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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민주화 일군 첫 민선 총통, 리덩후이 눈감다

중앙일보 2020.07.31 00:03 종합 16면 지면보기
리덩후이

리덩후이

대만의 첫 직선제 총통인 리덩후이(李登輝·사진) 전 총통이 30일 별세했다. 97세.
 

1988년 총통 올라 직선제 도입
차이잉원 현 총통 정계로 이끌어

대만 중앙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타이베이 롱민쭝(榮民總)병원은 리 전 총통이 이날 오후 7시 24분(현지시간)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월 우유를 잘못 삼킨 뒤 폐렴 증세를 보여 이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다. 고령으로 장기간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입원 후 병세가 악화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리덩후이는 장제스(蔣介石·1887∼1975)의 아들인 장징궈(蔣經國·1910∼1988) 총통에 이어 1988년부터 2000년까지 12년간 대만 총통을 역임했다. 총통 재임 시절 국민당 독재를 끝내고 다당제와 총통 직선제를 도입했다. 대만 민주화와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1996년 직선제 방식으로 처음 치러진 총통 선거에서 승리해 대만 국민이 직접 뽑은 첫 총통이 됐다.
 
1923년 타이베이에서 태어난 그는 본토에서 성장한 본성인(本省人) 출신의 첫 대만 총통이다. 일본 식민지 시절 교토대 농학부를 다니다 일본 육군 소위로 참전했고, 이후 미국으로 유학해 코넬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만으로 돌아온 뒤 타이베이대에서 교편을 잡으며 농촌 개혁에 힘썼으며 1978년 타이베이시장, 1981년 타이완성(省) 주석(主席)을 거쳐 1984년 부총통에 취임했다. 임기 중 자신과 같은 본토 출신 인물들을 대거 기용하고 그동안의 대륙 지향적 사고에서 벗어나 현실의 대만을 추구하려 했다.
 
대만 독립을 추구하는 이들로부터 ‘대만의 아버지’로 칭송받았던 그는 임기 말년에는 중국과 대만이 별개의 나라라는 양국론을 들고나와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에 긴장을 불러오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그를 ‘대만 독립 세력(臺獨)의 수괴’라면서 맹렬히 비난했다.
 
총통 재임 시절 당시 학자이던 차이잉원(蔡英文) 현 총통을 정계로 이끈 인물이기도 하다. 유족으로는 부인 쩡원후이(曾文惠) 여사와 두 딸 등이 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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