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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앞둔 ‘강철비2’ 양우석 감독 “미‧중 격돌 속 한반도 운명은…”

중앙일보 2020.08.02 10:00
 
양우석 감독이 자신의 웹툰(스틸레인)을 토대로 '강철비'에 이어 만든 '강철비2: 정상회담'. 2021년 가상의 남ㆍ북ㆍ미 정상회담을 배경으로 열강들의 엇갈리는 이해관계과 한반도의 운명을 짚어보는 영화다. 전작의 공동주연 정우성과 곽도원이 남과 북 소속을 바꿔 출연한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양우석 감독이 자신의 웹툰(스틸레인)을 토대로 '강철비'에 이어 만든 '강철비2: 정상회담'. 2021년 가상의 남ㆍ북ㆍ미 정상회담을 배경으로 열강들의 엇갈리는 이해관계과 한반도의 운명을 짚어보는 영화다. 전작의 공동주연 정우성과 곽도원이 남과 북 소속을 바꿔 출연한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이보다 생생한 국제외교안보 교본이 있을까. 지난달 29일 개봉해 나흘간 78만여명이 관람한 영화 ‘강철비2-정상회담’ 얘기다. 첫 주말 100만 돌파도 기대된다. 미‧중‧일‧북 간의 처절한 수 싸움(정치 스릴러)과 실제 정상회담 상상도(블랙코미디)에다 일촉즉발의 해전 상황(액션‧VFX)까지 버무렸다. 그 속에서 세계 유일 냉전 분단국가인 한반도의 운명을 묻는다.

정치스릴러 곁들인 해전 블록버스터에
10년 간 골몰한 동북아 정세 분석 담아
"우리 운명 시뮬레이션 하는 계기 되길"

 
이 담대한 스케일의 상상력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양우석(51) 감독이 2011년부터 스토리작가로서 연재해온 웹툰 ‘스틸레인’ 시리즈가 기반. 김정은 승계 후 북핵 위기 악화 속에 양 감독이 ‘강철비’(2017) 후속작을 구상할 때까지만 해도 현실에서 북‧미 정상회담은 망상에 가까웠다. 그런데도 2021년 8월 북한 원산에서 남‧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수교와 북핵이 맞거래된다는 발상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내 상상력이 아니다. 각국, 특히 미국 쪽에서 나온 정보와 분석을 보면 한반도 문제는 그런 수순일 수밖에 없더라. 남북 운명을 우리가 선택할 수 있으리란 희망이 담겼던 전작과 달리 이번 영화에선 심화되는 미‧중 대결에 낀 한반도 문제를 그리고자 했다. 한마디로 3차 세계대전이 촉발된다면 우리나라에 어떤 시나리오가 가능할지 시뮬레이션 해본 거다.”
 

미·중 간 '예정된 전쟁' 속 우리 운명은 

2021년 가상의 남·북·미 정상회담을 주축으로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의 한반도 핵위기를 그려가는 영화 '강철비2-정상회담'의 양우석 감독.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2021년 가상의 남·북·미 정상회담을 주축으로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의 한반도 핵위기를 그려가는 영화 '강철비2-정상회담'의 양우석 감독.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개봉 전 만난 양 감독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얼굴이었다. 올 여름 대작 중 가장 긴 러닝타임(132분)의 ‘정상회담’은 관객 395만명이 들어야 총제작비 154억원을 회수할 수 있다. “처음 시나리오 꺼냈을 때부터 악명 높았다. ‘이걸 영화로 하겠다고?’ 하는 식이었다”는 고백처럼 결코 녹록치 않은 문제의식을 상업영화로 풀었다. 중-일 간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댜오) 영유권 다툼과 한-일 간의 독도 분쟁, 북한 비핵화 이슈를 미-중 간의 ‘예정된 전쟁’ 틀 안에서 아우르는 시야가 예사롭지 않다.
 
