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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양승태 방지' 이탄희 법안에…대법 "위헌" 정면 반박

중앙일보 2020.07.31 05:00
판사 출신인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모습. 이 의원은 양승태 대법원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현장에서 지켜보며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연합뉴스]

판사 출신인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모습. 이 의원은 양승태 대법원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현장에서 지켜보며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연합뉴스]

사법 행정을 국회 추천위원회가 추천한 외부인사에게 맡기자는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법원행정처 폐지 법안에 대법원이 "위헌의 소지가 있어 극히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대법원은 "사법행정은 재판의 독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사법행정이 정치권의 입김과 영향력에 좌우돼서는 안된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탄희 "비웃음 받을 주장" 대법 "정치적 입김 우려"

대법, "與법안 위헌소지 있다" 

판사 출신인 이 의원을 포함해 박주민·박용진 의원 등 여당 의원 31명이 발의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에 대법원이 명시적인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번 입장은 미래통합당 조수진 의원이 이탄희 의원 법안에 대한 대법원의 검토 의견을 묻는 질의서를 통해 확인됐다. 
 
이탄희 의원은 중앙일보에 "법원의 이런 입장은 세계적인 비웃음을 살 것"이라며 "사법행정은 입법정책의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반면 조수진 의원은 "이탄희 의원의 법안은 법원을 정치에 예속화시키는 위험한 주장"이라 지적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사진)도 법원행정처 폐지엔 찬성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탄희 의원의 법안과는 견해가 다르다. 사진은 김 대법원장이 지난 16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선고공판에 앞서 마스크를 벗는 모습. [뉴스1]

김명수 대법원장(사진)도 법원행정처 폐지엔 찬성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탄희 의원의 법안과는 견해가 다르다. 사진은 김 대법원장이 지난 16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선고공판에 앞서 마스크를 벗는 모습. [뉴스1]

대법원은 왜 이탄희 법안을 반대하나 

대법원이 이 의원의 법안을 위헌이라 판단한 이유는 법안에 담긴 '국회 추천위원회'와 '외부인사 2/3'란 조항 때문이다. 
 
이 의원은 국회에 설치된 추천위원회를 통해 선정된 비(非)법관 출신 인사들이 사법행정 전체를 맡는 사법행정위원회의 다수 위원(2/3)이 되도록 했다. 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 추천(1명), 여당 추천(2명), 야당 추천(2명), 전국법관대표회의 추천 (3명), 대한변협 회장 추천(1명) 인사 등 총 9명으로 구성된다. 
 
4년 임기의 사법행정위원은 추천위 과반 찬성으로 선정된다. 사법행정위의 의결 사항도 위원 과반 찬성이면 통과된다. 여당 입장에선 이미 3표(여당·법무부 장관 추천)를 확보한 상황에서 2표만 더 확보하면 돼 야당보다 유리한 고지에서 위원을 뽑을 수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가운데)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권력기관 개혁 당정청 협의에서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태년 원내대표, 추 장관, 박지원 국정원장.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가운데)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권력기관 개혁 당정청 협의에서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태년 원내대표, 추 장관, 박지원 국정원장. [연합뉴스]

대법 "정치 입김에 재판 좌우돼선 안돼"

대법원은 현행 헌법이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규정한 만큼 외부 위원만으로 사법행정 의결이 가능한 이 의원의 법안은 위헌이라 주장한다. 법관 인사를 정치권에 좌우되는 외부인사에 맡길 순 없단 것이다. 
 
대법원은 조수진 의원에게 제출한 의견서에서 "헌법이 규정한 사법권엔 재판권뿐 아니라 이를 지원하기 위한 사법행정권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국회가 사법행정위원 추천에 관여하는 조항에 대해서도 "사법행정은 재판 독립과 밀접히 관련돼 정치권의 입김과 영향력에 좌우되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2018년 자체적인 '법원행정처 폐지 개혁안'을 발표했을 만큼 행정처 폐지 자체에는 찬성이다. 이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소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의원의 법안과 달리 대법원은 외부인사의 참여를 허용하되 법관 인사 등 법원의 본질적 행정업무는 현직 법관이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탄희 의원은 이런 대법원의 입장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한다. 유럽 등 다른 선진국의 사법행정도 다수의 외부위원이 참석해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법원이 사법부의 독립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며 "언제든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아볼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사진) 시절 법원행정처는 전국 법원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사진은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재판에 참석하는 양 전 대법원장의 모습. [뉴스1]

양승태 전 대법원장(사진) 시절 법원행정처는 전국 법원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사진은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재판에 참석하는 양 전 대법원장의 모습. [뉴스1]

이탄희 주장에 엇갈리는 학계의 시선  

하지만 이 의원의 자신감과 달리 법안에 대한 학계의 시선은 엇갈린다. 나라마다 법령의 해석도 조금씩 다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법행정권도 사법권이라는 법원의 주장엔 동의할 수 없다"며 이 의원과 뜻을 같이 했다. 하지만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한국의 헌법상 사법행정권은 법관에 있다는 것이 너무나 명확하다"고 말했다.
 
판사들 사이에서도 이 의원의 법안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법원 개혁 필요성에 공감하는 판사들은 "사법행정에 외부인사의 참여 확대에는 공감한다"고 했다. 법관 스스로에 맡기는 법원 개혁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 여당의 모습을 보면 사법부 독립 침해가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라 우려했다. 과거 법원행정처에 근무했던 현직 부장판사는 "행정처 개혁엔 공감하지만 법관의 인사는 사법부 독립의 본질"이라며 "사법 행정이 외부인사에 좌우돼선 안된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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