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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피한 리스크 관리…월가 ‘다이먼 컬트’에 빠지다

중앙선데이 2020.08.01 00:02 697호 14면 지면보기

[월스트리트 리더십] 제이미 다이먼

제이미 다이먼 제이피모건체이스 회장은 철저한 리스크 관리로 주주·직원들의 신뢰를 얻었다. [연합뉴스]

제이미 다이먼 제이피모건체이스 회장은 철저한 리스크 관리로 주주·직원들의 신뢰를 얻었다. [연합뉴스]

미국 최대 은행 제이피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어투가 아주 빠르고 직설적이다. 자신의 생각을 마음에 가만히 담아 두지 못하는 성격이라서다. 더구나 자신도 인정하듯 좋은 경청자도 아니다.
 

제이피모건체이스 회장
우려의 관점서 철두철미 경계
서브프라임 위기 예견해 극복
‘유니버설 뱅킹’ 경영 역량 발군

직원들 피곤하게 하는 리더지만
‘요새화된 대차대조표’ 팬덤 강력

큰 그림을 그린 후 부하 직원들에게 많은 권한을 이양하는 게 이상적인 리더상이다. 다이먼은 아주 딴판이다. 자신이 모든 일을 꿰고서 세심하게 챙겨야 적성이 풀리는 유형이다. 주말이면 보고서 등 읽을거리를 잔뜩 싸 들고 집으로 가서 섭렵한 후 월요일에 출근하자마자 담당자들에게 질문을 퍼붓는다. 또 기억력이 뛰어나 어떤 문서든 읽고 나면 머리 속에 담아두고 필요할 때마다 끄집어낸다. 이래저래 부하 직원들을 피곤하게 만드는 리더의 특성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할아버지·아버지가 모두 주식 중개인
 
다이먼의 까다로운 경영 스타일에는 그러나 극적인 반전이 있다. 바로 ‘다이먼 컬트’라고 불리는 그에 대한 ‘팬덤’이다. 다이먼 컬트의 핵심은 ‘요새화된 대차대조표’에 있다. 다이먼이 주도하는 철두철미한 리스크관리를 의미한다. 다이먼이 튼튼한 방어벽을 세운 제이피모건체이스에서 직원과 주주 등 많은 이들이 평안을 누리는 것이다. 여기에는 그의 개인적 성향이 다분히 녹아있다. 만사를 ‘무엇이 잘못될 수 있을까’라는 우려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경계를 늦추지 않는 성향이 반영된 결과다.
 
다이먼의 리스크를 대하는 까다로운 자세가 빛을 발한 건 지난 금융위기에서였다. 2006년, 다이먼이 각 사업부 대표들에게 시장 상황과 리스크를 놓고 거세게 질문을 던지는 끝장 토론에서 서브프라임발 위기를 예견한 것이다. 덕분에 모기지대출을 양산하는 소매은행 ‘체이스’와 그 모기지대출을 거래하는 투자은행 ‘제이피모건’을 모두 품고 있었음에도 금융위기의 파고를 무사히 넘을 수 있었다.
 
제이피모건체이스(JPMorgan Chase)

제이피모건체이스(JPMorgan Chase)

다이먼의 남다른 리더십은 그가 지닌 특별한 배경에 기인한다. 우선 그리스 이민자인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모두 주식중개인으로 일한 가정환경 덕에 금융 DNA가 발달했다. 이에 유년 시절부터 금융인을 꿈꿨던 다이먼은 대학원을 졸업한 1982년 샌디 웨일 당시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사장의 비서로 금융에 첫발을 들여놓았다.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와 같은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으로부터 모두 입사 제안을 받았지만 작은 후발 회사에 들어간 것이다. 그것은 웨일과의 개인적 인연이 작용한 결과였다. 웨일은 아버지의 직장 상사였고, 가족끼리도 가깝게 지내는 사이였다. 게다가 다이먼은 웨일 밑에서 인턴으로 일한 경험도 있었다.
 
웨일과 다이먼이 새로운 도전에 나선 건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1985년 사내 파워게임에서 밀려난 웨일이 회사를 떠나게 되자 다이먼이 이에 동참하면서다. 이때부터 부자(父子) 같은 두 파트너의 금융제국 건설을 향한 큰 발걸음이 시작됐다. 공격적인 성향에 선이 굵은 리더 웨일, 그리고 꼼꼼하게 안살림을 책임진 신세대 참모 다이먼의 약진은 거칠 것이 없었다. 두 사람은 서브프라임모기지 대출회사 커머셜크레디트 인수로 시작해, 프리메리카·트래블러스·살로몬브라더스·스미스바니 등을 차례로 인수하며 덩치를 키운 후, 1998년에는 씨티코프와 합병해 세계 최대 금융회사 씨티그룹을 세우면서 대장정의 종지부를 찍었다.
 
당시 웨일의 그림자 뒤에서 실질적인 운영을 책임졌던 다이먼이 체득한 경영 철학은 현재 자신의 경영 스타일에 깊숙이 배어 있다. 바로 근면과 규율이다. 우선 근면을 설명하기 위해 다이먼은 “경영자는 자산, 부채 그리고 사람을 꿰고 있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결국, 경영자는 발로 뛰며 사업과 관련한 모든 사실을 섭렵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폼 나게 멋진 전략을 수립하고 결과만 챙기는 경영자가 아니라, 현장에서 몸소 전략을 실천하며 성과를 내는 경영자를 지향한 것이다.
 
