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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호 유작 ‘마지막 잎새’ 등 1000여곡 쓴 작사가 정귀문 별세

중앙일보 2020.08.02 13:31
배호의 ‘마지막 잎새’ 노래비 앞에 선 정귀문 작사가. [사진 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

배호의 ‘마지막 잎새’ 노래비 앞에 선 정귀문 작사가. [사진 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

가수 배호의 유작인 ‘마지막 잎새’ 등 1000여곡의 가사를 쓴 원로 작사가 정귀문씨가 1일 세상을 떠났다. 78세. 유족 측은 4개월 전 암 진단을 받고 투병해온 고인이 이날 오전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경주 현곡서 태어나 고향서 작품 활동
서정적 노랫말 심금 울린 향토 작사가

1942년 경북 경주 현곡에서 태어난 고인은 1967년 세광출판사의 신인 작품 공모에서 ‘만추’가 당선되며 작사가로 데뷔했다. 이듬해 KBS 방송가요에서 ‘숲 속의 외딴집’을 발표하고, TBC 신가요 박람회에서 ‘그림’이 선정되며 본격적으로 작사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줄곧 고향에서 작품 활동을 해 온 고인은 서정적이고 향토적인 노랫말로 심금을 울려 ‘향토가요 작사가’로 불렸다. 배호의 ‘마지막 잎새’, 조미미의 ‘바다가 육지라면’, 최안순의 ‘안개 낀 터미널’ 등이 대표작이다. 고향을 널리 알린 공로를 인정받아 2003년 현곡 남사저수지 입구에 ‘마지막 잎새’, 2009년 경주 나정해수욕장에 ‘바다가 육지라면’ 노래비가 세워지기도 했다.
 
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는 “‘마지막 잎새’는 가을철 현곡초등학교 가는 길에서 떨어지는 플라타너스 나뭇잎을 보며 학창시절 첫사랑으로 가슴앓이하던 친구를 떠올리며 쓴 곡”이라며 “‘흐느끼며 길 떠나는 마지막 잎새’ 등 가사 때문에 배호를 일찍 떠나보낸 것 같아 늘 마음이 아팠다고 말할 정도로 순수하고 감성적인 음악인이었다”고 평했다.  
 
고인은 70대에 들어서도 꾸준히 활동을 이어왔다. 포항MBC 개국 당시부터 49년간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올 초까지 라디오 프로그램 ‘즐거운 오후 2시’에서 ‘싱송생송 떴다 노래방’ 심사위원을 맡아왔다. 박 평론가는 “따뜻한 심사평으로 지원자들을 품어줬다”며 “고향의 정취나 풍경을 담은 노랫말로 지역사회에서 큰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고인은 제12회 한국가요 창작인 공로대상, 제6회 대한민국 연예 예술상 등도 받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임문조 씨와 아들 인걸씨, 딸 미원ㆍ미정씨가 있다. 빈소는 경주전문장례식장, 발인은 3일 오전이며 장지는 하늘마루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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