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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연의 인사이드 트랜D’

코로나 19로 교육 현장이 크게 변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비대면 수업으로 공교육 현장에서는 온라인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한다. 서버 불안정은 고질병처럼 만연해있다. 보안에 대한 우려도 크고, 학생들의 학력 저하도 걱정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이 시기를 기회 삼아 효율적으로 교육 데이터를 모으는 국내 기업들이 있다. 이들이 모은 데이터는 학생들을 위한 자료로 쓴다.  

 

오프라인보다 더 나은 교실을 만드는 ‘데이터’의 힘

 아이들의 말(발화)을 데이터로 모아 교육용 AI로 만드는 사례가 있다. 청소년 어학 에듀테크 부문 선두주자로 손꼽히는 청담러닝 이야기다. 이들은 고성능 STT(음성을 문자로 옮기는 기술: Speech to Text) 기술과 학생들의 발화 데이터를 결합해 ‘비나톡’이라는 채팅 앱을 개발했다. 학생들이 주로 말하는 문장과 자주 틀리는 문장을 데이터로 쌓아두어 대화가 비교적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평이다. 함정하 청담러닝 AI 러닝팀 부장은 “십여년간 온라인 학습을 진행하면서 아이들의 발화 정보들을 음성 파일로 저장했다. 이를 머신러닝 엔진에 넣어 인식률을 높일 수 있었다”며 “저학년의 경우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거나 발음을 웅얼웅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한 테크니컬한 보완도 지속적으로 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업체는 초등생의 사용자 경험(UX) 부분에도 크게 관심을 쏟았다. 비대면 교육에서 해결할 문제로 손꼽히는 것이 바로 아이들의 집중력인데, 이에 대해 저학년과 고학년을 나누어 전략을 달리했다. 저학년의 경우 학습을 진행하며 친근감 있는 캐릭터를 모으는 게임 같은 방법으로 보상을 받는다. 고학년에게는 캐릭터가 아닌,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의 ‘좋아요’가 더 큰 보상인 걸로 나타났다고 했다. 어학원 자체적인 소셜 플랫폼을 만들어서, 그 안에서 아이들끼리 서로 피어 티칭(peer-teaching)을 독려하는 ‘틱톡’ 같은 장치를 만들었다.  
 
다음 단계로는 얼굴 인식과 홍채추적(아이트래킹) 기술을 활용해 학생의 태도 및 학습률을 강사에게 알리는 시스템을 고안하고 있다고 한다. 오프라인 교실에서는 분명 교사 시선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아이들의 태도나 발화량을 데이터로 곧장 파악할 수 있다. 얼마나 말을 많이 했는지를 AI 튜터가 감지하고, 이를 시스템에 실시간으로 전송해, 인간 강사가 적게 말한 아이들에게 더 발언할 기회를 주도록 하는 ‘넛지 시스템’이 한참 개발 중이라고 했다.  


커리큘럼 내용을 중심으로 AI와 대화를 하고 복습을 진행하는 챗봇 앱. 출처: 청담러닝 제공

커리큘럼 내용을 중심으로 AI와 대화를 하고 복습을 진행하는 챗봇 앱. 출처: 청담러닝 제공

 
 함 부장은 “온라인으로 교육을 한다는 건 AI 기술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할 기회”라고 강조했다. 오프라인 학원에서는 날아가 버리는 데이터를, 온라인상이기 때문에 모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데이터를 모아 더 나은 교육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함 부장은 “궁극적으로는 글로벌플랫폼을 기대하고 있다”며 “오프라인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세계 각 브랜치에서 소셜 러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교사·강사의 강의자료를 만드는 플랫폼  

 인공지능 영어학습 플랫폼을 설계한 스타트업 제로엑스플로우의 사례도 흥미롭다. 이들은 비대면 수업용 강의 자료를 자동으로 만드는 툴을 개발했다. 특이한 점은 유튜브나 영어 기사 등 온라인에 공개된 콘텐츠를 곧장 끌어와, 빈칸 채워 넣기나 따라 읽기, 단어 맞추기 등의 맞춤형 수업자료로 자동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읽고 채운 내용은 학교의 비대면 수행평가 자료로도 쓰일 수 있다고 했다.  
 
해당 플랫폼은 실제 경북 지역의 인동고등학교와 산동중학교를 비롯한 일부 중고등학교 및 학원가에서 활용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충남 중등영어교육 연구회 및 천안 북일고와도 업무협약을 맺었다. 김홍현 대표는 “예전에는 교사가 일일이 스크립트를 받아 적은 뒤 빈칸을 헐어내는 식이었지만, 이제는 번거로운 일을 기계가 대신 한다”며 “향후에는 교사 개개인의 교육 자료가 상품이 되는 시장 모델로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영화 〈라라랜드〉를 끌어와 난이도에 맞춰 자동으로 문제지를 생성하는 플랫폼. 출처: 제로엑스플로우 제공

영화 〈라라랜드〉를 끌어와 난이도에 맞춰 자동으로 문제지를 생성하는 플랫폼. 출처: 제로엑스플로우 제공

 

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조직 문화

 업체들 모두 비대면 교육 현실을 ‘전환점’으로 보고 있었다.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청담러닝의 경우 현장에서 기술 트렌드를 빠르게 접목하는 모습이 외부의 시선을 끌었고, 그 덕에 KT를 비롯한 국내 유수의 IT 관련 기업에서 협업을 제안하는 일도 많다고 했다. 청담러닝 U러닝팀 오은경 이사는 “교육철학과 방법론이 잘 되어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그것을 교육적 필요에 알맞게 연결할 수 있다”며 “파일럿을 돌리고 그랜드 런칭을 하는 과정에서 현장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프로세스가 잘 자리 잡았다”고 강조했다. 이들에게 비대면 교육은 ‘안타까운 현실’이 아닌 ‘새로운 교육의 시작’이다.  
 
유재연 객원기자
 중앙일보와 JTBC 기자로 일했고, 이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이미지 빅데이터분석, 로봇저널리즘, 감성 컴퓨팅을 활용한 미디어 분석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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