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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맥 찬스’ 사라진 중년, 온라인서 나를 직거래하라

중앙선데이 2020.08.01 00:21 697호 16면 지면보기

[세컨드 라이프] 코로나 이후 은퇴자의 삶 

요새 코로나 때문에 동창들 얼굴을 못 본 지도 꽤 됐다. 오프라인 만남이 뜸해지니 그 대신에 단톡방에서 수다가 끊이질 않는다. 최근 친구들의 최대 관심사는 자녀들의 ‘취업’이다. 예전에는 아이가 좋은 대학에 합격하는 게 최고의 경사였는데 요즘은 아니다. 어렵게 공부시킨 자녀가 취업에 성공하는 게 우리의 가장 큰 소원이 돼 버렸다. 얼마 전 만난 친구 A도 그랬다.
 

오프라인 강의로 날리던 친구
코로나 팬데믹 이후 ‘초청 절벽’

화려한 경력도 온라인선 초기화
능력 스스로 검증하고 팔아야
페북·인스타 등 SNS부터 시작을

“첫째가 승무원 준비한다고 하지 않았어? 요즘 걱정이 많겠네.”
 
“말도 마. 코로나 때문에 있던 스튜어디스들도 내보내는 상황이니까 뽑는 데가 없어. 아이가 꿈이 워낙 확고해서 다른 길은 생각도 안 해 봤는데, 어떡해야 할지 고민이야.”
 
“그렇겠네. 애들 뒷바라지하느라 힘들겠다. 정년 퇴임도 얼마 안 남았는데.”
 
“내 나이쯤 되면 좀 편해질 줄 알았는데 쉽지 않네. 애들 취업 못 하면 계속 돈 벌어야 하는데 은퇴하고 나면 어떡해야 할지 너무 막막해. 미경아, 네가 방법 좀 알려주라.”
  
‘미들맨’ 없는 디지털 세상 생존법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조화가 혁신시장을 만들어 내고 있다. 1 구독자 10만이 넘은 ‘주현미 TV’에서는 가수 주현미가 잊혀 가는 트로트 명곡을 재해석해 불러 준다. 2 ‘설운도TV’. 3 중년 화장법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오미연의 ‘야매주부’. [사진 유튜브 캡처]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조화가 혁신시장을 만들어 내고 있다. 1 구독자 10만이 넘은 ‘주현미 TV’에서는 가수 주현미가 잊혀 가는 트로트 명곡을 재해석해 불러 준다. 2 ‘설운도TV’. 3 중년 화장법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오미연의 ‘야매주부’. [사진 유튜브 캡처]

A의 하소연을 들으며 나 역시 가슴이 답답해졌다. 코로나 폭풍이 일으킨 불황 도미노의 끝은 도대체 어디일까. 사회 시스템이 언택트, 비대면 시장을 중심으로 바뀌면서 승무원처럼 대면 직종의 취업문은 좁아지다 못해 사라지는 곳도 많다. 사회 전반적으로도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집집마다 취준생 자녀들을 뒷바라지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지금까지 회사에 남아 있는 50대 중후반 친구 중 상당수는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다. 그러다 보니 한정된 수입 안에서 병든 부모님을 돌보고, 아직 독립 못 한 자녀를 건사하고, 은퇴 이후를 준비해야 하는 ‘삼중고(三重苦)’를 고스란히 짊어지고 있다. 하필 제2의 인생을 시작해야 할 이때 코로나라니, 이건 계산이 안 맞아도 너무 안 맞는다.
 
머리 크고 돈 번 지도 30여 년이 지났고 이제는 집도 있고 여유도 있을 나이다. 이쯤 되면 풍족하게는 아니더라도 취미생활도 조금씩 하면서 아껴 살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경제적으로 독립 못 한 20대 후반, 30대 자녀라는 변수가 있으면 마음을 아예 고쳐먹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일한다’가 아니라 ‘그냥 한다’로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
 
실제로 내 동창들을 봐도 은퇴 이후 돈 걱정 없는 친구는 열 명 중 한 명이 될까 말까다. 모두 저마다의 사정으로 여전히 돈을 벌어야 하는 처지다. 두 번째 인생을 설계하면서 두 번째 돈을 어떻게 벌어야 할지 본격적으로 고민할 때가 온 것이다.
 
나는 A 같은 친구들에게 두 가지 조언을 해준다. 첫 번째는 ‘온라인에서 나를 직거래하라’는 것이다. 내 친구 B는 지금 정부 교육기관에서 일하고 있다. 이 친구는 그동안 오프라인에서 금융 관련 강의를 해 왔다. 인맥도 굉장히 넓어서 지자체나 학교에서 강의 요청이 끊이지 않는다. 그가 30년간 친분을 쌓아온 일종의 중간 거래자인 ‘미들맨(middle man)’들이 괜찮은 강사라고 검증해 주고 소개해 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 강의가 모두 사라져 버렸다. B도 나처럼 몇 달째 강의를 못 하고 있다. 미들맨들이 사라진 언택트, 온라인 시장에서 그가 자신의 콘텐트를 팔 수 있는 길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중년에게 팬데믹이 더욱 가혹한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그동안 나를 받쳐 주고 검증해 줬던 ‘미들맨 시스템’이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이는 곧 은퇴를 맞이하는 B에게 닥칠 현실이다.
 
