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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코로나 시대, 사무용 건물 대신 클라우드가 지배한다”

중앙일보 2020.07.30 06:00
"구봉산에 시원한 바람이 불고 있네요." 지난 14일 청와대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 화상으로 등장한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서있던 바로 그곳. 강원도 춘천의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이다. 각은 네이버 서비스에 흐르는 데이터가 보관되는 저장소다. 네이버의 클라우드 사업 자회사인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의 핵심 사업기반도 데이터센터 각이다.  
 

[인터뷰]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 한상영 상무

NBP는 어떤 청사진을 그리고 있을까. NBP의 클라우드사업부를 이끄는 한상영(사진·50) 상무를 지난 15일 서울 강남 역삼동 강남N타워에서 만났다.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은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GCP) 등 글로벌 기업들의 각축장이 됐다. 네이버는 2017년 이 시장에 진출했다. 빠른 편은 아니었다. 한 상무는 "최근 기업 고객 대상의 프로젝트 경쟁에서 AWS·MS와 함께 NBP가 최종 협상 테이블에 올라가는 일이 잦아졌다"며"애국심 마케팅의 수명은 길지 않다. 실력으로 승부하겠다"고 말했다. 
한상영 NBP 클라우드사업부 상무. 사진 네이버

한상영 NBP 클라우드사업부 상무. 사진 네이버

"클라우드는 창구이자 도로"

네이버가 클라우드 사업에 눈을 뜬 건 언제인가.
2006년쯤 물리 서버를 가상화하는 기술이 등장했다. 남아도는 중앙처리장치(CPU)를 타인에게 임대한다는 개념이었다. 2010년쯤 원천기술을 확보해 2012년 클라우드 사업을 위한 플랫폼과 서비스 구축을 완료했다. 당시 국내 클라우드 시장이 크지 않아 네이버 내부에 먼저 적용해봤다. 출근 시간 사용량이 많은 뉴스와 저녁 사용량이 많은 웹툰을 클라우드에 올려 기존에 서버 두 대를 쓰던 걸 한 대로 해결하는 식이었다.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외부 사업에 나섰다. 클라우드는 네이버가 독자적으로 보유해야할 필수 기술이다. 네이버의 기술을 외부로 보내기 위한 도로이자, B2B 사업을 위한 창구다. 
 

"AWS·MS·구글과 실력으로 붙겠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 규모.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국내 클라우드 시장 규모.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NBP의 지난해 매출은 4926억원이다. 클라우드 시장이 커지면서 2014년부터 6년 연속 증가세다. 빅데이터 분석, 번역, 문자 판독 기술(OCR) 등 네이버의 각종 인공지능(AI) 기술을 탑재한 클라우드 상품 160여 개를 묶어서 판매한다. GS그룹과 한화생명, 삼정KPMG, 아모레퍼시픽, 펍지(배틀그라운드) 등이 핵심 고객사다.

 
클라우드 시장에서 네이버의 강점은.
온라인 사업을 오래 해본 대형 사업자라는 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기존 통신사 중에 클라우드를 제대로 하는 곳이 생각보다 없다. AWS나 MS, 알리바바 등 인터넷 기업들이 세계 클라우드 시장을 장악했다. 그 이유는 투자를 통해 사용자를 늘려나가면 사업을 키울 수 있다는 걸 이런 기업들이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NBP는 한국에 특화된 서비스가 가능하다. 한국은 고객들의 요구 수준이 다른 시장에 비해 꽤 높고, 정부 규제도 세다. 해외 기업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이다.
 
NBP의 약점은 뭘까.
해외 기업이 더 좋은 기술과 서비스를 갖췄을 것이란 고정관념을 넘어서기가 생각보다 힘들다. '애플빠'는 아이폰만 쓰듯 클라우드도 '아마존빠'들이 있다. 이런 인식은 '국산품 장려' 같은 애국심 마케팅이나 (국내 기업만 규제 대상이라는) 역차별 호소로 바꾸기엔 한계가 있다. 장기적으로 사업에 좋지도 않다. 중요한 건 제품과 서비스 경쟁력이다. AWS, MS와의 입찰 경쟁 끝에 따낸 사업도 많다. 실력으로 승부해볼 만하다고 본다.
 

"자국민 데이터 지켜야"

네이버는 한때 '데이터 주권'을 강조하며 애국심 마케팅을 하지 않았나.
적어도 금융이나 의료·교육, 공공서비스 같은 분야에선 데이터 주권을 쥐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온라인 수업을 예로 들어보자. 학생들이 무슨 요일에 출석률이 높은지, 어떤 수업을 잘 안 듣는지 등은 교육사업에 유의미한 데이터다. 정부가 MS에 그 데이터를 요구할 때 그들이 과연 그 데이터를 선뜻 내줄까.
 
네이버는 정부가 요구하면 그런 정보를 내준다는 건가. 
미국이 화웨이와 틱톡을 견제하고, EU가 미국의 빅테크를 배척하는 이유가 뭔가. 정치 성향부터 신용정보까지 자국민 데이터가 넘어간다고 생각해서다. NBP가 공공·금융 분야부터 사업을 확장한 이유기도 하다.
 

"클라우드가 건물 대체할 것"

강원도 춘천에 있는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내부 모습. 사진 네이버

강원도 춘천에 있는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내부 모습. 사진 네이버

 
클라우드로 인한 가장 큰 변화를 꼽는다면.
무엇이든 쉽게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새로운 기술이나 장비를 도입하려면 초기 비용을 날리는 건 아닌지 고민해야했다. 기술 수준을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클라우드는 적용해보고 별로면 해지하면 된다. 일종의 구독 모델이랄까. 빅데이터 분석, AI 활용도 쉬워졌다. AI를 탑재한 클라우드만 있으면 뛰어난 분석가나 첨단 장비 없이도 시장 트렌드 분석, 재고 관리, 서류 입력, 필기체 인식, 실시간 번역 등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클라우드가 중요해졌다고들 한다. 
앞으로는 클라우드가 건물을, 사무실을 대체하게 될 거다. 코로나19로 콜센터 같은 고객 응대 서비스나 통신·금융·보험업계 안내 서비스 종사자들은 사업장에 나올 필요가 없어졌다. 재택근무의 효율성을 경험해 본 기업들은 이미 건물 임대료와 클라우드 사용료를 비교하기 시작했다.
 

"내년 해외사업 확대" 

NBP가 지난 23일 신규 서비스 '뉴로클라우드'를 출시했다. 사진 네이버

NBP가 지난 23일 신규 서비스 '뉴로클라우드'를 출시했다. 사진 네이버

 
NBP는 지난 23일 신규 클라우드 서비스 '뉴로 클라우드'를 출시했다. 노후된 IT 장비나 전산실이 없는 제조시설에 NBP의 서버팜(서버 묶음)을 장착하는 것만으로 간단히 클라우드를 도입할 수 있는 서비스다.
 
앞으로의 계획은.
국내 공공·금융·의료 클라우드 시장은 NBP가 주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뉴로 클라우드를 출시한 이유는 이 시장을 넘어 국내 대기업 대상 엔터프라이즈 사업의 보폭을 넓히기 위해서다. 국내 기반이 잡히면 본격적으로 해외에 진출할 생각이다. 몇몇 클라우드 서비스는 이미 동남아와 일본에서 선보이고 있다. 내년쯤엔 해외 사업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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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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