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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재판중인데…김종민 "법사위서 할 일 없나요" 농담 논란

중앙일보 2020.08.02 14:18

“김경수 (경남)지사님, 법사위에서 혹시 경남을 위해서 할 일 없나요? (좌중 웃음) 있으면 언제라도 연락 주시면 제가 바로바로 앞장서서 뛰겠습니다. (박수)”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가 1일 오전 경남 창원시 의창구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가 1일 오전 경남 창원시 의창구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8·29 전당대회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김종민 의원이 1일 오전 창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경남도당 합동연설회에서 한 연설의 일부다. 앞서 연설한 다른 최고위원 후보들이 자신이 상임위에서 경남에 기여한 바를 부각하는 분위기를 이어받아 한 말이다. 김 의원 측은 “김 지사가 아닌 경남을 위해 본인이 할 일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선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취지와 무관하게 충분히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최근 여론도 심상찮은데 이럴 때일수록 더 신중한 발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경수 지사가 민주당원 댓글조작 의혹 사건, 이른바 ‘드루킹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는 신분이란 점과 맞물려서다. 김 의원이 속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법원과 검찰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게 핵심기능이다. 반면 특정 지역에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 주는 법안 발의나 예산 획득은 법사위의 본업과 거리가 멀다.“‘농담 섞인 말’이었다” “표현도 김 지사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경남을 위해서라고 강조했다”는 김 의원 측의 설명에도 논란이 생긴 이유는 무엇일까.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여야 법사위원들이 국회 파견판사를 통해 ‘재판민원’ 해결을 시도하던 오랜 관행 때문이다. ‘사법농단’ 사건이란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을 추진 과정에서 권한을 남용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사법농단’의 주범으로 몰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의 주요 혐의인 재판 거래 의혹에는 전·현직 국회의원에게서 재판민원을 받고 판사들에게 부당한 지시를 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재판 거래 의혹에선 민주당도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해 초 언론을 통해 공개된 법원행정처 내부 문건에 따르면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2015년 5월 국회 파견판사에게 특정 재판을 언급했는데, 이는 서 의원이 19대 총선 후보였던 시절 지역구 연락사무소장 등으로 일한 지인의 아들이 저지른 강제추행미수 사건이었다. 서 의원은 벌금형으로 선처해달라는 취지로 요청했고 실제 법원은 벌금 500만원 형을 선고했다. 법사위 소속이던 서 의원의 ‘요청’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자 서 의원은 원내수석부대표직에서 물러났다. 20대 국회의원을 지낸 한 여권 인사는 “20대 총선 뒤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됐던 여야 의원들이 경쟁적으로 법원행정처에 선처 민원을 했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법 개정으로 위기 모면 시도도

사법농단 수사로 법원행정처와 접속이 끊긴 여권에선 아예 법을 바꿔 특정 인사의 구명을 도모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4일 허위사실공표죄의 범위를 축소하는 취지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 상 범죄구성요건이 무엇을 금지하고 무엇을 허용하는지를 명확히 알 수 있도록 하는 명확성 원칙에 위반될 여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허위 사실 공표의 범위에서 ‘행위’와 ‘…등’이라는 표현을 삭제하고 ‘그 밖에 당선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의’라는 문구로 처벌 범위를 제한하는 게 골자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 부동산 관련 법안 심의가 진행된 지난달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간사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 부동산 관련 법안 심의가 진행된 지난달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간사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발의 전부터 “이재명 구제법”(민주당 관계자)으로 소문이 났다.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대법원 선고가 정치권의 예상(10월)보다 빨리 잡힌 뒤 무죄취지 파기환송으로 끝났지만, 당내에선 “우리 편을 구하기 위해 법까지 바꾸는 건 무리수”(수도권 재선 의원)라는 지적이 나왔다. 법안에는 효력발생 시점을 ‘공포 후 즉시’라고 해둬 법 시행을 서두른 흔적이 남아 있다. 이 법안이 이 지사 상고심 선고 전에 통과돼 공포됐다면 이 지사에 대해 법원은 면소 결정을 내려야 했다.
 
법 개정을 통한 여야 의원 구명은 전례도 있다. 원혜영 전 민주당 의원은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유사기관인 선거대책위원회를 설치해 사전선거운동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재판 중에 ‘선거운동기구에 선거대책기구를 포함한다’ 는 취지의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유사기관을 설치했다는 혐의를 벗을 수 있었다. 황우여 전 새누리당(미래통합당 전신) 의원은 2002년 기업인으로부터 후원금 1000만원을 직접 받아 나중에 후원금 계좌에 입금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됐다. 하지만 재판 중 ‘후원금을 받은 후 30일 이내에 기부자의 인적사항을 회계책임자에 전달한 경우 후원회가 기부받은 것으로 본다’는 내용의 정치자금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2011년 무죄가 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6월 2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회운영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장을 단독으로 선출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6월 2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회운영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장을 단독으로 선출하고 있다. [뉴스1]

여권의 한 핵심인사는 “21대 총선 당시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들 중에도 법 개정을 준비하는 인사들이 또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선거법 전문 변호사는 “정치관계법에 처벌규정이 있는 경우 개정안 부칙에 ‘법 시행 이전의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종전 규정에 따른다’는 경과규정을 둬야 한다. 그래야 형평에 맞는다”고 지적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합법적이라고 할 순 있겠지만, 당연히 부당하다. 끝까지 버티고 법을 바꾸면 된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특권 의식”이라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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