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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시조 백일장] 7월 수상작

중앙일보 2020.07.30 00:20 종합 20면 지면보기

〈장원〉

우영이
-김현장   
 
맹우(盲牛)로 태어나서 어미 젖 못 찾아도
제 이름 불러주면 달려와 손을 핥던
여러 배  
새끼를 낳아  
내 아이들 학비 대던
 
그러다 난소 이상, 불임 진단 받은 후엔
사료의 양을 늘려 비육을 시작했다  
우시장  
경매 소들 사이  
귀를 세운 우영이  
 
초점 없는 눈 굴리며 소리를 찾고 있다
다가가 쓰다듬고 이름을 불러주니  
긴 혀로  
쓱쓱 핥으며  
눈물 뚝뚝 떨구던
 
◆김현장
김현장

김현장

전남 강진 출생. 전남대 수의학과 졸업. 강진 백제동물병원장. 경기대 한류문화대학원 시조창작전공 석사 재학. 2019년 11월 중앙시조 백일장 장원.

 
 
 
 
 

〈차상〉

기다림    
-김미경
 
걸쳤던 한 생의 칠 훌러덩 벗겨진 채
저무는 햇살만 까딱까딱 졸고 있는
골목 앞 폐기 딱지 붙은 주인 잃은 흔들의자
 
자식처럼 안기었던 정든 이의 지문 꽃
바람이 핥아가며 수소문 해보는데
인연도 닳고 해지면 흩어지는 먼지일 뿐
 
총총 박힌 사연 같은 못 하나 쑥 빠진
삐거덕 흔들리며 세월에 닳은 관절
아버지 휘어진 등처럼 구부정한 저 기다림
 

〈차하〉

꽝에는 꽝
-김현진
 
감수꽝  
오람수꽝  
오일장 동태 할망
벵삭벵삭 웃지만 한 손에는 무쇠 칼
얼마꽝?  
대답 대신에
도마 찍듯 대가리 꽝!  
 

〈이달의 심사평〉

응모된 작품 수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생활 속의 구체적 체험을 시적 구도 속에 포착해낸 땀 냄새가 물씬 풍기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다.  
 
김현장의 ‘우영이’는 시각 장애를 앓고 있는 소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여러 배 새끼를 낳아 아이들의 학비를 마련해 주었지만, 불임 진단이 내려지자 비육우로 키워져 우시장에 팔려 나온 ‘우영이’의 팔자에 대한 참 애틋하고도 따뜻한 시선이 읽는 이의 가슴을 짠하게 한다. 시상 전개에 별다른 무리가 없는 데다 가락이 척척 맞아떨어지고, 난데없는 상황의 돌발에 따른 신선함이 느껴지는 가품이다. 김미경의 ‘기다림’은 작품 전체가 거대한 비유다. 시종일관 제 역할을 끝내고 버려진 의자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실상은 의자가 아버지에 대한 정서적 등가물이기 때문이다. 특히 그것이 드러나는 마지막 부분의 반전에는 방점이라도 찍어주고 싶었다. 김현진의 ‘꽝에는 꽝’은 제주도 사투리를 도처에 구사한 매우 재미있는 소품이다. 말을 주무르는 솜씨가 남다른 데다, 같이 보내온 ‘콧구멍 도둑’이 보여준 끝부분의 해학도 눈길을 끌기에 넉넉했다.
 
김재용, 박송애, 선동재, 오은기 등 새로 나타난 예비시인들의 작품들이 끝까지 뿔을 다투었다. 좀 더 치열하게 내공을 쌓은 뒤에 다시 한번 도전해 주었으면 한다.  
 
심사위원=이종문(대표집필), 최영효
 

〈초대시조〉

절망을 뜯어내다 
-김양희 
 
우리를 탈출한 고릴라가 돌아다닌다
 
어떻게 나갔어?
대체 비결이 뭐야?
 
철망을 하루에 한 칸씩 나도 몰래 뜯었지
 
절망을 뜯어냈다고?
철망을 뜯어냈다고!
 
오타를 고치려다 눈이 주운 어휘 한 잎
 
절망을 하루에 한 줌 몰래 뜯어내야지
 
◆김양희
김양희

김양희

제주 출생. 2016년 ‘시조시학’ 신인상. 2019년 정음시조문학상, 한국가사문학대상 특별상. 시조집 『넌 무작정 온다』

 
 
 
 
 
지난 겨울, 느닷없이 우리 앞에 나타난 코로나19라는 놈은 너무도 많은 것들을 탈취하고 있다. 보이지도 않는 그놈은 몇 개월의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고 고통과 괴로움에 떨게 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이런 상태를 끊어버리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 또한 많이 있다. 그들은 연구실에서, 공장에서, 병원이나 또 다른 곳에서 이러한 ‘절망을 뜯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많은 힘을 얻는다. 이 시인도 그러하다. ‘우리를 탈출한 고릴라가 돌아다’니는 것으로 포문을 열어 아픔 속에서도 희망을 갖게 한다.
 
제1회 정음시조문학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시조에서 보기 드문 형식을 취했다. 진술과 대화와 짧은 독백으로 이루었다. 얼핏 보면 시조가 아닌 듯 느껴진다. 3장 6구 형식이 가지는 정형 틀의 배행을 바꿨기 때문이다. 시조는 가능한 정통적 가락으로 전달해야 하지만 이런 구조를 취해 그 의미를 더 강조할 수 있다면 기꺼이 선택하고 집중하면 되는 것이다. 이 작품은 그런 면에서 성공적이다. 거기에다 우화와 언어유희의 재기발랄함을 한껏 이용해 더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읽히게 하였다.
 
고릴라가 철망을 한 칸씩 뜯어내 마침내 자유를 얻어냈듯 우리도 ‘절망을 하루에 한 줌 뜯어내’면 되겠다. 그러면 소중했던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겠다. 절망을 뜯어내자!
 
강현덕 시조시인
 
◆응모안내
매달 20일까지 우편(서울시 중구 서소문로 100번지 중앙일보 문화부 중앙시조백일장 담당자 앞) 또는 e메일(choi.jeongeun@joongang.co.kr)로 접수할 수 있습니다. 응모 편수에 제한없습니다. 02-751-5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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