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거여 초고속 입법…내일부터 집주인 전월세 5% 넘게 못 올린다

중앙일보 2020.07.30 17:09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운데)와 조정식 정책위의장, 윤후덕 기재위원장이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임대차법이 통과된 뒤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운데)와 조정식 정책위의장, 윤후덕 기재위원장이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임대차법이 통과된 뒤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안이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전날(29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됐던 이 법안이 상정부터 본회의 통과까지 걸린 시간은 총 28시간이다. 전월세제도를 뿌리부터 손보는 법안이 하루 만에 전광석화로 통과된 것이다. 두 제도는 전월세 등 부동산거래 신고를 의무화하는 부동산거래신고 특별법 개정안과 함께 '임대차 3법'이라고 불려왔다. 이 법안은 미래통합당이 빠진 상태에서 재석 187인 중 찬성 185인으로 가결됐다. 기권은 2표였고 반대는 없었다.
 
이날 통과된 법은 내일 국무회의 후 대통령이 공포하면 즉시 시행된다. 시행일 기준으로 종료되지 않은 계약에도 적용된다. 이에 따라 당장 내일부터 세입자는 기존 2년 계약이 끝나면 2년 계약 연장을 청구할 수 있고 집주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를 거부할 수 없게 된다. 계약 갱신시 집주인은 전월세를 5% 초과해 올릴 수 없다. 
 
 
전날 법사위에 상정된 이 법안은 소위원회 심사를 거치지 않고 2시간 만에 의결됐다. 야당에서는 “소위를 먼저 구성하자”고 했지만, 민주당은 “애초 합의하지 않은 건 통합당”이라며 처리를 강행했다. 법사위에서 의결된 이 법안은 당일 자구심사까지 완료한 뒤 곧바로 본회의에 상정됐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1989년 전세 계약 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바뀐 지 31년 만에 개정되는 것이다. 2년마다 집을 옮겨 다니는 전세 난민이 사라지는 등, 집 없는 서민의 주거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통합당 의원들은 반대토론까지 마친 뒤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전날 의원총회에선 장외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았지만 “의원으로서의 직무를 포기할 수 없다”(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며 장내 투쟁으로 선회한 것이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의원이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임대차법에 대해 반대하는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윤희숙 의원이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임대차법에 대해 반대하는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제학자 출신인 윤희숙 통합당 의원은 “저는 임차인이다. 오늘 표결된 법안을 보며 4년 후 꼼짝없이 월세로 들어가겠구나 생각됐다”며 “임대인에게 집을 세놓는 것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순간 이 시장은 붕괴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축조심의과정이 있었다면 임대소득만으로 살아가는 고령 임대인에게 어떤 배려를 할 지, 수십억짜리 전세에 사는 부자 임차인도 같은 방식으로 보호할 것인가 등을 점검했을 것”이라며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 법을 통과 시킨 민주당은 전세·부동산 역사에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의 조수진 의원은 “대통령이 주문한 입법 속도전을 무조건 밀어붙이는 것은 여당 스스로 삼권분립의 한 축인 국회를 통법부으로 전락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찬성토론에 나선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여야 합의가 아닌 처리로 준비된다는 점이 참으로 안타깝다”면서 “임대차보호법은 최소한 안정된 주거로 보장할 수 있는 정말 최소한의 개정안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교섭단체인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정의당은 최소 9년 거주를 보장하는 안을 발의했지만, 법사위 상정조차 되지 않은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국회는 민주당이 원하는 시간에 민주당이 원하는 법안만 처리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했다. 야당을 향해서도 “정의당이 통합당 의석 반의 반이라도 가졌다면 국회는 완전히 달랐을 것”이라며 “반대와 퇴장만 일삼다가 결국 또 자가 격리를 선택했다. 무능과 무책임의 끝은 해피앤딩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본회의에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 개정안도 재석 187인 중 찬성 186표, 기권 1인으로 가결됐다. 이 법은 상가건물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에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김태호 무소속 의원은 두 법안 모두 기권표를 던졌다. 표결과정에선 주택임대차보호법안에 기권표를 던진 오영환 민주당 의원이 “실수였다”며 정정 신청을 내는 해프닝도 있었다.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임대차 3법 중 이날 처리되지 않은 부동산거래신고 특별법 개정안을 포함해 국토위·행안위·기재위에서 의결된 부동산 관련 법안을 내달 3일로 예정된 법사위에서 처리한 뒤 4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계획이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주거안정은 민생의 핵심이자 타협할 수 없는 지상과제다. 반드시 이들 법안을 7월 임시국회 내에 처리하겠다”고 했다. 이날 본회의서는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으로 김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효재 전 한나라당 의원을 추천하는 안건도 통과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