“이젠 미국과 중국이 서로 총영사관을 폐쇄하는 지경까지 왔다. 시나리오 단계 땐 이 정도가 아니었는데 영화적 상상력과 현실 변화 속도가 맞먹는다. 미‧중 갈등에서 북핵은 부차요소지만 당사자인 우린 절박하다. 가능한 해법으로 ‘강철비’는 남북 핵무장, ‘정상회담’은 평화체제 구축을 담았다. 그 과정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하는 상상을 관객과 공유하고 싶었다.”
 
양우석 감독이 자신의 웹툰(스틸레인)을 토대로 '강철비'에 이어 만든 '강철비2: 정상회담'. 2021년 가상의 남?북?미 정상회담을 배경으로 열강들의 엇갈리는 이해관계과 한반도의 운명을 짚어보는 영화다. 정우성이 한국 대통령 한경재를, 유연석이 북측 지도자 조선사를 연기했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양우석 감독이 자신의 웹툰(스틸레인)을 토대로 '강철비'에 이어 만든 '강철비2: 정상회담'. 2021년 가상의 남?북?미 정상회담을 배경으로 열강들의 엇갈리는 이해관계과 한반도의 운명을 짚어보는 영화다. 정우성이 한국 대통령 한경재를, 유연석이 북측 지도자 조선사를 연기했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가르치듯 설명하는 태도를 일컫는 ‘맨스플레인’에 빗대 ‘무비스플레인’이라는 평이 나올 정도로 촘촘한 시나리오는 양 감독 본인이 ‘밀덕’(밀리터리 덕후)이자 안보 ‘빠꼼이’라 가능했다. 극적 재미를 위해 일부 국제정치 음모론도 활용했다. 후반부 잠수함 클라이맥스에 이르기까지 과정이 다소 장황하게 여겨질 수 있지만 “이 과정의 신뢰가 쌓여야 자기 희생적 해결에 힘이 실리니까” 끈기 있게 밀어부쳤다.
 

"볼턴 회고록 보니 얼추 맞혔네 싶어"

특히 현실 회담장을 ‘몰카’ 찍은 듯한 3국 정상의 대화는 “관객 입장에서 이게 말이 되나 고민하며 거듭 고쳐쓴 결과”란다. 각본 쓴 뒤 미국에서 나온 볼턴 회고록 등 정상회담 후일담을 보면서 “얼추 맞혔네 싶어 안도했다”고. 다만 영화에서 이를 실시간 보여줄 땐 통역 문제가 걸린다. 양 감독은 이를 “1인치의 장벽이 아니라 1인치의 해학으로 역이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호텔에서 스무트(앵거스 맥페이든)와 한경재(정우성)의 대화 때 통역사가 콜라 요청까지 옮기며 절절 매는 식이다. “가장 어려운 건 쉽게 가고, 쉬운 건 돌아가자는 전략이었다. 무거움 뒤에 유머 한 대목 얹는 식으로 호흡을 조절했다. 각색 과정에서 블랙코미디 요소가 점차 강화됐다.”  
 
양우석 감독이 자신의 웹툰(스틸레인)을 토대로 '강철비'에 이어 만든 '강철비2: 정상회담'. 2021년 가상의 남?북?미 정상회담을 배경으로 열강들의 엇갈리는 이해관계과 한반도의 운명을 짚어보는 영화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양우석 감독이 자신의 웹툰(스틸레인)을 토대로 '강철비'에 이어 만든 '강철비2: 정상회담'. 2021년 가상의 남?북?미 정상회담을 배경으로 열강들의 엇갈리는 이해관계과 한반도의 운명을 짚어보는 영화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쿠데타를 일으킨 북한 호위총국장(곽도원)이 3국 정상을 핵잠수함 ‘백두호’에 가두는 것은 철저히 계산된 설정이다. 북한 핵잠수함 개발설이 현재 군사적 이슈일 뿐 아니라 “미국 대통령을 지상 어딘가 두면 미군이 100% 구할 수 있어” 불가피했단다. “수백 미터 심해 속 잠수함은 가장 들킬 수 없는, 최적의 공간이다. 빠져나갈 수도 없으니 싫든 좋든 얘기하겠지 하는 심정이었다.”
 

