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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희 “부동산정책 실패 땜질하나, 그린벨트 훼손 안돼”

중앙일보 2020.07.31 00:02 종합 10면 지면보기
서울 서초구청이 우면동 한국교육개발원 부지에 임대주택을 지으려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의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서초구는 ▶건물 옆 주차장 부지는 용적률을 대폭 높여 분양주택 위주로 공급하고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에 속한 나머지 부지는 점진적으로 원상 복구하자고 주장한다. 이 땅은 범정부 주택공급 확대 태스크포스(TF)가 서울 내 주택 공급을 위한 추가 유휴부지로 꼽은 곳이다.
 

서울시 교육개발원 개발계획 제동
서울시 구상한 임대 344가구 대신
용적률 높여 500가구 분양 제안
“청년은 만년 세입자로 살란 건가
저렴하게 내 집 마련할 기회줘야”

서울 서초구 우면동 한국교육개발원 건물과 주차장의 모습. 주차장 부지를 제외하고 건물이 들어선 땅은 그린벨트로 묶여 있다. [중앙포토]

서울 서초구 우면동 한국교육개발원 건물과 주차장의 모습. 주차장 부지를 제외하고 건물이 들어선 땅은 그린벨트로 묶여 있다. [중앙포토]

30일 서초구에 따르면 SH공사는 우면산 자락에 있는 교육개발원 부지(2만5557㎡)를 사들이기 위해 지난 15일 서초구에 토지거래허가 신청서를 냈다. 노인·청년 대상 임대주택 344가구를 짓기 위해서다. 해당 부지의 약 78%가 그린벨트로 묶여 있기 때문에 관할 구청인 서초구의 허가를 받아야만 땅을 사고팔 수 있다. 이 땅을 사용하던 교육개발원은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 정책에 따라 2017년 충북 진천으로 옮겨갔다.  
 
SH공사는 ▶그린벨트 안의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해 노인복지주택(98가구)으로 활용하고 ▶그린벨트 밖의 주차장 부지에 7층 높이의 공공 임대주택(246가구)을 지을 계획이다.
 
조은희

조은희

하지만 조은희(사진) 서초구청장은 토지 이용 목적이 관련 법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SH공사의 신청을 불허했다. 조 구청장은 “그린벨트까지 훼손해 가며 왜 자꾸 임대주택만 지으려 하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그린벨트를 유지·보존하는 한편 주차장 부지는 준주거지역으로 용도를 변경해 용적률을 400%로 높이자는 제안을 내놨다. 그러면 분양주택(400가구)과 임대주택(100가구)을 합쳐 SH공사의 계획보다 많은 500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미래통합당 소속의 조 구청장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25개 자치구 중 유일한 야당 구청장으로 당선됐다. 다음은 조 구청장과의 일문일답.
 
왜 토지거래허가 신청을 불허했나.
“그린벨트를 풀지 않는 한 추가로 개발할 수 없는 땅이다. 4년 전 민간 사업자가 똑같이 임대주택을 짓겠다고 했을 때 서울시가 그린벨트를 보전해야 한다며 막았다. 그린벨트를 보전하기로 해 놓고 뒤로 훼손하려는 게 말이 되나.”
 
이미 훼손된 그린벨트를 활용하자는 취지 아닌가.
“훼손됐다고 다시 지으면 또 50년 ‘대못’을 박는 거다. 미래 세대를 위해 그린벨트를 보전하겠다고 방침을 정한 건 정부 아닌가. 40년간 공공이 훼손해 사용한 만큼 다시 원상회복하는 것이 맞다. 부동산 규제 정책의 실패를 그린벨트 훼손으로 다급하게 땜질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스럽다.”
 
주택 공급은 어떡하나.
“그린벨트를 훼손하지 않고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안이 있다. 청년·신혼부부 분양주택이다. 시세의 80% 수준으로 분양하고 분양가의 20~30%를 선납하면 소유권 이전을 해준다. 나머지 돈은 30년간 주택담보대출을 활용해 상환하는 것을 제안한다. 그린벨트에 있는 건물은 지역 주민 기반시설로 활용하다 점진적으로 자연으로 복구하는 게 맞다고 본다.”
 
결국 누군가에겐 ‘로또 분양’ 아닌가.
“청년들은 만년 세입자로, ‘주거 유목민’으로 살란 말인가. 내 집을 마련하고 싶은 청년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 기성세대는 저렴한 분양주택으로 자산 축적의 기반을 마련했다. 로또 분양을 막기 위해 시세 차익의 일부를 환수하는 방안 등을 만들면 된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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