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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 우려된다

중앙선데이 2020.08.01 00:21 697호 30면 지면보기
민주당과 정부·청와대가 지난달 30일 국가정보원의 명칭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바꾸고, 국내 정치 관여를 엄격히 막기로 했다. 국내 정보 수집을 제한하고 대공수사권도 경찰에 넘기기로 했다. 1961년 박정희 정부가 설립한 중앙정보부에서 시작해 1981년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1999년 현재의 국가정보원으로 명칭을 바꾼 후 21년 만의 개명이다.
 

21년만의 개명속 대대적 손질
국내정치 개입 차단 환영하나
수사권 이관은 안보 저하 초래

올해로 환갑을 맞은 국정원은 과거 야당 사찰과 댓글 공작 등으로 국내 정치에 개입하며 정권의 시녀 역할을 해온 부끄러운 흑역사가 있다. 그런 점에서 국정원의 국내 정치 관여를 엄격히 제한키로 한 방침은 환영한다. 직무 범위에서 ‘국내 정보 수집’을 삭제하고 민간인 사찰이나 선거 개입 및 간첩 조작 등 불법행위를 저지르면 처벌을 강화하기로 한 대목이 대표적이다. 조직 개편을 통해 정치가 개입할 여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점도 눈에 띈다. 대북과 해외정보 수집은 모두 1차장이 담당하고 2차장은 대테러·방첩을 맡으며, 3차장은 과학·사이버 첩보 분야로 업무를 분명히 구분한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기로 한 방침에는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우선, 경찰은 해외조직이 없어 해외 정보망이 부족할 뿐 아니라 해외에서의 수사·정보 활동 자체가 금지돼 있다. 요즘 간첩은 휴전선 대신 제3국을 통해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 해외정보망이 없으면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을 것이다. 경찰의 대공사건 수사에 대한 전문성이 현저히 떨어지는데도, 60년간 정보와 인력을 축적해온 국정원에서 수사권을 떼 경찰에 넘기는 게 무슨 실익이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대북 정보와 대공 정보의 구분도 무 자르듯 가를 수 있는 게 아니다. 자칫 국정원과 경찰 간에 갈등이 빚어질 소지도 크다. 이런 문제점들을 보완하지 않고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을 밀어붙인다면 국정원의 무력화를 초래하고 국가의 안보 대처 능력도 반감될 우려가 크다. 지난 3년간 국정원을 이끈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국회의 국정원장 인사청문회에서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에 대한 입장을 질문받자 “현 상황에서 대공수사를 가장 잘할 기관은 국정원”이라고 답하지 않았는가. 그가 “국내 정보와 해외 정보의 물리적 구분은 어렵다. 문재인 정부가 없애겠다는 것은 국내 정치 정보”라고 선을 그은 점도 기억해야 한다. 부작용과 문제점이 벌써부터 예견되는데도 ‘권력기관 개혁’이란 수사를 앞세워 무조건 밀어붙이고 보자는 식의 졸속 개편이 돼선 안 된다.
 
‘깜깜이’ 국정원의 전횡을 견제할 방안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비판도 강하다. 당·정·청은 전임 정부 시절 국정원 특활비 상납 사건을 통해 드러난 깜깜이 예산 악습을 막기 위해 국회 정보위원회·감사원의 통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보위는 겸임위원회라 전문성에 한계가 있고, 기밀 사안이 많은 국정원 특성상 감사원 감사도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다. 국정원을 상시·전문적으로 감시할 정보감독관을 정보위 산하에 두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고 하나 현실화 가능성은 작다.
 
‘특활비’ 악습도 정말 근절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전임 정부의 국정원 특활비 오남용을 비판하며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지난 3년간 국정원이 ‘안보비’란 명목으로 이름을 바꿔 거액의 불투명 예산을 유지하는 걸 묵인해왔다. 수천억 원대의 ‘안보비’ 내역은 국회 정보위에서 비공개로 심의하고, 국민에겐 전혀 알려주지 않는다. 물론 국정원의 정보 수집 활동이 어느 정도 비밀리에 이뤄질 수밖에 없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국정원도 국가기관인 만큼 어디까지나 법의 테두리 안에서 활동해야 한다. 내각·의회·사법기관이라는 세 가지 경로로 감시와 감독을 받는 영국 MI5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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