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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아이코스 덜 위험” 가열담배 논쟁 가열시킨 FDA

중앙일보 2020.08.01 05:00
“공중보건 역사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궐련형 전자담배인 아이코스를 흡연하는 모습. 중앙포토

궐련형 전자담배인 아이코스를 흡연하는 모습. 중앙포토

 

아이코스 '노출 저감' 인가받아…"규제 완화해야" 목소리
"위험하지 않다는 것 아냐"…WHO도 "미국에서만 가능한 일"

최근 미(美) 식품의약국(FDA)이 필립모리스사(社)의 아이코스(IQOS)에 대해 ‘일반담배보다 덜 위험하다’는 식의 마케팅을 해도 된다고 인가하자 앙드레 칼란조풀로스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PMI) 최고경영자(CEO)가 내놓은 반응이다. 아이코스는 전자기기로 연초 고형물을 가열한 뒤 나온 니코틴 증기를 흡입하는 방식의 궐련형 전자담배다.  
 
앙드레 회장은 지난달 13일 열린 글로벌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아이코스로 완전히 전환하는 것이 일반담배를 사용하는 것보다 더 나은 선택’이라고 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FDA의 결정은 흡연자에게 전자담배가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란 얘기다.  
 
안드레 칼란조풀로스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PMI) 최고경영자(CEO)가 올해 1월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KT&G-PMI 글로벌 컬래버레이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안드레 칼란조풀로스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PMI) 최고경영자(CEO)가 올해 1월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KT&G-PMI 글로벌 컬래버레이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업계에선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까지 전망한다. 그러나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FDA ‘역사적 결정’ 뭐길래  

지난달 7일(현지시간) 미국의 담배를 심사·허가하는 FDA에서 아이코스를 ‘위해 저감 담배제품(Modified Risk Tobacco Product · MRTP)’으로 허가했다. FDA에 따르면 연방 식품·의약품·화장품법(FD&C Act)에 따라 누구나 MRTP를 신청할 수 있다. 인가받기 위해선 해당 제품이 ‘전 인구의 건강에 도움이 되거나 될 것으로 예상한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아이코스는 전자담배로는 최초로 이 승인을 받았다.  

 
FDA는 필립모리스 측이 제출한 과학적 근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아이코스는 담배를 가열한다는 점 ▶일부 유해 화학물질의 생성이 감소하는 점 ▶기존 궐련 담배에서 아이코스 제품으로 완전히 전환하면 15개의 특정 유해 화학물질에 대한 인체 노출이 많이 감소한다는 점 등을 근거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일반담배보다 유해성이 덜 하다는 승인을 받은 셈이다. 그간 필립모리스는 아이코스가 일반담배 흡연보다 나은 대체 제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아이코스. 중앙포토

아이코스. 중앙포토

 
업계에선 “전자담배의 유해성 논란에 큰 변화를 가져올 변곡점”이란 평가가 나왔다.   
 

두 개 중 한 개만 인정…“결코 안전한 것 아냐”

그런데 따져봐야 하는 점이 있다. MRTP 인가에는 ‘노출 저감’(Exposure modification)과 ‘위험 저감’(Risk modification) 두 가지가 있다. 필립모리스 측은 이 두 가지 모두에 허가를 요청했고, 이번 결정은 노출 저감에만 해당한다.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 이성규 센터장은 “위험 저감 부분까지 승인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해당 담배제품이 안전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라며 “젊은 층을 포함해 현재 담배 사용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 담배 사용을 권장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라고 말했다. 담배는 어떤 형태든 해롭다는 것이다.  
 
실제 FDA 측도 “아이코스가 위험이 없는 것이 아니다. 중독성이 강한 니코틴을 전달한다”고 강조한다. 회사 측이 해당 제품이 소비자가 사용하기에 안전하다고 간주하도록 FDA 승인을 받았다고 해선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서울의 한 아이코스 매장에서 한 직원들이 고객에게 제품을 안내하고 있다. 중앙포토

서울의 한 아이코스 매장에서 한 직원들이 고객에게 제품을 안내하고 있다. 중앙포토

 
 
특히 기존 궐련 담배에서 궐련형 전자담배로 ‘완전히’ 바꿨을 때 유해물질 노출로부터 건강상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고 명시한 데 주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보건복지부 의뢰로 조홍준 울산대 의대 교수 연구팀이 2018년 5~11월 20~69세 7000명을 대상으로 담배 인식조사를 한 결과 금연을 위해 궐련형 전자담배를 샀다가 오히려 두 종류 담배를 피우게 된 ‘멀티 흡연자’가 상당수로 나타났다. 흡연자 1530명 가운데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자는 37.5%이었는데, 일반담배를 함께 피우는 이중 흡연자가 2명 중 1명꼴(47%)이었다. 일반담배와 액상형 전자담배까지 이용하는 삼중 흡연자가 33.8%로, 궐련형 전자담배를 쓰는 10명 중 8명(80.8%)은 일반담배를 함께 피우는 것이다.  
  
이성규 센터장은 “FDA는 궐련 담배를 완전히 끊고 궐련형 전자담배로 전환했을 때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정도가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인데 많은 연구에서 알려졌듯, 대부분은 궐련이랑 중복으로 쓴다. 현실에선 그렇게 작동될 가능성이 작다”고 말했다.  
 
금연 관련 전문가들은 궐련형 전자담배가 장기적으로 건강상 손실을 실제 줄여주는지, 금연에 도움이 되는지 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담배 사용을 근절하는 게 아니라 대체재를 통해 사용하도록 장려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한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최근 “가열 담배 역시 담배다. 그렇기 때문에 담배규제 기본협약(FCTC) 조항을 모두 적용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문을 발표했다.  
흡연하는 모습. 연합뉴스

흡연하는 모습. 연합뉴스

 
 
또 WHO는 “배출물 감소가 건강에 덜 해롭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특정 독성물질은 가열 담배에서 궐련보다 더 높고, 궐련에 없는 독성물질이 가열 담배에서 검출된다”고 밝혔다.  
 
특히 이 같은 결정은 “FCTC 당사국이 아닌 미국에서만 가능한 것”이라고 했다.  FCTC 이행의무가 없는 미국에서나 가능할 법한 얘기라는 뉘앙스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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