통합당에 합류했다
정확히 말하면 통합당에 합류했다기보다, 성폭력 특위에 외부 전문가로 참여했다. 성폭력 범죄를 근절하는 활동을 마다할 이유가 하나라도 있나. 통합당의 한 인사가 연락해 특위 참여를 권유했는데, 고민할 필요도 없이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연락한 인사도 놀라는 눈치더라.  
 
정치적 고려는 전혀 없었다는 건가
성폭력 근절에 좌우가 있나. 나는 정치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전문가로서 권력형 성폭력 근절에 보탬이 되려고 온 것이다. 심지어 나는 통합당 당원도 아니다. 과거 정의당, 국민의당에서도 전문가로 참여한 적 있고, 경찰청과 경기도 등에서도 마찬가지로 활동했다. 국민의당이나 경찰청과 제 정치적 의견이 맞아서가 아니라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서다. 통합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성범죄 대책을 마련하는데, 좌냐 우냐를 따질 일인가.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중앙포토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중앙포토

 
이 교수의 생각과 달리, 정치권에선 성범죄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정치적 문제로 비화하는 일이 많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자 여권 일각에선 피해자에게 화살을 돌렸다. 방송인 박지희씨는 팟캐스트 방송에서 “4년간 도대체 뭘 하다가 나선 것인지 궁금하다”고 했고, 장영승 서울산업진흥원 대표는 피해자 측에 “살의(殺意)를 느낀다”고 했다. 이 교수에 대해서도 “적폐 세력”이라고 비난하는 사람이 생겨났다. 
 
성범죄도 진영논리로 접근하는 현상이 벌어지지 않나
참 괴이한 현상이다. 성폭력은 그 자체로 범죄이고 잘못된 일이다.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통합당 인사라고 쉬쉬하거나, 민주당 인사라고 입을 닫고 외면할 일이 아니다. 박원순 전 시장 사건만 보더라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방송과 온라인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졌고, 이것이 잘못이라는 인식조차 없다는 게 당혹스러웠다. 사건 초기 일부 정치인들이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고 부르는 장면이 그렇게 괴이할 수 없었다.  
 
윤창중ㆍ김학의 사건 때 소극적이었다는 비난에 대해
당시 윤창중씨에 대한 비판을 많이 했고, 김학의 사건때도 추가 피해를 털어놓은 피해자들의 편에서 많은 발언을 했다. 당시엔 지금처럼 마이크를 쥘 기회가 많지 않아 부각되지 않았을 뿐이다. (적폐, 토착왜구 등) 저에 대한 맥락 없는 정치적 비난에 대해선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저는 정치하러 온 게 아니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여성폭력방지위원회 긴급회의’에 참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여성폭력방지위원회 긴급회의’에 참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권력형 성범죄, 왜 끊이질 않나
‘진영 논리’로 접근할 일이 아니라 ‘기성세대’의 문제로 봐야 한다. 과거 보수 진영이 권력을 잡았을 때도 성범죄 논란이 있었고, 이를 비판하던 진보 진영이 권력을 잡자 똑같은 일이 반복됐다. 특정 진영의 문제라기보다 권력을 잡은 쪽에서 반복돼온 일이라고 보는 게 맞다. 일부 기성세대들의 잘못된 인식이 있다면 바로 잡아야 하고, 피해자가 용기를 낼 때 국가가 안전하게 뒷받침하는 시스템도 절실하다.   
 
특위에선 어떤 활동을 하나
음지에서 숨죽인 피해자들이 주저하지 않고 목소리를 내도록 길을 트겠다. 예방 프로그램을 짜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생각이다. 당연히 통합당 내부 인사들도 교육 대상이다. 당내에 잘못된 성인식을 가진 분들이 있다면 찾아내 인식이 바뀌도록 만들겠다. 특위가 끝난 뒤 결과로 판단해달라.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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