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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단체 설립 취소 이해했다더니…유엔 퀸타나, 말 다른 까닭

중앙일보 2020.07.31 16:07
통일부가 북한인권단체 등에 대해 사무검사를 하는 데 대해 최근 우려를 표명한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북한인권특별보고관. [로이터=연합뉴스]

통일부가 북한인권단체 등에 대해 사무검사를 하는 데 대해 최근 우려를 표명한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북한인권특별보고관. [로이터=연합뉴스]

 

“퀸타나측은 한국 정부 조치에 대해 보다 잘 이해하게 되었다며 사의(謝意)를 표명했다” (2020년 7월 30일 통일부 보도자료)

 

“한국정부가 대북인권 단체들과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때까지 모든 진행 중인 조치를 중단하도록 권고한다” ( 2020년 7월 31일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보고관 언론 인터뷰)

 
국제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통일부의 대북전단 살포 법인 취소 및 시민단체에 대한 사무검사와 관련해 통일부와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30일 화상면담을 진행한 뒤 각각 내놓은 입장이다.
 
통일부는 “유엔이 통일부의 조치를 잘 이해했다”고 강조했지만, 퀸타나 보고관은 관련 조치를 중단할 것을 권고하고 이같은 내용의 이메일을 통일부 차관에게도 전달했다고 밝혔다. 같은 면담 후 상반된 내용의 입장이 나온 것이다.  
 

◇통일부-유엔의 ‘라쇼몽 현상’

[연합뉴스]

[연합뉴스]

 
30일 화상면담 후 발표된 통일부 보도자료의 핵심 내용은 퀸타나 보고관이 북한인권단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조치에 대해 보다 잘 이해하게 됐다며 감사를 표했다는 것이었다.
 
이와 함께 퀸타나 보고관이 ▲민간단체들의 북한인권개선 활동을 위축시키지 않고 ▲민간단체들의 의견 표명, 이의 제기, 사법 구제 등의 기회가 충분히 보장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며 ▲한국정부가 북한인권단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협력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퀸타나 보고관이 31일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은 달랐다. 그가 이번 면담을 통해 "한국정부가 취한 조치의 배경과 법적 근거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퀸타나 보고관은 ▲대북인권단체들이 한국 정부의 조치를 위협적으로 느끼고 있으며 ▲한국 정부가 이들과 의미있는 대화를 나눌 때까지 모든 진행 중인 조치를 중단하도록 권고했고 ▲이같은 내용의 이메일을 통일부 차관에게도 보냈다고 했다. 통일부가 밝힌 자료에는 전혀 없는 내용이다.
 
특히 "대북전단 살포 외에도 남북간 긴장을 조성하는 사안들이 많기 때문에 대북전단 살포를 제한하는 것은 조심스러워야 한다"고 명시했다.  
 
대북인권단체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함께 면담을 진행하고도 양측이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이 라쇼몽 현상(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사건을 겪고도 전혀 다르게 기억하는 현상)을 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TJWG "사무검사 관련 통일부 설명 어불성설"  

일각에선 통일부가 퀸타나 보고관에게 해명한 내용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발하고 있다. 통일부는 이날 "25개 비영리 법인에 대한 사무검사와 64개 비영리 민간단체에 대한 등록 요건 점검을 추진 중"이라며 "사무검사 대상은 법에 따라 매년 제출해야 하는 보고를 하지 않거나 부실하게 제출한 단체들로 선정했으며, 북한인권단체라거나 대북전단 살포 이력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선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통일부가 이인영 신임 통일부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국회에 제출한 사무검사 관련 자료. [TJWG 제공]

통일부가 이인영 신임 통일부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국회에 제출한 사무검사 관련 자료. [TJWG 제공]

 
그러나 국내 인권기록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은 통일부의 조치는 명백히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비판했다. TJWG는 "1998년부터 22년간 통일부의 사무검사를 받은 곳은 겨우 4개 단체였으며 등록이 취소된 것은 단 1곳에 불과하다"며 "이번처럼 2곳을 한번에 취소시킨 전례가 없고, 25개 북한인권 단체만 골라 사무검사를 벌이며 거기에 64개 단체를 추가로 들여다보겠다고 한 적도 없다"고 지적했다. 
 

◇HRW "文 대통령이 인권 존중 지시해야"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31일 통일부의 민간단체 사무검사를 '정치적 탄압'이라고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휴먼라이츠워치 홈페이지 캡처]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31일 통일부의 민간단체 사무검사를 '정치적 탄압'이라고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휴먼라이츠워치 홈페이지 캡처]

 
뉴욕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31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으로 한국 통일부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HRW는 이날 ‘한국: 북한인권단체에 대한 위협을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표적검사를 통한 정치적 탄압을 중단해야 한다"며 "일부 단체에 대한 이런 협박성 조사는 시민권과 정치적 권리를 존중해온 국가의 기록을 손상시킬 뿐만 아니라, (인권단체들의) 불안을 유발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자신이 많은 진보적 지도자들과 함께 한국에서 이루고자 했던 (인권이라는) 유산에 발맞춰 통일부에 인권을 존중하도록 지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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