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뮤지컬·야구는 되는데 우린 왜?” 갈팡질팡 지침에 설 곳 잃은 콘서트

중앙일보 2020.07.29 12:06
‘사랑의 콜센타’에 출연해 단체 무대를 선보이고 있는 ‘미스터트롯’ 출연진. [사진 TV조선]

‘사랑의 콜센타’에 출연해 단체 무대를 선보이고 있는 ‘미스터트롯’ 출연진. [사진 TV조선]

콘서트를 둘러싼 제작사와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상반기 줄줄이 취소된 대형 콘서트가 여름 성수기를 맞아 재개를 시도했지만 관할 구청의 반대에 부딪혀 난항을 겪고 있다. 뮤지컬은 전 세계 공연장이 문을 닫은 상황에서도 무대에 올라 K방역의 위상을 떨치고, 프로야구도 다음 달부터 10% 규모로 관중 입장이 허용된 상황에서 대중음악 콘서트만 불허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불만도 나온다. 
 

공연 사흘 앞두고 취소된 ‘미스터트롯’
송파 떠나 강서로 옮긴 김호중 팬미팅
“상반기 취소된 공연 피해액만 876억
정부도, 지자체도 정확한 지침 줬으면”

가장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는 것은 ‘내일은 미스터트롯’ 감사콘서트와 송파구청이다. 24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KSPO돔)에서 첫 공연을 할 예정이었으나 사흘 전인 21일 송파구청에서 5000석 이상 대규모 공연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체조경기장(1만5000석)과 핸드볼경기장(5000석)의 공연을 금지하자 제작사 쇼플레이 측은 “3주간 공연 준비를 마치고 리허설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 너무한 처사”라고 맞섰다.
 

“4차례 공연 연기…피해액 누가 책임지나”

쇼플레이는 서울행정법원에 송파구청을 상대로 집합금지명령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까지 냈지만 27일 기각됐다. 1~2주차 공연을 잠정 연기한 이들은 3주차 공연 여부에 대해서는 추후 공지한다고 밝혔다. 4월부터 이미 4차례나 공연을 연기한 상황에서 더는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들은 “수용 가능 인원의 절반도 안 되는 5200석으로 준비했고 이미 방역비용만 10억원이 넘게 투입했다. 수십억 원에 달하는 공연 제작비용은 누가 책임지냐”고 지적했다.  
 
지난 4월 세종대 대양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태사자 콘서트. 25~26일 예스24라이브홀로 공연 날짜와 장소를 변경했으나 광진구청의 행정명령으로 취소됐다. [사진 BFK엔터테인먼트]

지난 4월 세종대 대양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태사자 콘서트. 25~26일 예스24라이브홀로 공연 날짜와 장소를 변경했으나 광진구청의 행정명령으로 취소됐다. [사진 BFK엔터테인먼트]

25~26일로 예정됐던 ‘2020 태사자 콘서트 더 리턴’도 23일 광진구청이 예스24라이브홀에 대해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취소됐다. 이번엔 예스24라이브홀이 스탠딩 공연장이란 점이 문제가 됐다. 제작사 BFK엔터테인먼트는 생활 속 거리 두기 지침에 따라 스탠딩이 아닌 400석 규모의 지정 좌석제로 공연을 준비했지만 정부에서 지정한 고위험시설에 속한다는 이유다. 20일 행사 중단 권고를 받고 세종대 대양홀에서 소규모 공연장인 예스24라이브홀로 급하게 옮겨 공연을 준비하던 제작사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관성 없는 원칙에 공연이 가능한 지역을 찾아 나서는 경우도 생겼다. 정부가 실내 스탠딩공연장과 대규모 콘서트장을 고위험시설로 분류했지만 정확한 인원 기준은 없는 탓이다. 다음 달 16일 체조경기장에서 팬미팅 ‘우리家 처음으로’를 진행할 예정이었던 김호중은 14~15일 강서구 화곡동 KBS아레나에서 회당 1500석으로 4회에 걸쳐 여는 것으로 변경했다. 기획사 측은 “지난 10일 이 장소에서 JTN 라이브 콘서트를 안전하게 진행한 사례가 있다”며 29일 티켓 오픈을 알렸다.
 

뮤지컬은 중위험, 콘서트는 고위험 기준은 

팬미팅 장소를 체조경기장에서 KBS아레나로 변경한 김호중. [사진 생각을보여주는엔터테인먼트]

팬미팅 장소를 체조경기장에서 KBS아레나로 변경한 김호중. [사진 생각을보여주는엔터테인먼트]

하지만 강서구청 측은 “1000명 이상 대규모 공연은 신고 후 관련 서류를 제출하게 되어 있는데 아직 전달받지 못했다”며 “다른 구청 사례를 참고로 조율해봐야 할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송파구청 측은 “향후 코로나19 진행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예정이지만 ‘미스터트롯’의 경우 회당 5200명씩 15회 공연이면 전국에서 8만명이 오는 대규모 행사여서 보수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뮤지컬은 관객 활동도에 따라 중위험시설로 분류돼 계속 진행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소규모 공연장이 밀집된 홍대나 대학로에서는 간간이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한 공연제작사 관계자는 “좌석 간 거리 두기로 공연을 해도 수익이 나지 않는 경우도 많지만 손해를 감수하고 하고 있다”며 “관객들 역시 서로 폐가 되지 않기 위해 떼창을 하거나 소리를 지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마포구청 측은 “스탠딩공연은 금지하고, 이외 공연은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을 준수하며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종로구청 역시 “공연장 규모가 너무 작아 1m 이상 거리 두기는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매주 방역을 하며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는 입장이다.  

 

“차라리 공연 금지하면 준비 안할텐데…”

송파구청의 대규모 공연 집합금지 행정명령으로 문이 닫힌 체조경기장. [뉴스1]

송파구청의 대규모 공연 집합금지 행정명령으로 문이 닫힌 체조경기장. [뉴스1]

상황이 이렇다 보니 특정 공연을 겨냥한 규제라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윤동환 부회장은 “‘미스터트롯’이 5200석이니 5000명 이상 공연을 금지하고 예스24라이브홀에서 공연이 열리니 특정 장소를 제외하는 것은 끼워맞추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차라리 공연 자체를 금지하거나 1000명 이상은 불가능하다거나 혹은 스포츠경기처럼 10% 등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있으면 거기에 맞춰서 준비할 텐데 실컷 공연을 준비하다 직전에 취소하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피해만 더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협회 측에서 상반기 취소된 공연으로 집계한 피해 규모만 876억원에 달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 21일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업체 23팀을 선정해 대중음악공연 지원사업에 나섰다. 콘진원 관계자는 “온ㆍ오프라인 공연 지원을 함께 진행하고 있지만 아이돌 그룹처럼 팬덤이 탄탄하지 않으면 언택트 공연으로 수익이 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보다 많은 공연이 안전하게 관객들과 만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관련기사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