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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양쯔강 빗물 몰려든다’ 제주 비상…염분·수온 실시간 관측

중앙일보 2020.08.02 13:29
지난달 21일 제주 화순 앞바다에 투입된 저염분수 측정용 웨이브글라이더. [사진 제주도해양수산연구원]

지난달 21일 제주 화순 앞바다에 투입된 저염분수 측정용 웨이브글라이더. [사진 제주도해양수산연구원]

지난달 21일 낮 12시 제주 서귀포시 화순항 앞바다. 제주도해양수산연구원 선박에서 대형 무인관측장비가 내려졌다. '웨이브 글라이더(Wave Glider)'로 이름 붙여진 길이 3m, 무게 150㎏의 광역 무인 해양관측장비다. 대당 가격은 4억원에 달한다. 이날 배에서 내려진 이 장비는 주변 해역의 수온과 염분 정보를 위성을 통해 실시간으로 보내오게 된다. 태양광과 조류를 이용해 스스로 동력을 만들어 시속 2㎞ 속도로 움직인다. 화순항 서쪽 125㎞ 해상까지 이동한다. 바다의 수온과 염분을 자동 측정해 10분마다 자료를 위성으로 보내 육지에 있는 연구진이 이를 받아 볼 수 있다. 
 

제주도, 중국발 저염분수 공포에 4억 장비
바닷물 1㎏에 염분 30g 안되면 ‘저염분수’
96년 저염분수에 전복 등 어가 59억 피해
전문가, 2~3주 후 제주 앞바다 진출 우려

지난달 21일 제주 화순 앞바다에 저염분수 측정용 웨이브글라이더가 투입되고 있다. [사진 제주도해양수산연구원]

지난달 21일 제주 화순 앞바다에 저염분수 측정용 웨이브글라이더가 투입되고 있다. [사진 제주도해양수산연구원]

 제주 바다에 이 장비가 투입된 이유는 중국발 저염분수 위협 때문이다. 중국 남부지역 장기 폭우로 양쯔강 유출량이 급격하게 늘면서 제주 연안으로 저염분수가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계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저염분수는 염분농도가 30psu 이하의 바닷물을 말한다. 바닷물 1㎏에 녹아있는 염분이 30g보다 적을 경우를 뜻한다. 보통 염분이 없는 강물이 바닷물과 만나면 만들어진다. 수산 생물이 저염분수에 노출되면 삼투압 조절에 영향을 주고 스트레스를 유발해 폐사에 이를 수 있다. 1996년 제주 연안에 19~25psu의 저염분수가 유입돼 대정 등 서부지역 어장에서 소라·전복 등 약 184t이 폐사, 59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적이 있다.
 
제주도해양수산연구원과 제주대학교가 예측한 지난달 28일 저염분수 예측 그래픽. 최충일 기자

제주도해양수산연구원과 제주대학교가 예측한 지난달 28일 저염분수 예측 그래픽. 최충일 기자

 해양수산부는 중국발 저염분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대응 체계를 마련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해수부 소속 국립수산과학원은 현재 천리안위성과 자체 실시간 해양환경 어장정보시스템을 통해 저염분수의 이동경로와 유입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수산과학원은 수산과학조사선 2척(탐구3호·8호)을 출항시켜 4일부터 동중국해 북부해역, 제주도 주변해역 및 연안(자취도·모슬포항)에서 정밀 현장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제주도는 지난달 10일부터 제주도해양수산연구원이 중국발 저염분·고수온의 바닷물 덩어리가 제주 서북쪽 연안에 유입되는 것에 대비해 비상상황반을 편성하고 서남부 50마일 해역에 대한 광역 예찰조사에 나섰다. 이어 지난달 31일에는 중국 양쯔강 대홍수 대비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자체 대응 매뉴얼 점검 등을 진행했다. 원희룡 제주 지사는 “양쯔강 하류 대홍수는 해양환경 악화와 어민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8일 제주대학교 문재홍 지구해양학과 교수가 중국발 저염분수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달 28일 제주대학교 문재홍 지구해양학과 교수가 중국발 저염분수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중국 남부지역의 기록적인 폭우로 양쯔강의 초당 물 유출량은 지난달 12일 8만3200t까지 늘어났다. 지난달 21일과 22일에도 각각 7만5000t, 7만7000t을 흘려보냈었다. 양쯔강의 평년 유출량 4만4000t에 비해 두배 가까이 많고 제주에 저염분수가 영향을 미쳤던 2016년 6만6700t보다도 1만t 이상 늘어난 양이다. 여기에 세계 최대 댐인 샨사댐의 붕괴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방류량을 줄이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점도 우려를 더 키우고 있다.
 
 제주도에 따르면 중국발 저염분수는 이달 중순부터 해류와 바람에 의해 동중국해 북부 및 제주도 서부 해역을 거쳐 연안까지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홍 제주대 지구해양학과 교수는 “해양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2~3주 내에 제주 인근 해상에 중국발 저염분수가 도달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바다로 한번 흘러버린 저염분수는 자연재해인 태풍처럼 현재 기술로는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사전에 움직임을 미리 잘 파악해 어민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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