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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의 코멘터리] 또하나의 뇌관..감사원

중앙일보 2020.08.02 07:16
최재형 감사원장이 7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계획을 비판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한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재형 감사원장이 7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계획을 비판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한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1.
육박전으로 치달은 검찰만큼 요란하진 않지만, 못지않게 심각한 게 감사원입니다. 7월 29일 국회 법사위원회에서 최재형 감사원장이 여당 의원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사퇴를 요구받았습니다.

감사원 독립성 문제 또 불거져
대통령 소속에서 국회로 옮겨야

 
2.
이유는 두가지.
첫째, 현정부 역점사업인 ‘탈원전’에 대한 감사에서 최 원장이 반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감사원은 2018년 월성원전1호기 가동을 중단한 한수원의 결정에 대한 감사를 해왔죠.
월성1호 가동중단은 현정부 ‘탈원전’정책의 상징과 같죠. 그런데“더 쓸 수 있는데 대통령 공약에 맞추느라 문을 닫아 예산낭비”라며 야당이 감사를 요구했습니다.
 
사실상 감사는 끝났는데 결정발표가 미뤄지고 있습니다.
최 원장이 가동중단 결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나 봅니다. 직원들에게 “왜 검은 것을 검다고 말하지 못하느냐”고 꾸짖었다네요. 또 산자부장관에게“대선에서 41% 지지 받았다고 국민적 합의냐”고 따졌다고 합니다. 
 
두번째 이유는,
최원장이 청와대에서 요구하는 친정부 인사를 감사위원으로 받아들이길 거부하는 것입니다. 감사위원의 경우 감사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합니다. 대부분 사전에 협의를 하는데, 청와대와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가 봅니다.
 
오병상 칼럼니스트

오병상 칼럼니스트

3.
감사원은 매우 독특하고 중요한 헌법기관입니다. 감사원은 예산사용을 회계감사하고 공무원의 비리를 직무감찰합니다. 그래서 독립성이 생명입니다.
 
4.
그런데 감사원장이 뭇매를 맞은 두가지 이유는 모두 독립성과 직결된 사안입니다. 탈원전이 아무리 대통령 공약이라 해도 예산을 낭비하는지 여부는 엄격히 따져야 합니다.
감사원의 독립성을 지키려면 감사원장의 제청권이 존중되어야겠죠. 제청권은 원래 추천권보다 강한 권한입니다.
감사원의 독립성이 무너지면 결국 예산낭비로 국민만 손해를 봅니다.
 
5.
이런 독립성의 침해는 헌법이 잘못돼 있기 때문에 반복돼왔습니다. 헌법97조는 감사원을 ‘대통령 소속하에 설치되는 헌법기관’으로 정했습니다. 행정부 수반(대통령) 직속이면서 어떻게 행정부 감사를 ‘독립적으로’ 할 수 있을까요. 모순입니다.
물론 아주 옛날엔 감사원이 대통령 직속이었을 필요가 있었을 겁니다. 정부주도 개발정책을 밀어붙이던 박정희 시절, 효율성이란 측면에서 공무원들에 대한 강력한 채찍이 필요했겠죠.
 
6.
근데..
이런 시스템은 낡아도 너무 낡아버렸습니다. 감사원장이 대통령 공약과 인사에 반기를 들었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 자체가 벌써 세상이 엄청 달라졌음을 말해줍니다. 예전같으면 조용히 잘렸겠죠.
검찰처럼 감사원도 이런 소란 속에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고 낙관하고 싶습니다.
 
7.
그렇다고 이런 소란을 지켜보며 마냥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우리도 미국처럼 감사원의 회계감사 기능을 국회로 넘겨야 합니다. 원래 국민의 돈을 관리하는 곳은 국민의 대표들이 모인 국회입니다. 그래서 ‘대표 없이 과세 없다’고 하죠. 정부는 그 돈을 받아 나라를 운영하는 집행기관이죠.
임명직인 공무원은 국민의 심부름꾼이지 대표가 아닙니다.
 
아무리 국회가 형편없다고해도 삼권분립의 정신에 맞다면 감사원을 국회로 보내야 합니다.
헌법을 봐꿔야 가능합니다.쉽진 않겠지만 개헌할 경우 빠트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병상 칼럼니스트 oh.byung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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