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회마을 류성룡도 즐겼다, 조선 양반의 불꽃놀이 ‘선유줄불놀이’

중앙일보 2020.08.02 10:00
선유줄불놀이의 하이라이트 장면. 가운데 불빛이 부용대에서 낙동강에 떨어뜨린 불덩어리고 양옆에서 흩날리는 불빛이 줄불이다. 7월 31일 밤 세계유산축전 개막식 행사 때 안동 하회마을에서 펼쳐진 장면이다.

선유줄불놀이의 하이라이트 장면. 가운데 불빛이 부용대에서 낙동강에 떨어뜨린 불덩어리고 양옆에서 흩날리는 불빛이 줄불이다. 7월 31일 밤 세계유산축전 개막식 행사 때 안동 하회마을에서 펼쳐진 장면이다.

“낙화야!”
7월 31일 오후 10시 경북 안동 하회마을 만송정 솔숲. 낙동강 건너 부용대에서 커다란 불덩어리가 떨어졌고, 만송정과 부용대를 이은 줄 5개에서 불꽃 수만 개가 비처럼 타 내려갔다. ‘선유줄불놀이’의 하이라이트 장면이 재현된 찰나다.

안동 하회마을에서 펼쳐진 양반의 레저
7월 31일 세계유산축전 개막식 때 시연
8월 한 달간 경북 3개 지역서 유산축전

 
선유줄불놀이는 세계에서 흔치 않은 불꽃놀이다. 서양의 불꽃놀이는 하늘을 향해 불꽃을 쏴 올리지만, 우리의 선조는 강물에 불꽃을 떨어뜨렸다. 서애 류성룡(1542~1607)이 선유줄불놀이를 즐겼다는 기록이 전해오는 등 조선 시대 양반 사이에서 널리 행해졌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중단됐다가 1968년 재현됐고,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의 대표 공연으로 거듭났다.
 
31일 행사는 전날까지 쏟아진 비로 축소된 채 치러졌다. 원래 선유줄불놀이는 낙동강에 배를 띄워 훨씬 화려하고 입체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습기가 많아 예년보다 불꽃도 약한 편이었다. 류한욱 안동하회마을보존회 이사장에 따르면 30일 오후에도 행사가 열리는 만송정 백사장이 잠겼었다고 한다. 31일 행사 중에도 계속 비가 내렸다. 행사에 참석한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무사히 행사를 치른 것만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선유줄불놀이 장면. 만송정과 부용대를 이은 줄에서 줄불이 흩날린다.

선유줄불놀이 장면. 만송정과 부용대를 이은 줄에서 줄불이 흩날린다.

선유줄불놀이 장면. 낙동강에 떠내러가는 노란 불빛이 이른바 '달걀불'이다.

선유줄불놀이 장면. 낙동강에 떠내러가는 노란 불빛이 이른바 '달걀불'이다.

가장 화려하게 타오르는 순간의 줄불. 적당히 바람이 불면 불꽃이 춤을 춘다.

가장 화려하게 타오르는 순간의 줄불. 적당히 바람이 불면 불꽃이 춤을 춘다.

선유줄불놀이는 모두 네 개의 놀이를 합친 종합 예술이다. 만송정과 낙동강 건너 부용대를 이은 230m 길이 줄에선 뽕나무 뿌리로 만든 숯가루 불꽃이 비처럼 내리고(줄불놀이), 낙동강에는 ‘달걀불’이라 불리는 연꽃 모양 불이 연등처럼 떠내려가고(달걀불놀이), 낙동강에 띄운 배에서 선유(船遊)를 즐기다 시구가 완성되면 “낙화야!”를 외치고(선유놀이), 외침과 동시에 64m 높이 부용대에서 커다란 불덩어리를 떨어뜨린다(낙화놀이). 이때 낙화는 불[火]이 아니라 꽃[花]이다. 이날은 강물이 불어 선유놀이가 취소됐으나 선유줄불놀이는 뱃놀이에서 비롯됐다. 
 
선유줄불놀이는 ‘세계유산축전 경북’ 개막식의 대표 행사로 재연됐다. 문화재청과 경상북도 등이 주최하는 ‘세계유산축전 경북’은 8월 한 달간 경북 안동, 경주, 영주에서 30여 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를테면 안동에선 선유줄불놀이와 더불어 경북의 세계유산을 주제로 한 미디어아트 상설 전시를 연다. 영주에선 부석사의 세계관을 춤으로 표현한 가무극 ‘선묘’가 공연되며, 경주에선 ‘세계유산 달빛기행’ 같은 체험 프로그램을 한다. 행사를 주관한 세계유교문화재단의 권두현 대표는 “세계유산의 가치를 예술공연과 IT 기술로 재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안동 하회마을 어귀에 설치한 미디어아트. 경북의 세계유산을 주제로 8월 한 달간 전시된다.

안동 하회마을 어귀에 설치한 미디어아트. 경북의 세계유산을 주제로 8월 한 달간 전시된다.

류한철 안동하회마을보존회 사무국장에 따르면 이날 개막식엔 약 3000명이 참석했다. 모두 3단계의 방역 조치를 했고, 마을 주민과 자원봉사자 100여 명이 나와 시민들의 거리두기를 안내했다. 선유줄불놀이는 8월 22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8시 열린다. 
 안동=글·사진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관련기사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