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제주 48일간 덮쳤고, 중부는 내주 끝…올해 유독 긴 장마 왜

중앙일보 2020.07.30 06:00
전국 곳곳에 호우특보가 내려진 29일 오전 서울 종각역 인근에서 우산 쓴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스1

전국 곳곳에 호우특보가 내려진 29일 오전 서울 종각역 인근에서 우산 쓴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스1

제주시에서는 28일과 29일 낮 기온이 30도를 웃돌면서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하지만 불과 하루 이틀 전인 지난 27일에만 해도 하루 71.5㎜의 폭우가 쏟아지는 등 긴 장마가 이어졌다.
 
올해 제주도 장마는 지난달 10일 시작돼 27일까지 48일이나 이어졌다.
장마를 본격적으로 기록하기 시작한 1973년 이래 47년 만에 가장 긴 장마였다.
 
아직 장마가 계속되고 있는 서울 등 중부지방에서도 역대 최장까지는 아니지만, 보통 7월 19일 경에 장마가 끝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평년보다 열흘 이상 긴 장마가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올해 장마가 길어진 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북극 온난화가 근본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북극의 급격한 기온 상승이 몇 단계를 거쳐 한반도의 긴 장마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지난 15일 기준의 북극 바다 얼음 면적. 하얗게 표시된 부분이 바다 얼음으로 덮힌 해역이며, 주황색 선은 평년 수준(1981~2010년 중간값). 자료: 미국 국립 빙설데이터센터.

지난 15일 기준의 북극 바다 얼음 면적. 하얗게 표시된 부분이 바다 얼음으로 덮힌 해역이며, 주황색 선은 평년 수준(1981~2010년 중간값). 자료: 미국 국립 빙설데이터센터.

 

북극 기온 10도 높은 상태 지속

북극 주변의 기온 편차(7~13일). 북극해 중심은 평년보다 10도 가까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시베리아와 알래스크 쪽은 평년보다 낮은 기온을 보이고 있다. 자료: 미 해양대기국.

북극 주변의 기온 편차(7~13일). 북극해 중심은 평년보다 10도 가까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시베리아와 알래스크 쪽은 평년보다 낮은 기온을 보이고 있다. 자료: 미 해양대기국.

기후변화, 즉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현재 북극의 기온은 크게 상승해 있는 상태다.
29일 미국 국립 빙설 데이터센터(NSIDC)에 따르면 북극해 중심에서 762m 상공(기압 925 헥토파스칼(h ㎩)이 나타나는 약 2500피트 고도)에서는 이달 1~15일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10도 가까이 높게 유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여름을 맞은 북극 바다 얼음도 빠르게 녹고 있다.
지난 27일 현재 북극의 바다 얼음 면적은 624만 ㎢로 줄어든 상태다. 7월 27일 기준으로는 1979년 위성관측을 시작한 이래 역대 최소 면적이다.
북극 얼음 면적. 여름이 되면서 줄어들고 있는데, 7월에 접어들면서 파란색으로 표시된 2020년 면적 수치가 다른 해보다 낮음을 볼 수 있다. 자료:미 국립 빙설데이터 센터.

북극 얼음 면적. 여름이 되면서 줄어들고 있는데, 7월에 접어들면서 파란색으로 표시된 2020년 면적 수치가 다른 해보다 낮음을 볼 수 있다. 자료:미 국립 빙설데이터 센터.

 
지금까지는 7월 27일을 기준으로 2011년이 역대 최저치였는데, 올해는 당시 689만㎢보다 65만㎢나 적다.
또, 여름 전체로 따져 사상 최저치를 보였던 2012년의 경우도 7월 27일에는 바다 얼음 면적이 691㎢를 유지했는데, 올해는 그보다 67만㎢가 적다.
 

제트기류 약해져 찬 공기 남하 

북극진동 원리

북극진동 원리

미 해양대기국(NOAA) 기후예측센터에서 제공하는 북극진동 지수(AO index)는 이달 들어 지속해서 음의 값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북반구 고위도와 중위도 지방의 기압 차이 정도를 나타내는 북극진동 지수가 음수이면 기압 차이가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극진동 지수가 음의 값을 보이는 것은 북극 기온의 상승 탓이다.
북극과 중위도 지방 사이의 기압 차이가 줄면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둬두는 제트기류 소용돌이가 약해져 뱀처럼 꾸불꾸불하며 남북으로 출렁이게 되고, 북극 찬 공기도 남쪽으로 내려오게 된다.
 
온난화로 북극 기온이 상승했다고는 해도 북극은 북극이다.
북극 찬 공기가 내려오면 중위도 지방의 기상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김백민 교수는 "중위도 지방은 겨울뿐만 아니라 여름에도 북극의 영향을 받는다"며 "여름철 고위도 고온 현상은 최근 10~20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고, 이와 관련해 저지(Blocking) 고기압에 의한 기류 정체 현상도 자주 나타난다"고 말했다.
 

캄차카 인근 고기압 탓에 찬 공기 한반도로

지난 21일 중국 후베이성 이창시에 있는 세계 최대 수력발전용 댐인 싼샤댐이 창장(長江) 하류로 물을 방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1일 중국 후베이성 이창시에 있는 세계 최대 수력발전용 댐인 싼샤댐이 창장(長江) 하류로 물을 방류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러시아 캄차카 반도에서는 고기압이 버티고 있고, 몽골 쪽에는 따뜻한 공기를 가진 고기압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들이 기류의 동서 흐름을 막고 있다.
 
이런 사이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가 몽골 고기압을 동쪽으로 우회해 남쪽 한반도로 내려왔고, 한반도 남쪽에서 북태평양고기압과 충돌했다.
북태평양고기압 세력 자체는 예년에 비해 약한 편은 아니지만, 북쪽에서 찬 공기가 내려온 탓에 그동안 한반도 중부지방으로 확장하지 못했다.
 
장마전선은 북상하지 못하고 제주도 남쪽에 오래 머문 탓에 중국과 일본에 많은 비를 뿌렸다.
중국 양쯔 강이 범람하고, 안전을 위협할 정도로 싼샤댐 수위가 오른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덥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차고 건조한 북쪽 공기와 충돌하면서 대기가 불안정해져 많은 비를 뿌린 것이다.
김 교수는 "북태평양 고기압과 한랭하면서 습도가 높은 오호츠크래 고기압과 만나는 전형적인 장마전선의 모습에서 벗어나면서 장마 때 집중호우가 잦아지는 양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주말 전후로 중부도 장마 벗어나

장맛비가 쏟아진 29일 오전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맛비가 쏟아진 29일 오전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상청은 제주 지방은 장마에서 벗어났고, 남부지방도 이번 주말엔 장마에서 벗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NOAA에서도 북극의 고온 현상도 최근 점차 해소되고 있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기상청 유기한 통보관은 "장마전선이 점차 북한으로 북상하면서 서울 등 중부지방은 이번 주말 이후 장마가 그칠 것으로 예상하지만, 장마전선의 위치에 따라 다음 주 초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장마가 끝나면 중부지방에도 본격적인 폭염이 나타날 것으로 기상청은 예상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관련기사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