은퇴 이후에는 미들맨 대신 나를 모르는 고객들과 직거래해야 한다. 현업으로 수백 명의 청중을 앞에 두고 강의했던 사람도 은퇴 이후에는 초기화된다. 온라인에서 내가 누구인지 소개부터 시작해야 한다. 예전에는 대기업에서 날리던 임원들은 은퇴해도 오프라인에서 서로 소개하고 인정하고 모셔갔다. 그러나 지금은 코로나로 변화 속도가 너무나 빨라져 이전 지식들이 쓸모없어지고, 언택트 환경에서 미들맨이 사라지면서 내 능력을 스스로 검증하고 마케팅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그렇다면 온라인에, 디지털에 ‘나’라는 존재가 있어야 한다. 지금 인터넷 검색창에 내 이름을 쳐 보자. 기사라도 한 줄 나오나? 사진과 프로필이라도 나오나? 아마 대다수는 흔적조차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SNS부터 시작해야 한다. 디지털에 내 사무실을 만들어 모르는 사람들이 나를 찾아오게 만들어야 한다. 내가 이런 콘텐트를 가진 사람이고 이런 능력을 팔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디지털 세상에서 브랜딩해야 한다.
 
실제로 이를 체감하는 주변의 많은 친구가 유튜브를 시작하고 싶어 한다. 마음은 다들 굴뚝같은데 안타깝게도 진짜 뛰어들어 시작하는 이들은 별로 없다. 일단 카메라 앞에 서는 게 부끄럽고 영상에 자기 모습이 남아 있는 것도 무섭단다. 조직에 묻어가는 문화 속에 너무 오래 있다 보니 혼자 튀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다. 그리고 또 하나의 큰 장벽이 있다. 자신을 너무 ‘과소평가’한다는 것이다.
 
어떤 일이든 수십 년 하다 보면 각자 자신만의 콘텐트와 노하우가 있기 마련이다. 다시 한번 뛰고 싶고, 내가 얻은 콘텐트를 나누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려니 자신감이 부족하다. ‘이 정도는 다른 사람들도 다 아는 거 아닐까?’ ‘내가 말하는 게 무슨 콘텐트나 될까?’ 이런 고민을 하는 친구들에게 나는 두 번째 조언을 한다. 내 안의 ‘신제품’을 찾으라는 것이다.
 
최근 10대 20대 사이에 레코드판 열풍이 불고 있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아날로그 물건이지만 태어나서 레코드판을 처음 본 밀레니얼세대에게 이 물건은 힙한 ‘신상’이라는 것이다. 음악을 이미지로 만들어 SNS에 자랑(?)하는 데 레코드판이 최고라는 게 뜨는 이유란다. 이처럼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절묘하게 조화되면 세상에 없는 혁신이 될 수 있다.
 
나는 이런 아날로그 신제품을 유튜브 ‘주현미TV’에서도 발견한다. 구독자가 벌써 10만이 넘은 이 채널에서는 유명 트로트 가수 주현미씨가 잊혀 가는 트로트 명곡을 발견하고 재해석해 불러 준다. 최소한의 악기로 아날로그적이면서도 세련된 느낌과 주현미씨의 명품 보이스가 어우러져 올드하지 않고 힙한 느낌을 준다. 오래된 트로트지만 디지털 플랫폼에 새롭게 얹혀 놓으니 이 또한 새로운 명품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이처럼 우리조차 구식이라고 생각했던 것들, 특정한 물건이나 기술, 콘텐트들을 조금만 세련되게 가공하면 또 하나의 신제품이 될 수 있다. 내 안의 신제품이 될 수 있는 ‘코어 콘텐트’는 무엇일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찾아볼 필요가 있다. 내 경험과 지식을 과소평가하지 말고 다시 재조립하고 재창조해 보자.
  
내 안의 ‘아날로그 신제품’ 찾아라
 
영화 ‘기생충’의 OST를 담은 LP 판. 레코드판이 생소한 밀레니얼세대에겐 LP가 힙한 ‘신상’으로 통한다. [사진 세이크리드 본]

영화 ‘기생충’의 OST를 담은 LP 판. 레코드판이 생소한 밀레니얼세대에겐 LP가 힙한 ‘신상’으로 통한다. [사진 세이크리드 본]

물론 이를 세상에 내다 팔려면 유통 경로는 무조건 ‘디지털’이어야 한다. 겁먹지 말고 디지털 마케팅 공부를 무조건 시작하자. 어차피 지금 나와 있는 디지털 기술들은 반조리 식품이나 다름없다. 이미 완성돼 있는 것을 배워서 얹기만 하면 된다. 2020년 현재 네이버 블로그가 구도시라면 인스타그램, 유튜브는 신도시다. 신도시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왜 사람이 몰리는지 알아야 한다. 뉴타운에도 안 가보고 올드타운에 있으면서 가진 것도 아날로그뿐이라면 두 번째 돈을 벌기는 다 틀렸다.
 
앞으로 적어도 5년에서 10년은 버텨 줘야 우리 자녀들도 코로나 세상에 적응하고 독립을 준비할 수 있다. 지금처럼 부모와 자녀 둘 다 답을 못 찾고 헤매고 있으면 가족의 미래는 암담해진다. 다행히 지금은 모두가 답을 찾고 있는 ‘제로 세팅’의 시기다. 누가 먼저 선점하느냐의 게임이다. 내가 가진 아날로그 신제품과 디지털 기술을 합체시키는 다양한 연습을 해 보자.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도전해 보는 것이다. 20대의 도전보다 더 용기 내기 어려운 것이 50대의 도전이다. 하지만 그러기에 더 가치 있고 해볼 만하지 않은가.
 
김미경 유튜브 김미경TV 대표
사람들의 꿈과 성장을 응원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50대 중반부터 유튜브 채널 ‘김미경TV’ 크리에이터이자 국내 최초 유튜브대학인 ‘MK유튜브대학’ 학장으로 활동하며 세컨드 라이프를 만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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