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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 PPL 논란에도 계속된다…간판 숨긴 인플루언서 마케팅

중앙일보 2020.08.01 07:00
뷰티 유튜버 재유가 18일 아모레퍼시픽의 색조브랜드 레어카인드 립틴트를 판매하고 있다. 해당 영상은 5만 뷰를 기록했다. 사진 유튜브 캡처

뷰티 유튜버 재유가 18일 아모레퍼시픽의 색조브랜드 레어카인드 립틴트를 판매하고 있다. 해당 영상은 5만 뷰를 기록했다. 사진 유튜브 캡처

“이 립틴트가 아모레 제품인 줄 몰랐어요. 아모레 티가 전혀 안 나요. 디자인 정말 힙하지(멋지지) 않나요?"
 
한때 아모레퍼시픽 브랜드 헤라의 백화점 매장 직원이었던 뷰티 유튜버 재유는 색조 브랜드 '레어카인드' 제품을 유튜브 방송에서 판매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레어카인드 립틴트를 바르면서도 아모레 제품일 줄 상상도 못 했다는 반응이다.  
 
패션·뷰티 대기업들이 인플루언서와 협업을 늘리고 있다. 광고 모델 정도가 아니라 제품의 기획·디자인 단계에서부터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을 빌리는 전략이다. 특히 대기업 간판을 최대한 지우고, 인플루언서의 ‘좋아요’를 부각하면서 밀레니얼 소비자층을 겨냥하고 있다.  
 

대기업 티 덜 내고, 새로운 브랜드인 척

글로벌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 규모.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글로벌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 규모.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레어카인드 립스틱 제품 중 일부는 뷰티 유튜버 시드니와 함께 기획·생산했다. 보송보송한 질감 덕분에 두 가지 컬러를 섞어 바르는, 이른바 ‘섞발’을 즐기는 2030 세대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2018년 11월 런칭 이후 매 분기 매출이 전 분기 대비 2~5배 성장 중이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젊은 세대는 대기업 화장품 브랜드는 어머니 세대가 사용하는 올드한 브랜드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또래 유튜버가 친근하게 설명하고 직접 사용하는 새로운 브랜드의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뿐 아니라 뷰티 디바이스 마케팅에도 인플루언서를 활용했다. 메이크온의 신제품 LED패치를 출시하면서 강희재 업타운걸 대표와 손을 잡았다. 업타운걸 쇼핑몰 홈페이지에서 75만 원짜리 LED패치를 20%가량 할인된 가격에 15일부터 17일까지 판매했다. 강희재는 1세대 온라인 쇼핑몰 창업자로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17만명에 달한다.  
 

LF·코오롱, 소비자층 분명한 인플루언서와 협업  

코오롱FnC와 지요의 이지연 대표가 협업해 출시한 블랭크백. 사진 코오롱FnC

코오롱FnC와 지요의 이지연 대표가 협업해 출시한 블랭크백. 사진 코오롱FnC

패션 업계에서는 LF와 코오롱FnC가 적극적으로 인플루언서와 협업을 모색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회사는 모두 모피 브랜드 지요의 이지연 대표와 손을 잡았다. LF의 온라인 여성복 브랜드 앳코너는 지요와 올 겨울 출시할 캐시미어 코트 생산을 논의 중이다. 코오롱FnC는 지난해 12월 핸드백 브랜드 BKBC의 블랭크백이 이지연 대표의 인스타그램 라이브방송에서 3분 만에 동난 이후로 최근 2차 협업을 계획 중이다.  
 
LF 관계자는 “지요는 고급스러운 제품을 선호하는 3040 여성 소비자라는 타깃층이 분명하기 때문에, 처음으로 인플루언서와 제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협업을 논의하게 됐다”고 전했다.  
 

임블리 곰팡이 사건 이후에도 급증하는 영향력 

1세대 쇼핑몰 창업자인 강희재 업타운걸 대표는 27일 LG전자와 협업해 건조기를 판매했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1세대 쇼핑몰 창업자인 강희재 업타운걸 대표는 27일 LG전자와 협업해 건조기를 판매했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인플루언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팬덤을 기반으로 제품을 팔기 때문에 충성 고객이 이미 확보된 상태다. 지난해 쇼핑몰 임블리의 호박즙 곰팡이 사건 이후로 여러 차례 논란이 불거졌음에도 불구하고,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미디어킥스에 따르면, 2015년 5억 달러(약 5969억원) 수준의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 규모는 지난해 82억 달러(약 9조7891억원)로 16배 이상 성장한 데 이어, 올해는 100억 달러(약 12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다만, 인플루언서가 여러 제품군을 전문성 없이 돈만 주면 마구잡이로 판매한다는 점은 문제로 제기됐다. 지난 15일 아모레퍼시픽의 뷰티 디바이스를 팔던 강희재 대표는 27일 LG전자의 건조기를 라이브 방송에서 판매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마케팅 업계 관계자는 “옷·화장품을 팔던 임블리가 제대로 된 지식 없이 식품업으로 사업을 확장하다가 품질 논란을 일으킨 것처럼, 지금의 인플루언서는 잘 모르는 제품을 감성적으로 판매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들은 최대 60%에 달하는 높은 수수료를 요구하며 브랜드를 상대로 갑질을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거짓 PPL부터 지나친 수수료 요구까지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은 최근 PPL 논란이 불거진 이후로 사과 방송을 했지만, 배신감을 느낀 여론은 여전히 싸늘한 반응이다. 사진 유튜브 캡처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은 최근 PPL 논란이 불거진 이후로 사과 방송을 했지만, 배신감을 느낀 여론은 여전히 싸늘한 반응이다. 사진 유튜브 캡처

한편, 인플루언서의 거짓 PPL(간접광고)은 소비자의 뭇매를 맞고 있다. 패션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은 유튜브 채널에서 협찬받은 제품을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제품)’이라고 홍보한 일이 밝혀지면서 유튜브 구독자 7만명이 일주일 만에 구독을 취소했다. 29일 개그맨 이휘재의 아내인 플로리스트 문정원은 의류 PPL 사진에 무성의한 ‘광고’ 표시로 비난을 받기도 했다.   
 
홍보업계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대기업과 대리점, 오프라인 매장 사이에 존재하는 중간 상인의 마진이 사라지고, 이를 모조리 인플루언서가 비싼 수수료로 빨아들이는 식으로 유통업계가 변하고 있다”며 “결국 소비자는 제조 원가가 전체 가격의 8~9%밖에 안 되는 저렴한 제품을 비싸게 구매하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옥경영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현재까지 인플루언서에 대한 규제는 거의 없는 상황"이라면서 “특히 인플루언서는 신뢰성이 가장 중요한데, 그들이 얼마나 성실하게 제품을 책임지는지 감시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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