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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이제나저제나’가 4년째···中 포기, 동남아 가는 韓게임

중앙일보 2020.07.31 06:00
한국 게임의 중국 진출이 4년째 막혀있다. 과거 중국 진출에 성공해 현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크로스파이어(스마일게이트), 던전앤파이터(넥슨) 캐릭터. 김정민 기자

한국 게임의 중국 진출이 4년째 막혀있다. 과거 중국 진출에 성공해 현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크로스파이어(스마일게이트), 던전앤파이터(넥슨) 캐릭터. 김정민 기자

 
'7억 명짜리 시장을 포기할 것이냐.' 진입로가 꽉 막힌 중국 시장을 바라보는 한국 게임사들의 속내가 복잡하다. 중국 내 한류 금지령, 일명 '한한령(限韓令)'으로 한국 게임사들이 4년째 중국에서 판호(版號·중국 내 게임서비스 허가)를 못 받자 중소 게임사를 중심으로 대안 마련에 분주해졌다.
 

무슨 일이야?

한국 게임의 중국 재진출 가능성을 놓고 전망이 계속 엇갈린다. 이제나저제나 기다리는 게임사들은 답답하다. 
· 중국 정부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차원에서 2017년 3월부터 한국 게임사에 단 한 건의 판호도 내주지 않고 있다.
· 외교부는 지난달 처음으로 판호 문제를 한중관계 주요 과제로 선정했다. 시진핑 주석의 연내 방한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 지난 29일 위정현 중앙대 교수(한국게임학회장)는 국회 콘텐츠미래융합포럼 '중국 게임 판호 전망과 방안 모색' 세미나에서 판호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적극적인 관심 ▶외교부의 태도 변화 ▶코로나19 이후 한중 협력모드 ▶미중 대립 국면에서 한국을 포섭하려는 중국의 동북아 전략 등을 근거로 꼽았다.
· 그러나 같은 세미나에서 '중국통' 우수근 산동대 교수는 "중국 내부는 판호를 풀어주려다 위축된 상태다. 한국 정부가 최근 G7 확대체제 합류 의사를 밝히는 등 친미 행보를 보여 실망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문제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
 
중국 정부의 연도별 판호 발급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중국 정부의 연도별 판호 발급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게 왜 중요해?

· 중국은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이다. 중국게임공작위원회(GPC)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게임시장 규모는 39조 2000억원, 게임 이용자는 6억 5000여 명이다. 게임업계는 "중국 시장의 1%만 차지해도 한국 내 시장점유율 10%보다 매출 규모가 더 크다"고 본다.
· 게임은 국내 콘텐트업계에서 '외화벌이'를 가장 잘 하는 산업이다. 지난해 콘텐트 해외 수출액 104억 달러 중 70억 달러(67%)가 게임이다.
· 한한령으로 날린 한국의 기회비용은 연간 2조5000억원. 지난 실적으로 추산하면 4년간 7조5000억원~15조원의 매출이 사라진 셈.
 
2019년 콘텐트 산업별 수출액. 11개 분야 중 나머지 생략.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2019년 콘텐트 산업별 수출액. 11개 분야 중 나머지 생략.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중국 포기하자"

게임산업계에선 판호 발급이 재개돼도 예전같은 장밋빛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 한국 게임의 기술력과 기획력이 중국을 압도했던 몇 년 전과는 상황이 다르다. 중국은 더이상 신흥 성장 시장이 아니다. 2017년까지 20%대였던 중국 게임산업 성장률도 5~7%대로 떨어졌다. 중국 내 전체 게임 매출의 50%를 '빅2'(텐센트·넷이즈)가 양분하며 시장도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 황성익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회장은 이날 "판호를 받는다고 다 성공하는 게 아니다. 매년 중국 게임사 1만8000개가 폐업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다. 한국 중소기업이 중국에 가서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접 진출보단 좋은 지식재산(IP)을 개발해 현지 회사에 팔고 로열티를 받는 게 낫다"고 했다.
· 윤선학 중원게임즈 대표는 "한국은 모바일 게임에서 중국에 패권을 완전히 뺏겼다. 이젠 중국 게임들의 기획력이 더 우수하다. 중국만 보지 말고 동남아 등 다른 신흥시장을 찾아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포기 못 해"

중국에서 판호도, 인기도 미리 따놓은 중·대형 게임사들은 입장이 다르다.
· 대형 게임기업 관계자는 "중국은 이용자 단위 자체가 다르다. 신작을 낸다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 익명을 원한 한 게임사는 "스마트폰 보급률, 모바일 결제시장 규모(연 3경원)을 봤을 때 중국은 매력적인 시장이다. 정치적 문제를 정부가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 위정현 교수는 "중국을 포기하고 다른 시장을 찾자는 것에 공감할 수 없다"며 "진출할 곳은 이미 다 했다. 그나마 중국이 이용자가 많아 틈새시장도 많다"고 강조했다.
 
올해 상반기 국가별 판호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올해 상반기 국가별 판호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앞으로는

· 국내 게임사들은 IP 사업으로 활로를 모색 중이다. 웹젠의 '뮤' IP 기반 중국 게임 '전민기적2'는 중국 개발사 천마시공과 텐센트가 공동 제작해 이달 1일 판호를 취득했다. 웹젠은 순수익의 6~10%를 로열티로 받는다.
· '배틀그라운드' 개발사 펍지(크래프톤)는 함구 중이나, 게임업계는 중국 텐센트가 지난해 '배그 모바일' 서비스를 중단하고 선보인 게임 '화평정영(和平精英)'의 로열티를 크래프톤에 주고 있을 것으로 본다. 화평정영은 배그 모바일 복사판이라 할 정도로 유사하다는 평을 들었다. 크래프톤의 1분기 영업익(3524억원)은 엔씨소프트(2414억원)를 넘어섰다.
· 게임을 부품처럼 쪼개팔자는 의견도 나왔다. 김상현 한국콘텐츠진흥원 북경센터장은 "IP·음악·그래픽 등 게임에 들어가는 요소를 기초산업 단위로 수출하자"고 제안했다. 특히 IP사업을 강조했다. "일본이 올해 상반기 12건의 판호를 따낸 건 '나루토' '헌터X헌터' 등 중국인이 먼저 찾는 인기 IP였기 때문이다. 한국 게임·웹툰·예능 IP를 활용하자"는 것.
· 장기적으론 중국서도 모바일 게임과 여성 이용자를 노리는 게 답이 될 수 있다. 지난해 판호를 받은 게임 중 93%가 모바일 게임이었다. 틈새시장 면에선 여성 이용자가 증가 추세다. 지난해 4분기 3억명에서 올해 1분기 3억5000명으로 17% 늘었다. 중국 정부가 중국 문화와 교육적 가치가 담긴 게임을 선호하는 것도 참고사항.
 
중국 내 한국 IP 활용의 대표적인 예. 스마일게이트의 대표작 '크로스파이어'를 배경으로 한 중국 웹드라마 '천월화선'이 지난 24일 2회 방영분 기준 텐센트 비디오에서 인기 드라마 2위를 기록했다. 현재 누적 시청 수는 2억4000만회 이상. 사진 스마일게이트

중국 내 한국 IP 활용의 대표적인 예. 스마일게이트의 대표작 '크로스파이어'를 배경으로 한 중국 웹드라마 '천월화선'이 지난 24일 2회 방영분 기준 텐센트 비디오에서 인기 드라마 2위를 기록했다. 현재 누적 시청 수는 2억4000만회 이상. 사진 스마일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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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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