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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사이에 낀 알리바바 ... '중국 IT 공룡'이 찾은 답은?

중앙일보 2020.08.01 07:00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은 싸움이다. 

 
미국이 휴스턴의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하자 중국 역시 같은 방식으로 응했다. 미국 정부는 '중국 정권 교체'까지 운운하고 있고 중국 정부의 대응 수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만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앙포토]

지난해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만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앙포토]

 
골치 아픈 건 정부 눈치를 봐야 하는 중국 기업들이다. 꿈은 글로벌 무대를 향해 있는데 정부의 심기를 건드려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의 IT 공룡'으로 불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그룹(이하 알리바바)의 고심은 깊을 터다. 이 회사의 움직임은 상징성이 매우 큰 탓이다. 
 
이런 가운데 알리바바 계열사 앤트그룹이 중국 상하이와 홍콩 증시에 동시 상장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당연히, 세계가 주목했다.  
 

앤트그룹이 어떤 회사냐.

 
앤트그룹은 알리바바의 핀테크 자회사다. 전 세계에서 약 13억 명이 쓰고 있는 모바일 결제 플랫폼 '알리페이'를 운영한다. 중국 시장 점유율은 무려 55.1%. 중국 1위 유니콘(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으로 꼽히며, 기업 가치는 2000억 달러(약 239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리바바가 이 회사 주식의 약 33%를 쥐고 있다.  
 
중국에선 알리페이 결제가 신용카드 결제보다 훨씬 더 많이 이뤄진다. [EPA=연합뉴스]

중국에선 알리페이 결제가 신용카드 결제보다 훨씬 더 많이 이뤄진다. [EPA=연합뉴스]

 
글로벌 무대를 꿈꾸며 자금을 끌어모으던 앤트그룹이 '세계 최대 돈줄'인 미국 증시 상장을 노렸던 것은 당연하다. 중국에선 은행 대출의 혜택이 주로 국영기업에 돌아가 자금 마련이 쉽지 않아서다. 꿈이 큰 만큼 능력도 되겠다, 전문가들은 이 회사의 미국 증시 상장이 유력하다고 봤다.
 
지난 2014년 마윈(馬雲)의 선택이 뉴욕이었단 점도 이런 전망이 나오는 이유가 됐다. 당시 알리바바의 IPO 규모는 250억 달러(약 30조 원), 세계 최대 규모였다.  
 
그랬던 앤트그룹이 돌연 방향을 틀어 홍콩과 상하이 증시에 상장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능력을 갖췄음에도 막강한 '돈줄'을 포기한 건 왜일까.  
 
외신들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 속에서 알리바바가 전략적인 선택을 했단 분석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상원이 '외국 기업 책임법'을 통과시키는 등 미국이 노골적으로 중국 기업들의 목을 조여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나스닥에 상장할 경우, 자존심이 상한 중국 정부가 터뜨릴 불만도 감수해야 한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 [중앙포토]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 [중앙포토]

 
지금도 이러할진대 미-중 갈등이 계속된다면 앞으로는 더욱 험난할 게 뻔하다. 이 모든 걸 견디느니 미국 증시 상장을 포기하고 차라리 "베이징의 전폭적인 지원"(파이낸셜타임스)을 끌어내겠단 전략을 택한 것이다.
 

"앤트그룹은 상하이와 홍콩에 상장하는 것이 현재 상황에선 가장 안전할 거란 전략적인 계산을 했을 것이다."(마켓플레이스 모닝포스트)

"모든 불확실성과 위험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 앤트그룹의 입장에선 최선의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포춘)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추억'을 뒤로 하고 알리바바는 뉴욕을 포기했다. 마윈의 아쉬움이 클 것이란 점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앤트그룹이 나스닥 상장을 꽤 오랫동안 준비해왔단 것은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서 멈출 리가. 앤트그룹이 눈을 돌린 곳이 있다. 

 
바로 아시아 시장이다.  
 
앤트그룹은 "상하이·홍콩 상장으로 끌어모은 자금을 이용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며 '아시아 시장'을 언급했다. 적극적인 기술 이식으로 '아시아 금융 표준'을 만들어나가겠단 야심도 숨기지 않고 있다.    
 
최근 인도 최대 디지털 결제 업체 '페이티엠(Paytm)', 필리핀 '지캐쉬(GCash)'을 비롯한 9개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등 주요 업체들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인도 노점상에서 전자결제 서비스 스타트업 '페이티엠' 알림판을 걸어둔 모습. [EPA=연합뉴스]

인도 노점상에서 전자결제 서비스 스타트업 '페이티엠' 알림판을 걸어둔 모습. [EPA=연합뉴스]

 
특히 눈독 들이는 시장은 인구 대국(약 13억명) 인도다. 여전히 현금 결제를 선호해 디지털 화폐 시장의 잠재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앤트그룹이 지난 몇 년간 페이티엠에 아끼지 않고 투자하고 있는 이유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앤트그룹이 출시한 '앤트체인'도 이 맥락에서 봐야 한다. 앤트체인은 하루 10억 건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는 새로운 블록체인으로, 기존 블록체인 기술에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등의 기술을 결합한 것이다.  
 
앤트그룹은 "앞으로 10년간 전 세계 20억 명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며, 이 중 60%는 해외 사용자일 것"이란 포부를 내비친 바 있다. 그 첫 번째 시장이 아시아요, 앤트체인은 이런 목표를 위한 발판인 셈이다.  
 
앤트그룹이 아시아 시장에서 애쓰고 있는 동안, 역시 알리바바의 계열사인 알리익스프레스는 유럽으로 눈을 돌렸다. 폴란드와 스페인 등 유럽 여러 국가에서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를 확대하겠단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정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글로벌 시장에서는 그 부정적 이미지를 떨치려 부단히 노력하는 곳, 알리바바의 꿈은 여전히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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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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