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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1건에 2만3000원"…'귀하신 몸' 배달원 모시기 전쟁

중앙일보 2020.07.31 09:11
서울 중구 무교로에서 배달 오토바이 운전자가 운행 중이다. 뉴스1

서울 중구 무교로에서 배달 오토바이 운전자가 운행 중이다. 뉴스1

 한 배달대행업체 직원 A 씨는 지난 23일 서울 강남에서 쿠팡의 프리미엄 음식배달 서비스인 쿠팡이츠 주문 1건을 배달하고 2만3000원을 받았다. 쿠팡이츠 입점 업체(음식점)는 기본적으로 배송료 5000원을 부담한다. 이 5000원은 업체의 자체 판단에 따라 일정 부분을 고객에게 분담시킨다. 배달료가 2만3000원인 경우, 쿠팡이츠가 여기에 1만8000원을 더 부담한 것이다. 비가 많이 오거나 주문이 몰리는 식사 시간 같이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경우 프로모션 비용이 반영돼 이렇게 평소보다 많은 배달료를 받기도 한다.
 

“다른 주문 3~4건 받느니 쿠팡이츠 1건 이득”

배달 춘추전국시대다. 2010년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을 시작으로 2011년 요기요와 푸드플라이, 2012년 띵동 등 지금까지 매년 평균 1개 이상의 배달앱이 신규로 사업을 개시하고 있다. 2014년 배달365, 2016년 헬로프렌즈ㆍ식신히어로, 2017년 우버이츠, 2019년 위메프오ㆍ배고파ㆍ쿠팡이츠 등이 음식 배달에 뛰어들었다. 여기에 서울시와 경기도 등 10곳이 넘는 지자체까지 공공 배달앱 개발에 착수했다.
 
배달원 몸값도 덩달아 높아졌다. 배민은 배달원에게 배달료로 건당 3000원을 지급하지만, 거리 등에 따라 4000원까지 늘기도 한다. 쿠팡이츠는 주문량이나 시간, 거리 등에 따른 탄력요금제를 적용한다. 보통 5000~7000원 수준이지만 1만원이 지급되는 경우도 있다. 주문 한 건만 처리하는 ‘한집 배송’의 특징이 반영됐다. 배달원이 여러 건을 한꺼번에 배송(합배송)하면 받는 배달료 총액이 많아지지만, 쿠팡이츠는 한 건만 배달하다 보니 개별 단가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업계는 불만이다. 일부 배달원들이 “다른 업체에서 주문 3~4개 받아 도는 것보다 쿠팡에서 주문 1건 받아서 배달하는 게 더 이득”이라며 쿠팡이츠 주문만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시장은 커지는데 배달료 경쟁까지 붙자, 배달원 수급도 더 어려워졌다. 
 

배민도 ‘평균 배달료 7500원’ 프로모션  

서울 강남구 배민라이더스 남부센터. 뉴스1

서울 강남구 배민라이더스 남부센터. 뉴스1

업체들은 ‘배달원 모시기’에 비상이 걸렸다. 요기요의 맛집 배달서비스인 요기요플러스는 기본료가 5000원이지만 최근 서울 강남과 서초 등 일부 지역에서 평균 배달료를 6000원에서 8000원으로 올렸다. 요기요 관계자는 “최근 배달라이더 수요가 원활하지 않아 배달료를 높여서라도 라이더 시스템을 정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민은 지난 29일부터 일주일간 AI 추천 배차 시스템을 통해 맛집 배달서비스인 배민라이더스(이하 배라) 주문 20건 이상을 배달하면 7만원을 추가로 지급하는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이렇게 되면 평균 배달료는 7500원 수준이다. 올해 중 배민라이더 1000명 이상 추가 고용하겠다고도 했다. 라이더 모집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단됐다가 지난 17일 재개했는데 500명 넘게 새로 뽑았다. 배민라이더는 현재 2100여명이다.  
 
수수료 경쟁도 불붙었다. 쿠팡이츠는 입점 업체에 주문금액에 상관없이 건당 1000원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원칙적으로는 약 15% 수수료율이 책정돼 있지만, 3개월로 한정된 프로모션이 계속 연장되고 있다. 위메프오는 아예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서버 비용으로 월 3만8000원(30일 기준)만 내라는 것이다. 별도의 광고비도 없다. 띵동 역시 수수료 2%에 입점비와 광고비 ‘평생 무료’를 내세운다.
 

배달앱 넘어 유통가 ‘플랫폼’ 경쟁으로

배달의 영역은 무한 확장 중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배달 사업에 뛰어들었고 롯데ㆍ신세계ㆍ현대 등 오프라인 강자들도 온라인과 모바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옴니채널로 넘어가면서 배달 전쟁은 유통가 전체로 확장됐다. 음식을 주력으로 하는 배달앱 간 경쟁을 넘어 O2O(온ㆍ오프라인 연결) 비즈니스인 ‘플랫폼 경쟁’으로 번졌다.
 
네이버가 지난해 1월 시작한 ‘동네시장 장보기’ 서비스는 올해 2분기 주문량이 전년 동기의 12.5배에 달했다. 6월 한 달만 놓고 보면 15배다. 이 서비스를 통해 인근 시장에서 장을 보면 2시간 이내에 배송해준다. 현재 참여 시장은 총 28개(상인 330여명)인데 연내 40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카카오의 ‘카카오톡 주문하기’도 2017년 개시할 땐 프랜차이즈 음식점 위주였지만 이듬해 중소사업자로 범위를 넓혀 등록 업체를 유치 중이다. 올해 1분기 기준 프랜차이즈 50개를 포함해 총 2만여곳이 입점했다.  
 
사업 경계도 무너졌다. e커머스인 쿠팡이 쿠팡이츠를 통해 음식으로 배달의 영역을 확장했다면, 배달앱 업체들은 음식에 이어 생활용품 배달까지 나섰다. 요기요는 BGF리테일과 손잡고 편의점 제품 배달서비스를 시작했고, 배민도 B마트를 통해 각종 식품과 생활편의용품을 배달해준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규모 소비자 기반을 확보한 대형 e커머스와 유통기업이 배달까지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요즘 소비 트렌드에 따른 자연스러운 진화"라며 "입지나 가격이 아니라 배송 품질이 유통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배달 전쟁 2.0'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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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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