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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프리즘] 미래 세대 위한 용산기지 활용법

중앙선데이 2020.08.01 00:26 697호 31면 지면보기
남승률 경제산업 에디터

남승률 경제산업 에디터

오늘부터 용산기지 동남쪽의 미군 장교 숙소 5단지를 누구나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1904년 일본군 주둔 후 100년 넘는 세월 동안 ‘금단의 땅’으로 남았던 이곳의 빗장이 풀린 것이다.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미군 장교를 위해 운영한 임대주택 소유권을 확보한 후 전체 18개 동 중 5개 동을 전시공간 등으로 개조했다. 나머지도 아이디어 공모 등을 거쳐 리모델링 후 내년 상반기 개방한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21일 “용산기지를 평화 의지와 미래를 담은 최초의 국가공원으로 조성해 나가기 위해 다양한 참여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역사적 가치 지닌 공원 조성 중요
젊은층 위한 거주지로도 고려할 만

축구장 360여 개 크기의 용산기지는 요즘 개발 논란이 일고 있는 육군사관학교·태릉골프장·태릉선수촌 등을 합친 면적과 엇비슷하다. 정부는 특히 용산공원이 들어서면 남산부터 용산공원을 지나 한강을 잇는 남산~한강 녹지 축이 온전하게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04년 7월 미군과 용산기지 이전 협상을 타결한 정부는 2005년 10월 용산기지를 국가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2007년에는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도 만들었다. 국토부는 이달부터 용산공원의 미래 모습을 논의하는 ‘용산공원 국민소통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내년에는 300명 규모의 국민 참여단을 구성해 조성 계획에 대한 국민 권고안을 마련한다. 국토부뿐만 아니라 여당과 청와대도 용산공원 조성에 적극적이다. 정의당과 시민단체 등이 용산기지 부지를 활용해 주택 공급을 늘리자고 주장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 근현대사의 상흔이 고스란히 남은 역사적 현장을 생태공원으로 만들어 미래 세대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백 번 천 번 옳은 말이다. 고층 빌딩이 빼곡히 들어선 도심 한복판의 초대형 녹지는 서울 시민의 소중한 휴식처일 뿐만 아니라 역사적 가치를 지닌 관광지도 될 수 있다. 미래 세대에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유산으로 남을 수 있다. 다만 수많은 사람이 찾는 뉴욕 센트럴파크 이용자의 상당수는 공원 주변 부유층이라고 한다. 용산공원도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서울 시민 중 용산가족공원에 가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더구나 용산기지를 평택으로 옮기는 데만 3조4000억원이 넘는 돈이 든다. 용산기지의 녹음이 짙어 이미 공원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용산공원이 탄생하기까지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미래 세대를 위한 용산기지 활용법이 꼭 공원 조성이어야 하나. 용산기지를 다른 용도로 활용할 명분이나 선택지도 분명 존재한다.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 카드까지 만지작거렸을 정도로 주택 공급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2030세대나 신혼부부 사이에서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받아 집을 산다는 ‘영끌 대출’이 대유행이다. 정부의 연이은 대책에도 집값이 고공행진을 거듭해서다. 특히 청약가점이 당락을 좌우하는 이른바 ‘로또 아파트’ 청약은 애초 4050세대 등과 겨뤄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이런 와중에 토지임대부·환매조건부·지분적립형 등 ‘반값’ 아파트 제안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문제는 그걸 ‘어디’에 짓느냐다. 용산기지 전체를 아파트 단지로 바꾸자는 건 아니다. 일부에라도 젊은 세대가 싸고 편하게 오래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어떨까. 단지 크기가 담보된다면 구태의연한 임대주택이 아닌 미니 스마트시티 건설 실험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아직 미군으로부터 돌려받지 못했지만, 용산기지 주변 산재부지인 캠프킴·수송부 부지라도 복합상업시설이 아닌 미래 세대를 위한 주거지로 바꿔보길 권한다. 주택 공급 의지를 보여주는 것은 물론 미래 세대를 보듬는 중요하고 새로운 시그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남승률 경제산업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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