다음으론 규칙을 스스로 준수하는 규율을 중요하게 여긴다. 규율 있는 조직을 갖추기 위해 다이먼이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원칙은 “항상 회사 전체를 최우선시한다”라는 것이다. 씨티그룹과 제이피모건체이스같이 여러 계열사와 사업부를 거느린 거대 조직에서 회사 전체를 가장 먼저 생각한다는 것은 이기적 의사결정을 피하기 위해 너무나도 중요한 사항이다.
 
그런데 웨일과 다이먼의 특별한 관계는 씨티그룹을 출범시킨 후 얼마 되지 않아 파국을 맞았다. 웨일이 가장 유력한 후계자였던 다이먼을 기습적으로 해고하면서다. 과연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중론은 아들뻘 후계자 다이먼의 부상에 위협을 느낀 웨일이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려 선제적으로 내린 결정이라는 것이다. 여기엔 다이먼의 성격도 한몫했다. 커진 존재감에다 직설적이고 급한 성격이 맞물려 웨일의 심기를 거스른 탓이다.
 
웨일과 결별한 다이먼은 2년여의 와신상담 끝에 미국 중서부에 있는 은행 뱅크원의 CEO로 옮겨갔다. 다이먼은 뱅크원의 누적된 합병 후유증을 치유하고 실적 개선에 성공하면서 자신의 귀환을 널리 알릴 수 있었다. 한발 더 나아가 2004년에는 뱅크원을 제이피모건체이스에 580억 달러라는 높은 가격에 매각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후 다이먼이 제이피모건체이스의 CEO 자리에 오르는 건 이미 정해진 수순이었다. 사실상 제이피모건체이스가 뱅크원 인수를 결정한 첫째 이유가 다이먼이었기 때문이다. 씨티그룹처럼 인수·합병으로 성장했지만 기대 이하의 실적에 머물던 제이피모건체이스는 다이먼의 리더십을 갈구하고 있었다.
  
불확실한 승계 구도는 리스크 요인
 
이렇게 다이먼의 발자취를 돌이켜 보면 그의 진정한 가치가 잘 드러난다. 바로 ‘유니버설 뱅킹’ 경영 역량이다. 여·수신업무는 물론 신탁·증권·보험 등 모든 금융업무를 아우르는 유니버설 뱅크를 두 차례나 성공적으로 일군 인물은 월가에서 다이먼이 유일하다. 유니버설 뱅킹의 경쟁력인 ‘사업 간 시너지 효과’와 ‘규모의 경제 효과’를 극대화한 결과다. 특히 그 과정에서 조직을 지키려는 다이먼의 진정성을 깨달은 직원과 주주들이 다이먼 컬트의 출발점이 된 것이다. 다이먼의 리더십이 빚어낸 결과는 분명하다. 한때 ‘금융 수퍼마켓’으로 불리며 규모와 수익 면에서 최대 은행이었던 씨티그룹은 이제는 제이피모건체이스의 경쟁 상대가 되지 못한다. 웨일이 “다이먼을 해고한 것이 가장 후회스럽다”라고 한 것도 이 같은 사실을 방증한다.
 
다만 불확실한 승계 구도는 가장 큰 리스크 요인으로 남아있다. 다이먼이 15년간 권좌에 머무는 동안 후계자 후보 가운데 많은 수가 이미 회사를 떠났고, 현재 공동 사장을 맡은 두 사람은 다이먼의 뒤를 잇기에는 나이가 많아서다. 이제 월가는 그들의 다음 세대에 주목하고 있다. 다이먼도 더 젊은 세대가 차기 수장의 자격을 갖출 시간을 벌어주려는 듯하다. 하지만 웨일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선 다이먼에게 남아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세금·교육 등 공공정책 개혁에도 목소리
한동안 ‘월가 대변인’으로 통하며 금융의 정당성 회복에 앞장섰던 다이먼은 이제 활동 반경을 더욱 넓혀가고 있다. 우선 회사의 연차보고서에 실리는 ‘회장의 주주 서한’을 메신저로 삼는다. 무려 50페이지에 이르는 지면을 통해 회사 실적은 물론이고 세금·헬스케어·인프라·교육 등의 공공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이먼은 글로만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실천한다. 버크셔헤서웨이의 워런 버핏,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와 연합해 2019년 비영리 헬스케어 벤처 ‘헤이븐’을 세운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세 회사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의료비 감축 및 의료 서비스 개선을 이룬 후 이를 사회 전체로 확장해 정책 변화를 촉구한다는 복안이다. 다음으론 우리나라에서도 화두가 되는 ‘포용 금융’을 구현하려고 한다. 대표적인 예가 쇠락한 러스트 벨트의 중심 도시 디트로이트에 대한 지원이다. 디트로이트의 인프라 건설에 투자하고 취약계층에게 저리로 대출하는 등 도시 재건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
 
이런 행보 때문에 다이먼의 향후 진로를 놓고 예측이 무성하다. 가깝게는 다가오는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재무장관 하마평에 이름이 올라있다. 만약 이런 예측이 맞아떨어진다면 그에 대한 가장 무난한 승계 시나리오가 실현되는 셈이다.
제이미 다이먼 (Jamie Dimon)
제이피모건체이스 회장 겸 CEO /
전 뱅크원 CEO / 전 씨티그룹 사장
출생연도 1956년(64세)
최종 학력 하버드대학 MBA(1982년 졸업)
개인 자산 13억 달러(2020년 7월 기준, 포브스)
 
최정혁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jung-hyuck.choy@sejong.ac.kr
골드만삭스은행 서울 대표, 유비에스, 크레디트 스위스, 씨티그룹 FICC(Fixed Income, Currencies and Commodities, 채권·외환·상품) 트레이더로 일했다. 세종대 경영학부에서 국제금융과 금융리스크를 강의하며 금융서비스산업의 국제화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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