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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고령화로 조문객 주는데, 3일장 고집해야 할까

중앙일보 2020.07.31 09:00

[더,오래] 백만기의 은퇴생활백서(65)

 
지난 10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숨진 채 발견된 후 서울시는 그의 장례를 5일장, 서울특별시장(葬)으로 결정했다. 당사자는 어떤 장례식을 원했을까. 뒤늦게 발견된 유서를 보면 화장해서 부모님 산소에 뿌려달라는 내용만 있지 장례 일정에 대해선 언급이 없다. 그러나 그가 2002년 출간한 책에 수록된 유언장에는 장례를 조용히 치러 달라고 당부했다. 부음조차 많은 사람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 이런 것을 보면 장례는 그가 원하는 대로 진행되지 못한 게 아닌가 싶다.
 
장례는 철저하게 고인의 유언에 따라 거행되어야 한다. 프랑스 대통령을 지낸 드골은 죽기 전에 아래와 같은 유언을 남겼고 장례는 그의 유언대로 진행되었다.
 
“국장(國葬)을 거부하고 무덤은 고향 콜롱베 성당의 공동묘지로 하되 다운증후군으로 먼저 숨진 딸의 옆이면 좋겠다. 그곳에 언젠가 나를 따를 아내와 함께 묻히고 싶다. 묘비명은 오직 이름과 생몰년도만 기록한다. 의식은 최대한으로 간소하게 진행하되 프랑스 육군을 제외한 어떠한 고위인사의 참석도 거절한다.”
 
그녀의 두 번째 남편인 야구선수 디마지오는 '저들이 없었다면 먼로가 지금 여기에 누워 있지 않았을 것'이라며 기자들이 참석하는 걸 허용치 않았다. [사진 pixabay]

그녀의 두 번째 남편인 야구선수 디마지오는 '저들이 없었다면 먼로가 지금 여기에 누워 있지 않았을 것'이라며 기자들이 참석하는 걸 허용치 않았다. [사진 pixabay]

 
세기의 배우 마릴린 먼로의 장례도 그랬다. 장례를 주도한 사람은 그녀의 두 번째 남편인 야구선수 디마지오였다. 비탄에 빠진 그는 언론과 많은 사람이 그녀를 죽였다고 생각하고 외부 사람을 철저히 통제한 후 조용히 장례를 치렀다. 언론은 크게 반발하였으나 그도 단호했다. ‘저들이 없었다면 먼로가 지금 여기에 누워 있지 않았을 것’이라며 기자들이 참석하는 걸 허용치 않았다.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은 30여 명이 채 못되었다. 가정부와 비서 등 먼로를 옆에서 도우며 진정으로 그녀를 사랑했던 사람들이다.
 
우리나라의 장례식은 고인보다 상주 위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고인이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상주와의 인간관계 때문에 참석하는 사람도 있다. 상주도 고인을 애도하기보다 밀려오는 조문객을 상대하느라 아까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에게는 장례식에 널려 있는 화환이나 조문객의 수가 중요한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자신의 인맥을 과시하는 듯하다. 그러다 보면 고인은 뒷전이고 허례허식 가득한 장례식장에는 상주와 조문객만 남는다.
 
사람이 죽으면 어디로 갈까? 성경에선 먼지는 제가 생겨난 땅으로 돌아가고 영혼은 그를 주신 하느님께 돌아간다고 한다. 성경뿐만 아니라 많은 종교에서 그렇게 믿고 있다. 그래서인지 과거엔 죽으면 땅에 매장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게다가 기독교에선 육신의 부활을 믿었기 때문에 당연히 매장을 선호했다. 부활을 바라는 일부 사람은 시신을 냉동해 보관하기도 한다.
 
매장의 단점은 면적을 많이 차지한다는 것과 관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묘비나 봉분을 세우지만 않는다면 그렇게 많은 땅이 필요하지 않다. [사진 pixabay]

매장의 단점은 면적을 많이 차지한다는 것과 관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묘비나 봉분을 세우지만 않는다면 그렇게 많은 땅이 필요하지 않다. [사진 pixabay]

 
그러던 장례 방식이 언젠가부터 다양해졌다. 그중에서 가장 많은 것이 화장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묘지의 부족으로 일찍부터 화장의 필요성이 대두했다. 그러나 유교 사상이 사회 저변에 깔려있어 화장률이 저조하다가 SK그룹 최종현 회장 등 일부 지도층 인사가 화장을 선택하면서 급격히 우리 사회에 확대되었다. 보건복지부의 통계에 의하면 1999년 30.3%였던 화장률이 2011년 67.5%, 2015년 80.8%로 증가했다.
 
