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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댄스장에서 도는 방향 절대 헷갈리지 않는 팁

중앙일보 2020.07.31 07:00

[더,오래] 강신영의 쉘 위 댄스(34) 

 
방향치(方向癡). 방향에 대한 감각이나 지각이 무디어 방향을 바르게 인식하지 못하거나 찾지 못하는 사람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남성은 사냥하던 유전자가 있어서 방향에 대해 좀 나은 편이고 여성은 거처에서 육아와 요리를 담당하다 보니 밖으로 나가면 방향치가 많다는 이야기는 있다.
 
서울숲 대공원에 갔다고 치자. 안내도에 지도가 나와 있으므로 지도를 보면 대략의 코스를 정할 수 있다. 그러나 지도를 봐도 이해가 잘 안 가는 사람도 있다. 입구에서 생태공원 쪽이 대각선 방향이라면 중간에 길이 어떻게 되어 있든지 간에 크게 대각선 방향을 보고 가면 틀림이 없다. 그런데 길 따라가다 보면 방향을 잃는 것이다.
 
서울숲 대공원 안내도의 지도를 보면 대략의 코스를 정할 수 있다. 그러나 지도를 봐도 이해가 잘 안 가는 사람도 있다. [중앙포토]

서울숲 대공원 안내도의 지도를 보면 대략의 코스를 정할 수 있다. 그러나 지도를 봐도 이해가 잘 안 가는 사람도 있다. [중앙포토]

 
지난번 산행 때 포천 왕방산에 갔었다. 정상 부근에서 하산할 때 안내도가 부실하고 길이 애매해서 길을 잃었다. 가다 보니 나온 임도를 따라 내려오는데 이러다가 산을 한 바퀴 돌아 제자리에 올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럴 수도 있다. 오래전에 읽은 소설 중 산의 지형에 대해 나온 것이 기억난다. 소년 형제가 산속에 나쁜 사람들에게 납치되어 있다가 탈출했는데 천신만고 끝에 도달한 곳에 불빛이 보여 자세히 보니 처음 탈출했던 곳이었다는 줄거리다. 산의 지형은 멀리 돌다 보면 그럴 수 있다.
 
내가 사는 지역 인근에 위례 신도시가 있다. 초기에는 서쪽 간선도로로 나와야 다른 대중교통과 연결되니 교통이 안 좋은 편이었다. 그러다 최근에 기존 동네 거여동과 직선으로 연결한 도로가 생겼다. 그 길을 지나는 버스도 생겼다. 내가 아는 지인이 사는 위례 동네에서 거여역까지는 버스로 10분이면 도착한다. 그러나 감이 안 잡힌다며 한 바퀴를 ‘ㅁ’자로 크게 돌아 거여역에 오니 시간이 오래 걸린다. 직선 도로가 있는데도 한 바퀴 돌아 거의 제자리로 오는 꼴이다. 요즘은 내비게이션에 의존해 운전하는 사람이 많아 빤히 직선으로 보이는 거여역으로 가자는데도 역시 빙 둘러서 평소 가던 길을 따라 오는 사람도 있었다. 방향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직선 도로는 그래도 낫다. 방이 생태숲은 구불구불 골목길 비슷하게 길이 되어 있다. 그 골목을 빠져나오면 도대체 여기가 어디쯤 되느냐고 묻는 사람이 꼭 있다. 그래서 동서남북으로 지형과 위치를 설명해 주면 그제야 대략 알겠다는 눈치를 보인다.
 
액션 배우 리암 니슨이 나오는 영화 ‘테이큰2’에 보면 그가 악당들에게 잡혀 눈을 가리고 그들의 아지트에 끌려가는 장면이 나온다. 자동차로 이동하면서도 차가 오른쪽으로 가는지 왼쪽으로 가는지 원심력으로 체감하고 속으로 숫자를 세며 거리까지 머리에 담아 둔다. 그래서 딸이 자신의 위치를 짐작하게 일러주고 나중에 다시 찾아와 복수한다.
 
댄스에서도 왈츠 같은 춤은 넓은 플로어를 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춘다. 시작점은 대부분 태극기가 걸려 있는 중앙무대에서 긴 방향의 왼쪽으로 한다. 거기 심사위원들이 모여 도열해 있다. 그런데 간혹 그간 연습하던 댄스 학원의 방향과 대회장의 방향이 안 맞는다며 반대편을 고집하는 사람이 있다. 물론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심사위원들이 반대편에 있는데 혼자 한적한 곳에서 시작하면 심사위원들의 시야에도 안 들어 와서 심사 점수에서 손해를 볼 것이고 심사위원도 이상하게 여길 것이다.
 
