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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치료제 있다" 가짜 퍼나른 트럼프 부자…또 삭제 수모

중앙일보 2020.07.29 13:30
미국 텍사스주 의사 스텔라 에마누엘은 27일(현지시간) 미국 대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치료제가 있으니 마스크를 쓸 필요도, 셧다운할 필요도 없다"고 주장했다. [유튜브 캡처]

미국 텍사스주 의사 스텔라 에마누엘은 27일(현지시간) 미국 대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치료제가 있으니 마스크를 쓸 필요도, 셧다운할 필요도 없다"고 주장했다. [유튜브 캡처]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의 대법원 건물 앞에 흰색 가운을 입은 무리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자신을 '미국 최일선 의사들'이라고 소개한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가 있으니 마스크를 쓸 필요도, 가게 문을 닫을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미 의사 "하이드록시 클로로퀸으로 치료, 모두 살려"
트럼프 대통령과 장남, 트위터·페이스북에서 공유
과거 "자궁내막증은 악령과 성관계 때문" 황당 발언
CNN "2016년 때 먹힌 문화 전쟁 전략 되살아 나"

 
이 가운데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진료하는 의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스텔라 이마누엘은 "코로나19 환자 350명 이상을 하이드록시 클로로퀸, 아연 등으로 치료해 단 한 명도 잃지 않고 모두 살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치료제가 있으니 우리는 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는 아직 치료제와 예방 백신이 없다는 세계보건기구(WHO),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식품의약국(FDA) 등의 전문가들 의견과 배치된다. 
 
보수 온라인 미디어 브레이트바트가 실시간으로 중계한 기자회견은 1400만 명 넘게 시청했다. 다양한 민원과 주장이 쏟아지는 워싱턴에서는 흔한 장면이기 때문에 여기까지는 특별할 것이 없다.
 
지난달 2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가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젊은 공화당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2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가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젊은 공화당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의 장남인 돈 트럼프 주니어가 해당 영상을 트위터·페이스북 등에 올리면서 불거졌다. 각각 트위터 팔로워 8400만 명, 530만 명을 보유한 두 사람을 통해 영상은 급속도로 퍼졌다. 
 
급기야 트위터와 페이스북, 유튜브 모두 해당 영상을 삭제했다.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행위를 제재하는 각 사 내부 규정에 따른 것이다. 트럼프 주니어의 트위터 계정은 12시간 사용 정지 처분까지 받았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장남 트럼프 주니어의 트윗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장남 트럼프 주니어의 트윗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하지만 영상은 이미 널리 퍼진 뒤였다. 페이스북에서는 2800만 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정보의 진위를 따지기보다는 일단 진영을 중심으로 지지자들이 뭉친 것이다.  
 
파문은 이후 더 커졌다. 온라인 매체 데일리비스트가 스텔라 에마뉴엘의 정체를 캤다. 나이지리아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텍사스주에서 일차진료 의사로 활동하는 그는 과거 비과학적인 황당 주장으로 온라인상에서 유명했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 CBS뉴스 등에 따르면 그는 자궁내막증 같은 산부인과 질환 대부분은 꿈에서 악령과 성관계를 맺은 결과라고 주장했다. 
 
백신은 외계인 DNA로 만든다든지, 백신은 사람을 종교로부터 멀어지게 하기 위해 개발됐다는 등 주장을 폈다. 그가 운영하는 종교단체 웹사이트에는 태반을 통해 대대로 이어지는 저주를 풀기 위한 기도 제안이 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백악관에서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브리핑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백악관에서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브리핑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8일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관련 질문에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글을 삭제한 것 같은데, 왜 그랬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대법원 앞 기자회견을 가리켜 "그들은 매우 존경받는 의사들 같다. 그중 한 여성은 대단했다"고 말했다. 

 
황당한 주장을 하는 사람을 왜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트럼프는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은 없다"면서 "환자 수백명을 성공적으로 치료했다고 하니 그의 목소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후 에마누엘은 CNN 앵커나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장, 상원의원 등이 몰래 하이드록시 클로로퀸을 복용 중이라는 음모론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당장 자신에게 소변 샘플을 보내라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이드록시 클로로퀸이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극찬했으나 지난 4월 24일 FDA가 "심각한 심장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코로나19에 쓰지 말 것을 경고하자 홍보를 중단했다. 
 
최근 그는 "마스크 쓰는 게 애국" "코로나가 심각한 지역에선 개학을 몇 주 늦출 필요가 있다" "상황이 나아지기 전에 더 나빠질 것"이라고 말하는 등 과학에 기반을 둔 발언을 쏟아냈다.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로 지지율이 하락하자 트럼프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있었으나, 이번 영상 리트윗 사건으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CNN은 2016년 대통령 선거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문화 전쟁"을 선거 전략으로 삼았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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