제작비 절반 쏟은 해전 CG 압권 

막판 관객을 사로잡는 잠수함 해전 CG를 위해 제작비 절반을 쏟아부었단다. 20억원을 들인 잠수함 세트는 물론 실제 같은 해전 상황은 전문가들의 고증을 철저히 거쳤다. 북측 군인들이 서로 총격전을 벌이다 “휴전하자!”를 외치는 상황은 분단과 내전의 역사를 은유한다. “할리우드의 요즘 흐름이 주인공이 맨 처음 원한 게 이뤄진 뒤 다음 미션이 등장하는 복합 구성이다. 한경재 역시 북·미 협상을 이끌어낸 뒤 잠수함 안에서 동북아 전체 평화를 지켜야 하는 과제를 떠안는다. 결국 우리 해역에서 우리 안보를 사수한 게 핵심이다.”
양우석 감독이 자신의 웹툰(스틸레인)을 토대로 '강철비'에 이어 만든 '강철비2: 정상회담'. 2021년 가상의 남·북·미 정상회담을 배경으로 열강들의 엇갈리는 이해관계과 한반도의 운명을 짚어보는 영화다. 왼쪽부터 한국 대통령 한경재(정우성), 북측 지도자 조선사(유연석), 북한 호위총국장 박진우(곽도원), 미국 스무트 대통령(앵거스 맥페이든).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양우석 감독이 자신의 웹툰(스틸레인)을 토대로 '강철비'에 이어 만든 '강철비2: 정상회담'. 2021년 가상의 남·북·미 정상회담을 배경으로 열강들의 엇갈리는 이해관계과 한반도의 운명을 짚어보는 영화다. 왼쪽부터 한국 대통령 한경재(정우성), 북측 지도자 조선사(유연석), 북한 호위총국장 박진우(곽도원), 미국 스무트 대통령(앵거스 맥페이든).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양우석 감독이 자신의 웹툰(스틸레인)을 토대로 '강철비'에 이어 만든 '강철비2: 정상회담'. 2021년 가상의 남·북·미 정상회담을 배경으로 열강들의 엇갈리는 이해관계과 한반도의 운명을 짚어보는 영화다. 정우성이 한국 대통령 한경재를, 유연석이 북측 지도자 조선사를, 영국 출신 배우 앵거스 맥페이든이 미국대통령 스무트를 연기했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양우석 감독이 자신의 웹툰(스틸레인)을 토대로 '강철비'에 이어 만든 '강철비2: 정상회담'. 2021년 가상의 남·북·미 정상회담을 배경으로 열강들의 엇갈리는 이해관계과 한반도의 운명을 짚어보는 영화다. 정우성이 한국 대통령 한경재를, 유연석이 북측 지도자 조선사를, 영국 출신 배우 앵거스 맥페이든이 미국대통령 스무트를 연기했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고려대 철학과 90학번인 양 감독은 마흔 다섯에 영화 ‘변호인’(2013)으로 감독 데뷔했다. 영화기획PD를 거쳐 컴퓨터 그래픽회사 기획실장으로 일하는 동안 반쯤 포기하고 살았던 감독의 꿈에 1137만 관객이 화답했다. “천만 흥행은 운이 좋았을 뿐”이라지만 덕분에 오랫동안 숙고해온 ‘스틸레인’ 시리즈를 충무로 톱배우들과 연이어 작업할 수 있었다. 문재인 정부의 회담 프로세스가 연상되는 이번 영화가 ‘친문 프로파간다’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엔 “오히려 여야를 떠나서 제한된 선택지 그 자체를 보여주고자 했다”며 정색했다.
 
“분단이 우리 손으로 된 게 아니듯 평화체제 구축에도 우리가 개입할 여지가 별로 없다. 미‧중‧일이 각자 국익으로 움직일 때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 ‘시뮬레이션 파워’를 키워야 한다. 이번 영화가 ‘거대한 코끼리’ 같은 현실을 조금이라도 더듬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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