그렇다면 화장이 좋을까, 매장이 좋을까? 얼핏 생각하면 화장이 좋을 거 같다. 하지만 화장은 화장대로 문제점이 있다. 우선 화장터를 혐오 시설로 생각해 도심 가까운 곳에 건설하기가 쉽지 않다. 앞으로 고령자의 사망이 늘어갈 텐데 수요에 비해 화장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일본 요코하마시에는 시영화장장이 네 곳, 민영화장장이 한 곳 있는데 화장할 때까지 4~5일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화장하기 위해 소요되는 에너지 낭비와 거기서 나오는 공해도 무시할 수 없다.
 
매장의 문제점을 보완하면 어떨까. 매장의 단점은 면적을 많이 차지하고 관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묘비나 봉분을 세우지만 않는다면 그렇게 많은 땅이 필요하지 않다. 깊이 파서 제한된 공간에 여러 묘를 쓸 수도 있다. 혈연관계가 없는 사람들과 공동묘를 조성할 수도 있다. 스웨덴에서는 사후 25년이 지나면 관을 더 깊이 묻고, 그 위에 새로운 관을 묻도록 정하고 있다. 스톡홀름 교외에 있는 ‘숲의 묘지’는 묘비는 물론 개별적으로 이름을 새긴 기념물을 설치하는 일도 허락되지 않는다. 가족은 여러 사람이 함께 묻힌 공원묘지를 향해 참배만 할 뿐이다.
 
프랑스의 파리시 시영 묘지에 묘를 만들고 싶은 사람은 10년, 30년, 50년, 영구 사용의 4종류에서 선택해 사용료를 낸다. 기한이 된 묘는 시 직원이 파내고 공지가 된 묘지는 다른 유족에게 빌려주는 방식이다. 이탈리아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묘지를 재활용해 100년 이상 경과 된 묘지에서도 새로운 묘가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장례 방식이 점차 다양하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조문객이 줄기 때문이다.[사진 pixabay]

우리나라도 장례 방식이 점차 다양하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조문객이 줄기 때문이다.[사진 pixabay]

 
시신을 퇴비화해 땅으로 돌아가는 방식도 추진되고 있다. 미국의 어반 데스 프로젝트(Urban Death Project)라는 단체는 워싱턴주립대학과 공동으로 시신의 퇴비화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2019년 5월 22일 워싱턴주 의회는 미국 50개 주 중 최초로 시신 퇴비화 법안을 통과시켰다. 
 
말 그대로 인간의 시신이 새로운 생명을 위한 퇴비로 변환되는 과정을 합법화한 것이다. 영국의 레조메이션(Resomation) 이란 회사는 알카리 가수분해를 통해 짧은 기간에 시신을 액화하는 데 성공했다. 화장하는 것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18분의 1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한다. 해외에서는 이렇게 환경을 배려하는 매장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장례 방식이 점차 다양하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조문객이 줄기 때문이다. 일본의 한 상조회사가 시행한 장례식의 조문객이 1996년에는 평균 180명이었지만 2005년에는 100명을 밑돌고 2013년에는 46명으로 줄었다고 한다. 불과 17년 사이에 조문객이 4분의 1로 격감한 것이다. 조문객이 감소한 가장 큰 원인은 고령화였다. 고인의 친구도 대부분 사망했고 자녀들 또한 정년퇴직한 상태라 조문객도 적을 수밖에 없다.
 
가족이 몇 명밖에 없고 조문객도 적다면 굳이 장례를 3일장으로 할 필요가 없어진다. 장례의식 없이 하룻밤을 지내고 매장이나 화장을 하는 것으로 일정이 짧아질 수 있다. 임종을 앞둔 사람이 원하는 것 중 하나가 남에게 폐를 끼치기 싫다는 것인데 장례식을 간소하게 하는 것도 그 방편이 될 수 있다. 앞으로 가정에서 누가 사망한다면 장례는 유족보다 먼저 고인의 의사가 존중되어야 한다. 
 
아름다운 인생학교 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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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기 백만기 아름다운인생학교 교장 필진

[백만기의 은퇴생활백서] 누구나 한번은 겪게 되는 죽음. 죽어가는 사람의 소원은 무엇일까. 의외로 돈 많이 벌거나 높은 지위 오르거나 하는 세속적인 것이 아니다. 생을 살며 ‘조금만 더’ 하며 미뤘던 작은 것을 이루는 것이라고. 은퇴 후 인생 2막에서 여가, 봉사 등 의미 있는 삶을 산 사람이 죽음도 편하다고 한다. 노후준비엔 죽음에 대비하는 과정도 포함해야 하는 이유다. 은퇴전문가가 죽음에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는 방법과 알찬 은퇴 삶을 사는 노하우를 알려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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