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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벤처투자 가능해진다…홍남기 “일반지주사 벤처캐피탈 보유 허용”

중앙일보 2020.07.30 11:48
대기업의 벤처기업 투자가 가능해진다.  
 
30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일반지주회사의 벤처캐피탈(CVC) 소유를 원칙적으로 허용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제12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겸 제30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2차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뉴스1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2차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뉴스1

 
이날 회의에서 공정거래위원회, 국무총리실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일반지주회사가 벤처캐피탈을 소유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는 내용의 ‘일반지주회사의 벤처캐피탈 제한적 보유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일반지주회사는 보통 대기업 지주사를 말한다. 벤처캐피탈은 자금을 끌어모아 기술 중심의 신생 기업(벤처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일종의 펀드다. 금융회사 성격이다.
 
그동안 일반지주회사의 벤처캐피탈 소유는 공정거래법상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금산 분리(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소유 금지)’ 규정에 따라서다. 하지만 고질적인 벤처업계 자금 가뭄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대기업 자본이 수혈될 수 있도록 문호를 열어줘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고, 정부는 벤처 투자에 한해 ‘금산 분리’ 원칙에 약간의 틈을 두기로 했다.  
 
직접 투자가 아닌 벤처캐피탈을 통한 대기업의 투자는 가능하도록 규정을 바꾼다.  
 
홍 부총리는 “주요 선진국에선 대기업의 벤처캐피탈 소유를 허용하고 있다. 실제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이 설립한 구글벤처스는 우버 등 다수의 투자 성공사례를 창출하는 등 벤처캐피탈은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세계적 흐름에 뒤처지지 않으면서도 대기업의 자금의 벤처 투자 확대, 회수시장 활성화를 통한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고, 한국 경제의 혁신성ㆍ역동성 강화를 위해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일반지주회사 소유 벤처캐피탈을 통한 벤처기업 투자 개념도.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일반지주회사 소유 벤처캐피탈을 통한 벤처기업 투자 개념도.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대신 정부는 제한 규정을 뒀다. 벤처캐피탈은 일반지주회사의 완전 자회사(지분 100% 보유) 형태로 설립해야 한다.  
 
일반지주회사가 설립한 벤처캐피탈은 자기자본 200% 이내 차입이 가능하다. 펀드를 만들 땐 조성액의 40% 범위에서만 외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벤처캐피탈의 업무는 ‘투자’에 한해서만 가능하다. 다른 금융 업무는 할 수 없다.  
 
또 총수 일가, 금융 계열사로부터의 출자는 금지된다. 총수 일가 관련 기업, 계열사, 다른 대기업(대기업집단)으로의 투자도 안 된다. 금산 분리 원칙 훼손을 막기 위해서다. 
 
해외 투자도 제한된다. 총자산의 20%만 해외에 투자할 수 있다. 정부에 정기 보고해야 하는 의무도 있다. 일반지주회사 소속 벤처캐피탈은 출자자 현황, 투자 내역, 자금대차관계, 특수관계인 거래 관계 등을 공정위에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위반을 하면 공정위와 중소벤처기업부, 금융위원회로부터 조사·감독·제재도 받을 수 있다.
 
재계 반응은 기대 반, 아쉬움 반이다. 이날 벤처기업협회와 한국바이오협회 등으로 구성된 혁신벤처단체협의회는 공동 입장문을 내고 “애플과 구글 등 글로벌 IT기업들은 활발한 스타트업 투자와 인수합병을 통해 지속적으로 신사업을 발굴하고 신시장을 확대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금산분리 규제와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으로 투자 활동이 미흡했다”며 “민간자본의 벤처 투자를 더욱 활성화하고 신산업 육성에 기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허용이 각종 제한 규정이 붙은 ‘조건부 허용’이라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높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시장과 기술을 잘 아는 대기업이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는 길이 열렸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펀드 조성 시 외부자금을 40%로 제한하고 벤처캐피탈의 부채(차입) 비율을 200%로 제한하는 등 규제를 둔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제도 시행과 시장 관행 정착을 봐가며 규제를 완화·보완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도 각종 비율 제한과 함께 벤처캐피탈을 지주회사의 완전 자회사 형태로 설립하게 한 점이 정책의 실효성을 저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배상근 전경련 전무는 “정책의 취지가 어려움에 놓여있는 벤처기업의 생존과 미래지향적 벤처 창업에 도움을 주려는 것인데, 벤처캐피탈이 제한적으로 허용돼 당초 기대했던 정책 효과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며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벤처캐피탈의 설립의 자율성 확대, 부채 비율 상향, 펀드의 외부자금 비중 확대 등 과감한 규제 완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홍 부총리는 이번 방안과 관련해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입법을 추진하되, 정기국회를 통해 연내 조속한 입법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이소아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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