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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분→20분 쾌속 출퇴근, 요금비싸 정기권 ‘당근’ 필요

중앙선데이 2020.08.01 00:40 697호 5면 지면보기

깊은 땅속 GTX, 깊은 갈등 

경기도 일산에 사는 김호정(41)씨. 최근 옮긴 직장이 있는 서울 삼성동 아셈타워까지 가려면 최소 1시간 30분이 걸린다. 아침에 마을버스와 지하철 2·3호선을 나눠 타고, 버스에서 길이 덜 막혔을 때 그렇다. 왕복 교통비는 하루 4000원이다.  
 

GTX 안착하려면
요금, 버스·지하철 탈 때의 곱절
이용 꺼리면 ‘세금 먹는 하마’ 십상
도쿄선 통근자 37% 할인 정기권

2023년 개통 예정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킨텍스역과 삼성역을 이용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편도로 불과 20여 분 만에 출근할 수 있다. 이때 예상되는 왕복 요금은 하루에 약 8000원. 한 달에 22일 출퇴근한다고 가정하면 교통비는 8만8000원에서 17만6000원으로 배로 뛴다. 월 10만원 가까이를 교통비로 더 지출하는 셈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나마 GTX 운임을 현 시점에서 보수적으로 가정했을 때의 얘기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3월 킨텍스역에서 서울역까지 14분가량 소요되는 GTX 26.3㎞ 구간 편도 운임이 3500원 수준이라고 공개했다. 기존 GTX 사업제안서에서 제시된 10㎞ 이내 기본요금 2419원에다 5㎞당 추가 요금 216원 등으로 산정했다.  
 
같은 식으로 계산하면 킨텍스역에서 삼성역까지 43.6㎞ 구간은 편도로 4000원이 넘게 나온다. 박경철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매년 물가 상승분까지 고려하면 GTX 개통 땐 이보다 비싼 5000~6000원대의 편도 운임이 책정될 것”이라며 “서민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직 공식 책정되지 않은 GTX 요금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도심에서 먼 거리나 교통난에 출퇴근이 불편했던 사람들에게 활력을 줄 것으로 기대되는 GTX이지만, 비싼 요금에 이용률이 저조하면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간 자본 위주의 사업이지만 국가 재정도 투입돼서다. GTX A노선이 들어오는 경기도 분당에 사는 최모(48)씨는 “지하철 신분당선 타면 강남까지 빠르고 편하게 갈 수 있지만 비싸서 잘 이용하지 않는데 (더 비쌀 것으로 예상되는) GTX를 얼마나 이용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분당선은 적자로 고전 중이다. 실적 개선에 성공한 지난해에도 18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신분당선이 강남 3구 못잖은 주민들 생활수준의 분당·판교를 지나는 노선인 데다, 편도 기본요금 2250원(교통카드 기준), 5㎞당 추가 요금 100원으로 GTX 예상 요금보다 저렴한데도 고가 논란 속에 이용률이 기대에 못 미쳐서다.  
 
국토부는 신분당선처럼 GTX 이용자들에게도 버스 등 수도권 대중교통 환승 때 할인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하지만 신분당선의 사례로 봤을 때 환승 할인이 유인책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국토부가 향후 민간 사업자를 설득하고 예산을 일부 투입해 ‘GTX 정기 승차권(정기권) 도입’ 같은 추가 유인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서울 등 수도권 지하철은 공항철도 독립 구간(청라국제도시역~인천공항2터미널역)을 제외한 전 구간에서 쓸 수 있는 거리 비례제 정기권을 발행 중이다. 카드 충전일로부터 30일 이내(60회 한도)에 기존 종별 교통카드 운임에서 15% 할인된 금액으로 44회 이용할 수 있다. 차별화한 속도와 구간이라는 GTX의 이점을 고려해도, 경쟁 상대가 이처럼 정기권 공세로 무장한 상황이라면 정기권 없인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처럼 수도 과밀화로 신음해온 일본에서는 도쿄 철도가 36.7%의 할인율을 적용한 출퇴근·통학용 정기권을 발행하는 등 수도권 외곽 통근자의 교통비 부담 경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박 연구위원은 “GTX는 공익성을 우선시해야 하는 대중교통수단이므로 시민들의 이용률 제고를 고려한 요금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사업의 장기적 성공 관점에서 GTX 투자 원금의 회수 기간을 당초 계획보다 탄력적으로 적용해 요금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GTX 사업은 총 운행 구간 211㎞의 A·B·C 3개 노선으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다. 국토부와 인천시 등의 지자체는 네 번째 노선인 D노선 추가 도입도 논의 중이다.
 
이창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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