고층 건물이 오른쪽에 보였는지 왼쪽에 보였는지 기억해 두면 도움이 된다. 별자리를 보고 방향을 짐작하는 것과 비슷하다. [사진 pixnio]

고층 건물이 오른쪽에 보였는지 왼쪽에 보였는지 기억해 두면 도움이 된다. 별자리를 보고 방향을 짐작하는 것과 비슷하다. [사진 pixnio]

 
방향을 그런대로 헷갈리지 않으려면 몇 가지 요령이 있다. 첫째는 동서남북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지형지물을 익힌다. 서울 숲에 갔다면 응봉산이 북쪽이고 한강이 남쪽이다. 한강은 아래쪽이라 안 보인다면 응봉산은 높아서 잘 보인다. 그리고 주변의 고층 건물들을 먼저 눈에 담는 것이다. 고층 건물이 오른쪽에 보였는지 왼쪽에 보였는지 기억해 두면 도움이 된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 최고층 건물이라는 잠실 타워는 멀리서도 방향을 짐작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밤에는 북극성, 북두칠성 등 별자리를 보고 방향을 짐작하는 것과 비슷하다.
 
댄스 대회장에 가서도 그간 연습하던 학원의 방향 이미지와 경기장의 이미지를 일치시킨다. 입장하는 쪽과 춤을 시작하는 위치가 반대편이므로 헷갈리는 사람이 많다. 직사각형의 형태가 동서 방향으로 나 있는 경우도 있고 남북 방향으로 그려져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더 헷갈리는 모양이다. 특히 여성은 스탠더드 댄스를 할 때 머리를 뒤로 젖히므로 동서남북에 대한 위치 파악이 더 힘들 수도 있다. 회전하고 나면 어느 방향에 있는지 빨리 인식이 되지 않으면 춤이 난조에 빠진다. 그래서 대회 참가를 하려면 미리 도착해서 방향에 대한 정의부터 확립해야 한다. 리허설도 반드시 필요하다. 또, 시작하기 전에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방향에 관한 인식을 염두에 두는 이미지 트레이닝이 필요하다. 회전의 정도나 각도도 연습 과정에서 잘 익혀 두면 문제없지만, 방향 감각을 잃으면 그것도 잘 안된다.
 
한번은 오전에 시각장애인 파트너와 장애인 댄스 대회에 참가했다. 시각장애인은 시력에서 공평을 기하기 위해 안대를 하고 춤을 춘다. 그날 오후에 같은 장소에서 일반인 대회가 있어 오전에 같이 뛰던 시각장애인 파트너와 다시 나갔다. 이때는 안대를 벗었다. 그런데 이 파트너가 오전에 뛰던 방향과 반대라며 반대편 코너로 가자고 했다. 분명히 오전에 뛰던 방향이라고 했으나 소용없었다. 그렇게 하면 머릿속이 백지가 되어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다니 파트너의 요청에 따라가는 수밖에 없었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에 갔을 때도 지도가 입력되고 나면 얼마나 올라왔으며 앞으로 갈 곳은 어디, 얼마나 남았나 등이 그려진다. [사진 pixabay]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에 갔을 때도 지도가 입력되고 나면 얼마나 올라왔으며 앞으로 갈 곳은 어디, 얼마나 남았나 등이 그려진다. [사진 pixabay]

 
나는 해외여행을 갔을 때 지도를 먼저 본다. 여러 도시를 갔는데 어디쯤 있으며 이동 경로가 어떤지 지도를 봐야 머리에 남기 때문이다. 지도를 먼저 못 본 경우라도 돌아올 때 지도는 꼭 사갖고 온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에 갔을 때도 지도가 입력되고 나면 얼마나 올라왔으며 앞으로 갈 곳은 어디, 얼마나 남았나 등이 그려진다. 고산병에 대비하기 위해 지도에 표시된 고도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도가 입력이 안 되는 사람은 매번 어디쯤 왔으며,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높이가 얼마나 되는지 묻는다. 고도를 모르니 왜 숨이 차고 힘겨운지도 모른다.
 
서울시 및 수도권 전철 노선도가 머리에 담겨 있으면 굳이 노선도를 보지 않아도 방향과 환승역을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노선도가 입력이 안 되는 사람은 매번 고생할 수밖에 없다. 지도는 그만큼 중요하다. 지하 전철역에서는 방향을 찾고 방향을 가리키느라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실내나 지하에 내려가고 나면 방향이 더 헷갈린다.
 
댄스 칼럼니스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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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영 강신영 댄스 칼럼니스트 필진

[강신영의 쉘 위 댄스] 댄스 동호인으로 시작해 30년간 댄스계에 몸담았다. 댄스에 대한 편견 때문에 외면하고 사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댄스스포츠 세계는 문화, 역사, 건강, 사교,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버젓이 자리를 잡고 있고 알수록 흥미롭다. 30년 댄스 인생에서 얻은 귀중한 지식과 경험을 독자와 함께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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