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ㅏ0사ㅏㅇ려0ㅔ요'···119 소방관의 직감이 한 사람을 살렸다

중앙일보 2020.07.31 11:57
구급차 일러스트. [중앙포토]

구급차 일러스트. [중앙포토]

‘ㅅ00ㅏㄹ0ㅕ줴0애요0’  
 지난 19일 오전 7시47분 강원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에 알아보기 힘든 문자메시지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 A씨는 1분 뒤 ‘ㅏ0사ㅏㅇ려0ㅔ요’란 문자가 왔다. 상황실을 지키던 김웅종(41) 소방장은 맞춤법이 맞지 않는 메시지가 연속으로 들어오자 오인 신고를 의심했다.

김웅종 소방장, 호흡곤란 신고자 추적 끝 구조

 
 하지만 7분이 지난 뒤 특정 지명으로 보이는 두 글자와 세 자리 숫자가 적힌 문자가 잇달아 전송되자 A씨가 위급한 상황이란 걸 직감했다. 김 소방장은 “상황실에 접수된 메시지가 ‘살려주세요’라는 의미에 가까웠고, 신고자가 전화를 받지 않는 점으로 미루어보아 긴급상황일지도 모른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특히 마지막 메시지가 주소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고 A씨의 신고지를 역추적했다.
 
 김 소방장은 기지국 정보를 활용해 유력한 신고지를 찾아낸 뒤 해당 지역으로 구급대와 경찰이 출동하도록 요청했다.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 등은 황급히 A씨의 집안 곳곳을 살폈다. 방문이 굳게 닫혀 있어 창문으로 확인한 결과 A씨는 방문 앞에 쓰러져 있었다.
 
 창문을 열고 진입한 대원들은 호흡곤란과 경련 증상을 보인 A씨를 곧장 병원으로 옮겼다. 구급대원들은 A씨에게 경추보호대를 착용시키고 산소투여 처치를 하는 등 안정시킨 뒤, 지속해서 의식을 확인하며 65㎞ 떨어진 대형병원까지 달렸다.
 
 구급대원들의 노력으로 A씨는 병원 도착 전 의식과 호흡이 돌아와 무사히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김 소방장은 “실수로 신고하는 경우 ‘잘못 보냈다’고 알려오는데 전화도 받지 않아서 말 못 할 상황에 부닥쳤거나 범죄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최선을 다해 환자를 살려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강원소방은 이번 일을 계기로 ‘119 다매체 신고 서비스’ 홍보를 강화할 방침이다. 119 다매체 신고 서비스란 음성통화가 곤란한 상황에서 문자신고, 터치만으로 빠르고 정확한 위치추적이 가능한 앱 신고, 청각장애인이나 외국인에게 유용한 영상통화 신고를 의미한다.
 
최종권 기자, 춘천=박진호 기자 choigo@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