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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보고관 "日, 미뤄진 올림픽 틈타 원전 오염수 방류 서둘러"

중앙일보 2020.07.31 05:00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한국사무소 회원들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를 주장하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들은 31일까지 진행되는 일본의 '주민 의견수렴' 이후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연합뉴스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한국사무소 회원들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를 주장하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들은 31일까지 진행되는 일본의 '주민 의견수렴' 이후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연합뉴스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흰색 전신 방호복(?)을 입고 방독면을 쓴 사람들이 나타났다. 손에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반대합니다"라고 쓴 팻말을 들고 있었다.
 
이들은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회원들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후 발생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생겨난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로 흘려보낼지 여부에 대해 31일까지 주민 의견을 듣고 있다. 그린피스를 비롯한 환경 단체들은 "일본 정부가 '해양 방류' 쪽으로 결정할 확률이 높다"며 우려한다.
 
UN에서 세계 각국의 인권침해 실태를 조사하고 변화를 촉구하는 UN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도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 방류 여부를 걱정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UN OHCHR 소속 인권특별보고관 (독성물질·폐기물) 바스쿠트 툰칵(Baskut Tuncak)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그는 "오염수 방류는 결국 주변 거주민의 삶을 파괴하는 인권 침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6년 내내 후쿠시마 현장 실사 요청했지만, 일본은 '묵묵무답'"

UN OHCHR 소속 인권특별보고관 바스쿠트 툰칵. 사진 바스쿠트 제공

UN OHCHR 소속 인권특별보고관 바스쿠트 툰칵. 사진 바스쿠트 제공

바스쿠트 보고관은 유럽 내 환경법‧국제법 전문 변호사로, 2014년부터 UN 인권특별보고관으로 활동했다. 그는 “특별보고관으로 일하는 6년 내내 공식적‧비공식적 방식으로 일본 정부에 후쿠시마 현지 초청을 10차례도 넘게 요청했지만, 일본 정부는 대부분 무응답으로 일관했다”며 “2012년 이후 일본은 UN 공식 감독관에게 후쿠시마 현장을 공개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검토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일본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해 올림픽이 미뤄진 틈을 타 중요한 ‘방류’ 결정을 급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코로나 틈타 '오염수 방류' 결정 빨리 해치우려고 하나" 

지난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 발생일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풍선을 날리는 일본 시민들. EPA=연합뉴스

지난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 발생일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풍선을 날리는 일본 시민들. EPA=연합뉴스

 
원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논의는 올해 올림픽이 끝난 뒤 9월부터 천천히 진행됐어야 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예정보다 빠른 지난 3월 논의를 시작해 이달 31일 의견 수렴 과정을 마친다. 바스쿠트 보고관은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2021년 올림픽이 끝날때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빨리 해치우는게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일본에는 현재 후쿠시마에서 오염수를 저장할 공간도 충분하고, 이런 민감한 이슈를 급하게 진행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염수가 방류되면 후쿠시마 지역 어업에는 ‘낙인’이 찍히고 평판에 돌이킬 수 없는 흠이 생길 것”이라며 “오염수 방류는 단순히 '오염'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어민들의 생활방식과 터전, 모든 것을 무너뜨리는 인권침해 행위”라고 우려했다. 앞서 후쿠시마현의 19개 의회도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출 반대' 의견서를 가결하며 반대 의사를 밝혔고, 현지 시민단체와 주민들도 “주업인 어업에 치명적인 타격이 있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국제법 위반하면서 '나몰라라'… 부끄러운 일"

동일본 대지진 이후 피해지역을 복구하는 일본 경찰들. REUTERS=연합뉴스

동일본 대지진 이후 피해지역을 복구하는 일본 경찰들. REUTERS=연합뉴스

 
그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국제법 위반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일본 정부가 인체 노출 허용 가능한 방사선량의 기준을 임의로 20배 올린 부분도 심각한 아동·노동자 인권 침해이자 국제적 의무 위반"이라며 "해양으로 오염수 방류도 오염물 해양 투기를 금지하는 런던협약 등 국제법 위반인데 개의치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바스쿠트 보고관은 "UN에서 여러 분야의 특별보고관 7명이 후쿠시마 이슈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현장 실사를 요청했지만 일본 정부는 'No'라고 답하거나 무응답으로 일관했다"며 "일본이 후쿠시마 문제에 대처하는 방식은 정말 실망스럽고, UN 등 국제기구에 비협조적인 태도도 일본의 지위에 걸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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