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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케이블 사업까지 번진 美·中 패권경쟁...칠레, 중국 대신 일본 루트 선택

중앙일보 2020.07.31 05:00
우리가 인터넷을 통해 주고받는 음성·데이터의 약 98%는 바다 밑에 깔린 광케이블을 통해 대륙 사이를 이동한다. 1990년대부터 활발히 성장한 해저 광케이블 산업은 5세대 이동통신(5G)의 보급 등으로 최근 수요가 급증했다. 리서치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올해 시장 규모는 약 130억달러(약 15조 5000억원). 미국·일본·프랑스 업체가 선두 자리를 지키는 가운데 한국·중국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LS전선의 해저 광케이블이 선박에 선적되고 있다. [사진 LS전선]

LS전선의 해저 광케이블이 선박에 선적되고 있다. [사진 LS전선]

 
이같은 해저 광케이블 시장에 미·중 갈등의 여파가 번지고 있다.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남미 국가 칠레 정부가 첫번째 해저 광케이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사업 수주에 나선 중국과 일본 중 일본이 제안한 루트를 선택했다고 보도했다. 원래 중국 통신회사 화웨이가 가장 유력한 사업자로 꼽힌 바 있어, '화웨이 타도'를 외치는 미국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 "칠레에 투자" vs 미국 "화웨이 쓰지 마"  

일본 도쿄에서 시작해 호주와 뉴질랜드를 거쳐 칠레로 들어가는 약 1만 3천㎞의 광케이블을 매설하는 이번 작업은 약 600억엔(약 6828억원) 규모다. 아직 사업자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일본 루트가 선택된 만큼, 향후 일본 기업이 사업을 수주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중국은 상하이에서 칠레로 직접 들어가는 루트를 제안했다. 칠레 정부는 비용이나 실용성 면에서에 일본의 루트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본래 이 사업은 화웨이에 돌아갈 것으로 예상됐었다. 중국은 칠레의 최대 수출대상국인데다, 중국 정부와 기업이 함께 나서 사업 수주에 공을 들였기 때문이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이 지난 해 4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 화웨이는 "칠레에 데이터 센터를 짓는데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국 통신기업 화웨이 마크. [중앙포토]

중국 통신기업 화웨이 마크. [중앙포토]

 
미국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피녜라 대통령의 방중 직전 칠레를 찾아 "화웨이는 중국 정부에 컨트롤되고 있어 위험하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이런 미국 정부의 지속적인 압박으로 칠레가 경제성을 강조한 중국 대신 일본의 제안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해저 광케이블을 통해 정보가 중국에 흘러들어가 중국 공산당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해왔다. 미 법무부는 지난 6월 구글·페이스북 주도로 추진하고 있는 미국-홍콩 간 통신용 해저케이블 구축 사업에도 같은 이유로 반대를 표명했다. 
 

美·日·佛 3파전, 중국 급부상

닛케이에 따르면 현재 해저 광케이블망 사업은 미국 TE 서브컴(SubCom)이 약 40%, 일본 NEC가 약 30%, 프랑스 알카텔 서브마린 네트웍스가 약 20%로 3사가 세계 시장의 약 90%를 점유하고 있다. 
 
화웨이는 2012년부터 해저 광케이블 회사인 '화웨이마린네크워크'를 설립해 빠른 시간 내 4위 업체로 부상했다. 그러나 지난해 미국의 제재가 이어지면서 해저 케이블 사업을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광케이블 생산판매 기업인 헝퉁광전(亨通光電)이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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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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